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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29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에 던져진 지난한 과제가 있다. '수평적 당·정·청 관계로의 쇄신'이다.

 

이번 4·27 재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뒤 사퇴하기로 한 안상수 대표도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 과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노라고 공약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취임 뒤 그야말로 '쇄신 노래'를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로 각오를 새롭게 하고, 성찰과 쇄신의 마음가짐을 갖겠습니다."

(2011년 4·19 혁명 5주년 기념사)

 

"단기적 처방과 미봉책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개척할 수 없습니다. 선제적이고 전면적인 쇄신과 정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선진화'가 필요합니다."

(2011년 4월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우리 한나라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민여당, 국정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책임여당, 국정지표와 국가비전을 입법과 정책으로 실천하는 정책여당, 변화와 쇄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개혁여당이 되겠다."

(2011년 2월 28일 최고위원회의)

 

"국회 선진화를 위해 저희 한나라당부터 변화하고 쇄신하겠습니다."

(2011년 1월 11일 신년방송연설문)

 

"올해 당은 서민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 또 정권재창출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 변화와 쇄신의 박차를 가하겠다."

(2011년 1월 3일 최고위원회의)

 

2011년에 한 발언만 추려도 이 정도다. 당 대표가 줄기차게 쇄신을 외쳐왔는데도 또다시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말로만 쇄신'이었기 때문이다.

 

실패 거듭해온 '민본21'의 '수평적 당·청' 요구...이번에도?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의원들과 남경필·원희룡 등 당 쇄신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들의 핵심 주장은 '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본21'은 지난 2009년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데 대해 "청와대 및 정부와 한나라당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비판이자 불신의 표현이다. 대선 이후 지금까지도 소위 '친이·친박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데 대한 국민적 질타의 표현"이라며 "이래서는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당시 원희룡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쇄신특위를 꾸렸지만, '민본21'의 말이 그대로 이뤄져 한나라당은 10·28 재보선과 다음해 6·2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패배했다. 그 여파로 정몽준 대표가 사퇴하고 당분간 김무성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때도 '민본21'은 각 구성원들이 계파 색채가 짙은 모임에서 탈퇴하면서 당 쇄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회원인 김성식 의원을 전당대회에 출마시켰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전당대회에선 줄세우기식 선거운동과 투표가 이뤄졌고 결국 친이명박계 핵심인 안상수 대표체제가 들어서고 말았다.

 

이에 더해 '비주류'라고 믿었던 김무성 원내대표마저 각종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2011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 '청와대 종속형 당 지도부'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번엔 다를 것"...'비주류 원내대표 선출' 1차 목표 성공할까?

 

이번 쇄신요구 국면에서 '민본21'은 때맞춰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에 집중하고 있다. 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 국회 의사를 관장하는 원내대표 자리에 '청와대에 종속되지 않는' 소신형 원내대표를 앉히는 것이 당·청 관계 수평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본 것이다.

 

'민본21' 소속인 김성식 의원은 "그 전까지의 쇄신 요구들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엔 좀 믿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일단 원내대표 경선을 연기하도록 만든 것은 아무래도 성과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태근 의원도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소장파나 친박계 의원들 말고도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흐름이 생긴 건 분명하다"며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본21'은  원내대표 경선을 연기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연판장을 돌려 70여 명 의원의 서명을 받아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됐던 2일엔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고 6일에 원내대표 경선을 열도록 만들었다. '먼저 반성과 진단부터 하고 원내대표를 뽑자'는 안을 관철시킨 것. 이들 의원은 이 여세를 몰아 2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연찬회에서 '비주류 원내대표를 세워서 당·청관계를 정상화하자'고 의원들을 설득할 참이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은 시작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청와대에 종속되지 않는 원내대표'를 세우는 일은 '당·청 관계 수평화'의 전제조건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론 향후 전당대회에서도 민생 당면과제에 적극 대처할 수 있고 친이·친박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도부를 탄생시키는 일까지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의 전당대회에서도 나타났듯 계파 투표와 줄 세우기식 투표가 나타난다면, '쇄신형 지도부' 탄생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당대회의 운영방식을 개혁해내는 것도 이들 쇄신파의 중요한 과제다.

 

정 의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4·27 재보선과 19대 총선 사이에는 다른 재보선도 없으니, 이번에 제대로 된 쇄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태그:#민본21, #김성식, #정태근, #쇄신,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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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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