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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은 구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해이다. 약 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5만 명의 이르는 주민들이 평생 동안 자신이 삶던 터전을 잃게 되었다.

2011년 4월 26일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25주기가 되는 날이다. 하지만 얼마 전 일본 후쿠시마의 지진으로 그 부근에 있던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5년 전 체르노빌 사고 때보다 방사능 노출이 심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아무도 이 사고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1986년 34기의 핵발전소 건설을 마쳤고, 그 수는 1996년에 51기, 2006년에 56기를 기록했다. 1986년 체르노빌 이후 유럽과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핵발전소를 감소하는 추세 속에 일본은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것이 현재 후쿠시마 사태를 낳은 것이다.

"핵발전소는 명백히 위험한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 활동가의 강의
 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 활동가의 강의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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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부산대에서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정수희씨를 모시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부산' 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이 강연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과 대학생사람연대가 만든 메이데이 실천단 'ACT20'이 주최했다.

정수희씨는 가장 먼저 원자력발전소와 핵발전소의 차이에 대해 말했다. 미디어와 정부의 말을 통해서는 핵무기와 원자력 에너지는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정수희씨는 이것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수원 측에서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를 분리하려는 것은 핵에 대한 위험성을 감추려는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무기가 되지 않으며 안전하다'라는 말을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는 언제든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핵발전소라고 부릅니다."

개념 정리를 마치고 체르노빌 사태에 대한 언급을 간단히 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핵에 대한 전 세계의 인식이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핵발전소의 문제는 일국과 지역의 문제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체르노빌 사태 이후 환경문제에서 일국의 문제는 전 세계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체르노빌이 전 세계의 핵문제에 일침을 가한 이유는 사고 당시 소련은 체르노빌 사고를 은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의 핵발전소 전문가들이 방사능이 지중해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체르노빌 사고가 알려졌다고 한다.

물론 체르노빌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나 이후 핵발전소 폐기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폐쇄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인식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은 체르노빌의 사고와 무관하게 핵발전소를 늘려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일국의 정치체제의 폐쇄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핵발전소 명백한 위험성'이 현실로 증명된 셈이다.

"우리는 모두 핵발전소 주변 30km 이내에 살고 있습니다"

강연회 주최 단위인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박양수 위원장님이 강연회에 참석했다.
 강연회 주최 단위인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박양수 위원장님이 강연회에 참석했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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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과 일본의 후쿠시마 이야기를 하면서 정수희씨는 우리 가까이도 핵발전소가 매우 많이 있다고 말하며 고리 핵발전소에 대해 이야기 했다.

현재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소 1-4호기와 신고리 1호기가 가동 중이고 올 12월 안에 신고리 2-4호기, 이후 8호기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많은 핵발전소가 급하게 지어지고 있는 것은 부족한 서울-수도권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중심지인 서울-수도권의 전력이 현재 부족한 상태이고, 이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핵발전소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핵 발전소의 위험성과 함께 서울로 고리 핵발전소의 전력을 보내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송전탑을 이용해 고리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울까지 보내야 하는데, 현재 유치하기로 했던 밀양과 정관신도시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전력을 보내기 위해 건설할 송전탑 비용과 지역과 주민들 간의 갈등을 조절하려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아무튼 강연자는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고리 핵발전소는 계속 지어지고 있다는 슬픈 현실을 말했다. 그리고 만약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부산에 발생한다면 현재 우리가 서 있는 (부산대) 근처 그리고 부산 양산 전 지역은 폐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장 고리 핵발전소에서 부산대까지 20~25km밖에 되지 않았고 양산은 20km 내외의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1만 년 뒤의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이것 외에도 강연자는 핵폐기물을 비밀리에 땅에 묻어 주민들이 그것을 발견하였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모든 사실을 은폐하려는 기업과 정부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핵의 폐기는 1만 년이 걸린다고 했다. 현재 핵을 폐기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으로 핵이 없어지는 것은 1만 년 뒤라는 것이다. 그래서 강연자는 1만 년 뒤의 사람들에게 핵발전소, 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릴 만한 상형문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의 무분별한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건설을 중단하고 에너지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부산 연제구)이 고리 핵발전소와 25km 근방에 있다는 사실에 오싹해 졌다. 만약 일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내가 사는 지역과 주변이 폐허가 되고 주변 친구들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등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고리 핵발전소가 현재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참에 고리 핵발전소 폐기로 새로운 재생에너지 개발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핵발전소, #후쿠시마원전, #체르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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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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