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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서태지(39.본명 정현철)와 배우 이지아(33.본명 김지아)가 법적으로 부부였으며 현재 수십억대의 위자료 및 재산문할 소송 중이다.
▲ 서태지와 이지아 가수 서태지(39.본명 정현철)와 배우 이지아(33.본명 김지아)가 법적으로 부부였으며 현재 수십억대의 위자료 및 재산문할 소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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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시끄럽다. 현실에서는 아닐지라도, 21일부터 지금까지 인터넷은 하나의 이슈로 도배되고 있다. 바로 서태지와 이지아의 '위자료 및 재산 분할' 소송.

위 재판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태지가 누구던가. 한국 문화계를 좌지우지한 소위 문화대통령 아니던가.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난 서태지를 '중학교 점심시간'으로 기억한다. 일군의 무리가 운동장에 모여 서태지의 음악을 틀어놓고 서태지의 춤을 추던 그 기괴한 풍경. 그러나 그건 당시 일반적인 현상이었고, 그만큼 서태지는 우리 세대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 뒤 서태지의 행보는 소위 '신비주의'로 일관되었다. 갑작스러운 은퇴와 컴백, 그리고 또다시 잠적. 서태지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 어디에서 사는지, 누구와 사는지 그 모든 건 베일에 싸인 채, 대중들은 서태지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결혼도 아니라 이혼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97년도에 이미 결혼을 했고, 2006년도에 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서류가 미국 법원에 제출됐다고 한다.

서태지 등장과 함께 사라진 BBK 패소

이번 사태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연예인의 사생활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 없는 이상 '그러려니' 넘길 수밖에 없는 사안일 것 같은데, 각종 추측과 의혹 기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쏟아진다.

그리고, BBK 뉴스 등 주요 현안은 서태지-이지아 이혼설에 완벽하게 묻혀버렸다. 21일 법원이 "'BBK 수사팀, 김경준 회유' <시사인> 보도는 허위가 아니다"라는, 'BBK 수사팀의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여론화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음모론까지 제기할 정도다. 이지아의 소송을 돕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이 이번에 패소한 BBK 수사팀의 변호를 맡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물타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 물론 법무법인 <바른>은 오비이락일 뿐, 두 사건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바른>이 BBK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해 서태지-이지아 소송 소식을 언론에 흘렸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공교로웠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덮어버린 사건들이 현재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이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21일 BBK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사법부가 검찰이 김경준씨를 회유, 협박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김경준씨가 메모 등을 통해 에리카 김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했던 검찰이 "협조하면 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다"고 김경준씨를 협박했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 국민들에게 회자될수록 정부의 심기도 불편했을 터이다.

스리슬쩍 공론화된 금산 분리 완화법과 4대강사업 주변 친수법은 어떠한가. 두 법안은 현 정부가 대기업과 건설회사에 돈을 몰아주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다. 휘뚜루마뚜루(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 통과시키면 절대 안 되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두 법안은 서태지-이지아의 소송 때문에 공론화는커녕 뉴스에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현 정부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이다. 그들은 서태지와 이지아를 방패삼아 불리하고 불편한 진실들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묻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도 언론에는 서태지-이지아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 무엇을 볼 것인가 아직도 언론에는 서태지-이지아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 네이버 관련기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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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생활에만 집착하는 언론, 믿음 안 가

이쯤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에 대한 언론의 행태를 보자. 21일 언론들은 두 사람의 사생활을 좀 더 파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몰려들 뿐, 다른 소식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에 집중한 지상파 방송 3사는 BBK 판결과 금산 분리 완화법, 친수법에 대해 침묵했다.

SBS <8 뉴스>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피랍될 뻔했던 한진 텐진호, 영천 구제역 등에 이어 5번째로 서태지-이지아의 소식을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도 서태지-이지아의 소식을 텐진호와 뉴타운 특혜시비에 이어 8번째로 보도했다. KBS <뉴스9> 또한 텐진호, 구제역 재발 등에 이어 14번째로 서태지-이지아에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언론이 얼마나 편향적이고 상업적인가를 보여준다.

비록 지금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서태지-이지아의 소송은 아주 사적인 영역이다. 반면 금산 분리 완화법 등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져야 한다. 결국 서태지-이지아 사건과 관련하여 음모론이 판을 치는 것은 신뢰도 낮은 사회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누리꾼 사이에 불거진 음모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 음모론 너머 어떤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무엇을 더 부각시키는지는 대중의 몫일 터. 권력과 언론이 놓치고자 애쓰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태그:#서태지-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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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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