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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70대 노부부를 마구폭행한 후 부인을 성폭행하려한 미군 병사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22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1부(박인식 부장)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 육군 제2사단 소속 L(20) 이병에게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 2월 26일 오전 9시경 L 이병은 경기도 동두천 시내 A(70)씨 집에 침입해 A씨를 둔기로 마구 때리고 부인 B씨(64)를 강간하려다 실패하고 도망갔다.

범행 후 인근을 배회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L 이병은 외출금지기간인데도 부대를 이탈해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당시 L 이병의 혈중 알콜농도는 0.09%였다. 검찰은 L 이병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강도강간미수, 강도상해,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의 범행은 한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범죄로 취급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중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이라고 더 중하거나 경하게 처벌할 수 없고 한국인과 같은 양형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국 사법기관 계속 구금권 행사한 두 번째 사례

이 사건은 한국의 사법기관이 긴급 체포 때부터 재판까지 피의자의 신병을 단 한 번도 미군 당국에 인도하지 않고 개정된 SOFA 규정에 따라 '계속 구금권'을 행사해 주목을 끌었다.

통상 미군범죄는 한미주둔군협정(SOFA)에 따라 일단 신병을 인계한 뒤 다시 구금 인도를 요청하거나 신병처리 문제를 미군 측과 협의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자를 긴급체포한 뒤 미군에 구금 방침을 통보했다. 이는 지난 2001년 SOFA의 일부 조항이 개정된 후 적용된 두 번째 사례다.

계속구금권이 적용된 첫 사례는 2007년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66세의 할머니를 성폭행한 J(22) 이병 사건이다. 당시 J 이병은 강간상해죄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이유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공무중이 아닌 주한 미군 범죄에 대해서는 한국이 1차적 형사재판권을 갖고 있다. 또 개정된 협정에는 미군이 저지른 범죄중 살인·강도·강간 등 흉악범죄 12건에 대해서는 미군 당국에 신병을 인도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 간사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L 이병에게 선고된 형량은 그동안 비슷한 미군범죄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꽤 높은 수준"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정 간사는 "SOFA상 한국측에는 항소권이 없고, 미국측의 항소권만 인정되고 있는데, 미국측이 항소를 하게 되면 1심보다 더 중한 형벌을 내릴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01년 SOFA 조항이 일부 개정된 후 10년 동안 미군의 강력범죄가 잇따랐는데도 한국 수사기관이 계속 구금권을 단 두 차례만 행사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SOFA의 불평등 조항에 대한 적극적인 개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 미군은 줄어드는데 범죄율은 높아져

지난 3월 6일 경찰청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군이 저지른 범죄는 총 109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해 평균 219건, 1달 동안에는 18건의 미군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로는 2008년 183건에서 2009년 306건으로 67.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폭력범죄가 2008년 100건에서 2009년 130건, 절도범죄가 2008년 23건에서 2009년 83건으로 각각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절도(45건), 특수강도 및 강도 상해(9건), 강간 및 추행(7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미군은 SOFA에 의해 신병이 인도돼 우리나라 법에 의한 형사 책임은 면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최근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SOFA대상자 중 미군의 비율은 50%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미군 범죄 비율은 70%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숫자는 2004년 (3만9997명)에서 2005년 (3만2477명), 2006년 (2만9477명), 2007년 (2만8356명), 2008년 (2만7968명), 2009년 (2만6305명)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SOFA사건 중 미군 범죄는 2004년 324명(70.6%)에서 2005년 290명(67.3%), 2006년 242명(66.5%), 2007년 283명(69.2%), 2008년 261명(69.6%), 2009년 325명(71.4%), 지난해 380명(77.4%)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장경욱 위원장은 "통상 미군이 저지른 강력범죄의 경우 기소 직전 소환해 구속한 뒤 재판을 진행해 증거를 충분히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국내 사법기관이 계속 구금권을 유지해야 동두천 노부부 사건처럼 죄에 맞게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SOFA, #동두천 노부부 폭행, #미군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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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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