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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접속 PC대수제한' 이란?
인터넷 이용자가 1회선을 이용, 공유기 등을 연결하여 약관을 초과하는(보통 2대 초과) 컴퓨터 대수를 이용할 때 초고속인터넷사업자가 이용자를 제재하는 방법이다. IP공유서비스와 같은 맥락이며 인터넷접속제재 조치를 당하는 것이다. 보통 사업자들이 약관에서 규정한 단말기(컴퓨터)에 대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거나 시차를 두고 팝업창을 통해 추가단말 서비스를 가입하라는 안내 화면이 나타나게 된다. 통상 추가단말 서비스는 PC 1대당 5,000원 정도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며칠 전부터 모니터에 간헐적으로 뜨기 시작한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팝업창이 오늘(22일)은 아침부터 괴롭힌다. 인터넷 연결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모니터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뜨끔하다.

그렇다. 나는 인터넷접속 지정 PC대수를 초과하는 약관위반이라는 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모니터 화면 가득 경고 문구를 봐야 하는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그저 열심히 일한 것뿐인데,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나를 엄습한다.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팝업창으로 인해 급기야 업무는 포기해야만 했다.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팝업창으로 인해 급기야 업무는 포기해야만 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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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팝업창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팝업창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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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이용약관? 그런 것도 있었나. 듣도 보도 못한 이용약관의 특정 조항을 들이대며, 편하게 이용하고 싶다면 5천 원을 더 내란다. 팝업화면을 통해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용할 경우는 약관에 위배되므로 위약금에 직권해지까지 각오하란다. 이건 아주 "사용해도 그만,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다.

깨알같은 글씨의 약관이다.
 깨알같은 글씨의 약관이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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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인터넷 이용약관>
- 제13조 ( 계약의 해제, 해지)⑥항 : 케이티는 케이티의 사전 승인 없이 별도의 서브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약정한 수 이상의 단말기기(PC 등)를 연결하여 이용한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

- 별표#1 요금표(기타요금 가항)공유기 등 서브네트워크(sub-network) 무단 부착에 대한 위약금 : 고객이 케이티의 사전 승인 없이 공유기 등 서브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약정한 단말 수 이상을 연결하여 사용하고, 케이티가 원상회복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용할 경우 해당 고객에게 위약금 성격의 실비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 산정식 : 약정 이외의 단말수 ×최근 6개월 평균이용요금 ×3
* 고객이 이용기간이 6개월 미만일 경우 해당기간의 평균요금 적용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PC는 모두 4대. 최초 약정 단말기 대수가 몇 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약관을 핑계로 한 푼이라도 더 털어보려는 속셈이 분명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떻게 돈 뜯어먹을까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닌가?

과연 현명한 대처방법은 무엇일까? 당장 험한 꼴 당하지 않겠다면 '추가단말서비스'라는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면 된다. 요금은 2대를 제외한 나머지 컴퓨터에 대해 각각 약 5천 원이 부과되며 현재 쿡 인터넷,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인증 수 제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추가요금이 부담된다면 인증 수 제한조치를 시행하고 있지 않는 타 통신사나 지역 인터넷사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파이어폭스'라는 무료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거의 모든 홈페이지가 최적화되어 있기에 간단한 웹서핑만 가능하다.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 통신회사의 광고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 통신회사의 광고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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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는가?? 팔자소관으로 돌리고 당하고만 있기에는 울화가 치밀어 못 살겠다. 역시 군소리 없이 그냥 쓰면 바보 되기 십상이다. 결국 최후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사실 조금 치사한 방법이지만, 고객센터에 해지 협박(?)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고객센터로 전화해서 추가단말 서비스(인증 수 제한조치)를 풀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안 그러면 해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거야.'

최대한 무식하게 나가기로 작정했다. 드디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걸자마자 들려온 상냥하고 낭랑한 상담원의 목소리는 강력한 나의 의지를 점점 약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은 물론 전화까지 해지하고 타 통신사로 갈아탄다고 협박을 해야 하는데….

하지만, 빈틈은 있기 마련. 빈틈을 파헤치면 구멍은 더 커지는 법이다.

"저기요…. '인터넷접속 PC대수제한' 라는 경고창이 떠서 업무를 못 보겠는데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약관에 의거하여 추가요금 5천 원만 내시면 바로 해결해 드릴게요."
"약관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는데, 갑자기 대수제한을 걸어 추가요금을 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1, 2년 쓴 것도 아닌데, 이건 아주 '이제는 꼼짝 마라' 하는 정책 아닌가요?"

"아마도 공지창에 뜬 약관을 확인 못하신 모양인데요. 인터넷서비스 이용약관을 보시면요, 공유기를 사용하면 인터넷을 제한하고 더 계속되면 직권해지할 수 있답니다."
"그래요? 인터넷에 보니까 더 싼 요금으로도 PC 대수 제한이 없는 회사들도 있던데…."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이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래요? 그러면 어떻게 우리가 사용 중인 PC 대수를 알 수 있는 거죠? 사용자 아이피를 감시하고 수집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자동적으로 체크해서 알 수 있는 시스템이라 그렇습니다."
"그런다고 칩시다. 그럼 추가요금을 내기 전에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건가요?"
"네, 안타깝지만 그 방법밖에는…. 대신 지금 신청하시면, 즉시 제한을 풀어드릴게요."
"안 되겠어요, 5천 원을 추가로 낼 바에야 그냥 해지할게요."

"예? 해지요? 고객님, 왜 해지하시려고…?"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요? 10년 동안 변함없이 사용해온 충성고객인데 갑자기 약관 들이대고 찬밥 대우할 수 있는 겁니까? 인터넷에 전화까지 다 해지하고 다른 통신사로 바꿀래요"
"저기, 해지부서는 따로 있거든요? 우선 고객님의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저희가 연락을 드릴게요."

30분 후 다시 걸려온 상담원의 전화, 애초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한다.

"담당부서에 문의해봤는데, 어쩔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요? 할 수 없군요. 오랫동안 이용해왔는데…."

하지만 이후 두세 번 더 통화한 끝에 들은 답변은 뜻밖이었다.

"고객님, 추가부담하지 않고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전화 한 통으로 연간 6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벌어들인 셈이 됐다. 공식적인 요금부과 체계는 존재하지만, 경쟁사가 존재하고 후발주자의 무서운 추격이 있다면 요금은 하나의 흥정거리에 불과했다. '가만히 있으면 정말 바보로 여긴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것 같아 찜찜함을 떨칠 수 없다.

또 다른회사의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공지화면
 또 다른회사의 '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공지화면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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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손안의 PC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있다지만 국내 인터넷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접속 PC대수제한'은 맞서서 꼭 이겨내야 할 정책이다. 정당한 요금을 내고 연결한 인터넷 회선을 나눠 쓰는 것까지 업체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

사업자의 최대 무기인 약관을 들이밀더라도 너무 겁먹지 말라. 약정 등의 제한이 걸려 있지 않은 경우라면, 강력하게 항의하라. 월 5천 원 더 받으려다가 월 2~3만 원의 요금을 내는 가입자가 날아가버리는 것인데, 인터넷선 연결만 해놓으면 매달 꼬박꼬박 챙기는 알토란 같은 그 돈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지하겠다!"는 최후통첩만으로 굽실굽실 숙이고도 남을 것이다. 통신비와 관련하여 가만있으면 정말 바보 되는 나라다.


태그:#인터넷접속 PC대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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