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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객들이 봄을 만끽하는 요즘 집안에만 있으려니 너무 답답해서 봄을 느껴보기 위해 두 가족이 함께 떠났다. 물론 장인어르신의 생신이 있기도 했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멀리까지 내려가겠는가 싶어 주저 없이 발길을 옮겼다.

밤길을 달려 서울에서 장성까지, 그리고 아침을 먹고 서둘러 처형이 보고 싶어 하던 보성 녹차 밭으로 향했다. 드라마와 영화, CF촬영지로 잘 알려진 대한다원 녹차밭은 평일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조카와 함께 큰 기대를 안고 차밭으로 향하는 발걸음 하지만 그 결과는?
▲ 녹차밭으로 가는 초입은 편백나무 길이다. 어린조카와 함께 큰 기대를 안고 차밭으로 향하는 발걸음 하지만 그 결과는?
ⓒ 노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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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사이로 시작되는 다원의 초입은 여느 때와 똑같이 한적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조카와 함께 길을 거니는 처형의 모습도 기대감으로 설레고 있었고, 나 또한 오랜만에 찾은 차밭의 풍경에 커다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편백나무 길을 지나 차밭 앞에 들어선 순간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사계절 내내 짙푸른색 인줄 알았던 차밭에는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가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차밭 하면 짙푸른 초원과 같은 배경을 생각하지만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인간의 기대감은 무너지기도 한다.
▲ 차 밭이 꼭 푸르른것은 아니었다! 차밭 하면 짙푸른 초원과 같은 배경을 생각하지만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인간의 기대감은 무너지기도 한다.
ⓒ 노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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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잎은 초록색이 아닌 가을단풍을 연상시키는 듯한 울긋불긋한 자태로 우리를 맞이했고 난생처음 차밭을 찾았던 처형은 허탈감에 쓴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겠는가?

되려 이런 광경을 보기 힘들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발걸음을 바다전망대를 향해 옮겼다. 차밭 사이에 있는 목련꽃잎도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하이얀 꽃잎을 차 위에 떨구며 지나는 봄을 아쉬워 하는 듯했다.

계절의 변화를 자연은 알고 있나보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목련 꽃잎은 하나 둘 녹차위로 떨어지며 지나는 봄을 아쉬워 하고 있다.
▲ 하이얀 꽃잎을 떨구며 지나는 봄을 아쉬워 하는 목련 계절의 변화를 자연은 알고 있나보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목련 꽃잎은 하나 둘 녹차위로 떨어지며 지나는 봄을 아쉬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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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산길을 오르던 딸아이가 힘들었는지 의자가 보이는 곳에 들고 있던 옷을 놓고 가장먼저 휴식을 취했다. 차밭의 풍경이 진초록이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자연이 만들어 놓은 풍경을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차밭을 뛰던 아이가 오르막에 있는 의자를 보고 가장 먼저 자리에 앉았다. 아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여기까지는 평지나 다름없었는데...
▲ 얼마나 힘들었으면..... 차밭을 뛰던 아이가 오르막에 있는 의자를 보고 가장 먼저 자리에 앉았다. 아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여기까지는 평지나 다름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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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전망대는 대한다원 차밭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차밭 이랑이랑마다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고개 길은 분명히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이 또한 고생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을 주기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발걸음을 한발 한발 움직였다.

바다전망대로 가는 중턱... 오르막 나무계단은 힘들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밭을 감상중인 아이와 이모부
▲ 바다전망대로 가는 중턱... 아이도 힘든가 보다. 바다전망대로 가는 중턱... 오르막 나무계단은 힘들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밭을 감상중인 아이와 이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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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밭이 짙푸른 초록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차밭이 꼭 짙푸른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겨울의 추위를 고스란이 담고 울긋불긋한 색으로 변해버린 차밭
▲ 아~ 짙푸른 초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차밭이 꼭 짙푸른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겨울의 추위를 고스란이 담고 울긋불긋한 색으로 변해버린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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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전망대에 올라서서 볼 수 있는 건 바다였다. 불행히도 내가 올랐던 이날은 안개가 많이 끼어 산 너머에 있는 율포만의 바다가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고생한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베풀어 주나보다.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아 하산길은 편백나무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진달래가 너무도 아름답게 피어 산 위의 오솔길을 만들어줬다.

흐릿한 날씨 탓에 바다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진달래가 만개한 오솔길이 바다전망대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 진달래가 만개한 산 위의 오솔길 흐릿한 날씨 탓에 바다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진달래가 만개한 오솔길이 바다전망대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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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산길을 걷는 아이는 진달래길이 너무도 좋았는지 연신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아장아장 오솔길을 걸어 내려갔다.

난생 처음보는 오솔길에 진달래가 만개한 풍격에 빠져든 어린아이 과연 이 아이는 이날 보았던 이 길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생 처음보는 오솔길에 진달래가 만개한 풍격에 빠져든 어린아이 과연 이 아이는 이날 보았던 이 길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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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길을 따라 10여 분을 걸었을까? 바다전망대까지 오르며 무리했던 내 다리는 오솔길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 후들후들 떨렸고 아장아장 걷던 아이는 결국 엄마 품이 아닌 내 등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 녀석 아빠의 등이 편했는지 끝내 등에서 떨어지지 않고 잠이 들었다.

편백나무 길을 따라 내려오던 길 아이는 끝내 아빠의 등뒤에서 떨어지지 않고 잠이 들었다.
▲ 아빠 등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방긋 웃는 아이 편백나무 길을 따라 내려오던 길 아이는 끝내 아빠의 등뒤에서 떨어지지 않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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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맛과 멋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답답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어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그 자체로만 느끼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비록 짙푸른 초록색의 녹차밭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연이 만들어 놓은 울긋불긋한 녹차밭을 보며 다음에는 꼭 짙푸른 초록색의 녹차밭을 다시 찾아오리라는 다짐 속에 아쉽지만 이번 여행을 마쳤다.


태그:#차밭, #보성, #녹차, #편백나무 길, #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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