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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덧 봄이 찾아왔습니다. 새싹이 무거운 흙을 밀어내 고개를 내어 인사를 하고, 꽃들이 추운 겨울의 시련을 딛고 일어서 참았던 아름다움을 터트립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추적추적 내리는 우울한 봄비도, 저 바다 건너 일본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도 생명의 계절인 봄이 다가오는 것은 막을 수 없나봅니다. 따스한 봄의 햇살이 비추는 4월, 서울환경연합은 노을공원으로 현장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강서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위치한 노을공원은 하늘공원과 함께 쓰레기산인 난지도로 악명을 떨쳤던 비운의 땅이었습니다. 1977년 제방이 만들어진 후 1978년부터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되었죠. 수도권의 모든 쓰레기들이 난지도로 모여들었고, 1980년도부터는 쉴새없이 밀려드는 쓰레기 때문에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각종 악취와, 침출수, 먼지들이 땅과 하늘, 하천을 뒤덮었음은 두 말 할 나위 없었죠. 매립지로 사용된 15년 동안 1억 2천만 톤의 쓰레기들이 매립되었고, 평지였던 난지도는 해발 98m나 되는 세계 최고의 쓰레기 산이 되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조차 무엇이 묻히는지 모르는 무차별적 비위생 매립이었다는 것이었죠.

난꽃과 영지가 흐드러지게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난지도. 1978년 이전 매립이 시작되기 전 난지도는 학생들의 소풍장소나 연인들의 데이트코스, 애정영화의 촬영장소가 되었던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80~90년대 한국에 불어 닥친 산업화와 도시화의 광풍, 그리고 무분별한 낭비를 조장했던 소비생활들은 이름마저 향기로운 난지도를 쓰레기 산으로 만든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죠.

무자비한 쓰레기들에 뒤덮여 숨 쉴 공간조차 없이, 침출수와 메탄가스를 내뿜으며 죽어버린 난지도. 하지만 생명의 기적은 난지도를 다시금 생명이 숨 쉬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안정화사업을 추진한 결과, 2002년에는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의 다섯 개의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시가 노을공원을 골프장으로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1000만 서울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되돌아온 노을공원을, 모든 시민이 아닌 일부 골프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의 공간으로 만드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노을공원을 골프를 치는 240명의 하루 이용자들이 아닌, 1000만 명의 서울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휴식할 수 있는 시민생태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008년 노을공원은 서울시민을 위한 진정한 시민공원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노을공원 입구에 서 있는 노을공원 대장군 가족들. 골프장 반대 운동 당시, 서울환경연합과 단체들은 노을공원을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 노을가족공원대장군 노을공원 입구에 서 있는 노을공원 대장군 가족들. 골프장 반대 운동 당시, 서울환경연합과 단체들은 노을공원을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 강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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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을 안고 있는 노을공원이기에, 4월의 봄향기를 맡으러 간 발걸음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을공원 입구에서부터 노을공원까지 다다르는 길에는 봄의 상징인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개나리뿐만 아니라 땅에서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뱀딸기꽃이나 애기똥풀과 같은 풀꽃들 또한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노을공원의 생태계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안정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 노을공원입구에 세워진 야생동물 보호 안내문 노을공원의 생태계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안정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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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공원의 대표적인 자원 재활용시설인 메탄가스 집포관입니다.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모여진 메탄가스는 지역난방공사에서 지역난방을 위해 쓰여집니다.
▲ 노을공원의 메탄가스 집포관 노을공원의 대표적인 자원 재활용시설인 메탄가스 집포관입니다.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모여진 메탄가스는 지역난방공사에서 지역난방을 위해 쓰여집니다.
ⓒ 강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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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걸었을까, 아스팔트로 포장된 순환로를 따라 가다 보면 노을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울타리를 따라 가면 원두막이 있고, 원두막을 지나면 노을공원에서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습지가 나옵니다. 올해 조성된 인공습지라 그런지 물만 가둬진 채로 텅텅 빈 모습이 조금은 허전해 보였습니다. 먼 훗날 각종 식물들이 자라나고 적절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나면 많은 수생식물들과 그에 의지해서 오순도손 무리를 이루어 살 수 있는 집이 되어주겠죠?

비록 인공습지이긴 하지만, 먼 훗날 각종 생명들이 살아숨쉬는 생태적 습지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 노을공원에 조성된 인공습지. 비록 인공습지이긴 하지만, 먼 훗날 각종 생명들이 살아숨쉬는 생태적 습지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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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습지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주변을 둘러보니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가 있었습니다. 쓰레기산 위로 토양을 덮은 노을공원은 매년 부분적인 토양침하가 심하게는 30센티 이상씩 일어납니다.

덕분에 노을공원의 곳곳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웅덩이가 안정적인 생태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침하된 토양 위로 빗물이 고이고, 갈대나 부들 같은 수변식물들이 자라다 보면 자연스레 생태계가 형성되고, 수많은 수서생물들이 서식하기 마련입니다. 이 곳도 역시나! 물 속에 잠긴 나무토막을 건져 올리니 밀잠자리 유충이 보입니다.

습지를 지나 울타리를 따라 바람의 광장쪽으로 가다 보면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갈대와 억새 앞에 노란 꽃을 피운 나무 두 세 그루가 사이좋게 서 있습니다. 바로 산수유나무인데요, 산에 주로 서식하는 생강나무와 모습이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나무들이기도 합니다. 노랗게 핀 산수유나무가 붉은 열매와는 대조적으로 은은한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비슷한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지만, 실제로 산수유는 지대가 낮은 곳에서, 생강은 산지에서 자란다. 산수유는 붉은 열매로 유명하며, 생강은 꽃을 먹었을 때 생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산수유(좌) 와 생강(우) 비슷한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지만, 실제로 산수유는 지대가 낮은 곳에서, 생강은 산지에서 자란다. 산수유는 붉은 열매로 유명하며, 생강은 꽃을 먹었을 때 생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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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광장쪽으로 들어서자 드넓게 펼쳐진 풀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울에서 이만큼 넓은 풀밭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차도 없고, 매연도 없는, 그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명하는 장소임이 틀림없는 노을공원! 내리쬐는 봄볕과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기엔 안성맞춤입니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명하는 노을공원이다.
▲ 노을공원에 펼쳐진 잔디밭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명하는 노을공원이다.
ⓒ 강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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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풀밭 너머로 다시 한 번 웅덩이가 보입니다. 이 전에 봤던 웅덩이 보다 더욱 더 생태가 잘 보존된 듯 보이는 곳이었는데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이제 갓 알에서 깬 올챙이들이 보입니다. 속이 빈 우렁이 껍질도 보였구요. 아마 반딧불이의 유충이 우렁이를 잡아먹고 남은 흔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쓰레기 산을 다시금 생명이 뛰게 만든 자연의 놀라운 재생력이 느껴집니다.

수 많은 생명들의 심장소리가 들리시나요!?. 노을공원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습지입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습지는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어떠한 생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는데요, 다시금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 노을공원에 자연스레 형성된 웅덩이 수 많은 생명들의 심장소리가 들리시나요!?. 노을공원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습지입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습지는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어떠한 생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는데요, 다시금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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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생명이 살아 숨쉬는 이곳은 노을공원입니다! 귀여운 올챙이들이 보이시나요?
▲ 웅덩이에 살고 있는 올챙이들 꼬물꼬물 생명이 살아 숨쉬는 이곳은 노을공원입니다! 귀여운 올챙이들이 보이시나요?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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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많이 찍지못해 아쉽지만, 이번 답사에서는 민들레, 진달래, 목련 등의 꽃들 뿐만 아니라, 자작나무꽃, 버드나무꽃과 같은 우리가 잘 모르는 꽃들, 씨앗들 그리고 꿩, 청둥오리 등의 동물들 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답니다.

모두가 노을공원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식물들입니다.
▲ 부들, 억새, 쑥 모두가 노을공원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식물들입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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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발자국이게요!? 노을공원에 듬성듬성 놓여 있는 모래밭을 보면, 어떤 동물들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이 발자국은 너구리과 동물의 발자국이군요.
▲ 누구의 발자국일까요!? 누구 발자국이게요!? 노을공원에 듬성듬성 놓여 있는 모래밭을 보면, 어떤 동물들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이 발자국은 너구리과 동물의 발자국이군요.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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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섬 위에 핀 꽃’ 이라니! 노을공원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 같은 생명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답니다.
▲ 노을공원 산책로에 핀 작은 제비꽃. ‘쓰레기섬 위에 핀 꽃’ 이라니! 노을공원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 같은 생명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답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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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두 시간 정도 답사 후에 노을공원을 떠나야 했지만 노을공원이 강하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서울의 삶에 살짝 시들어 있던 필자의 마음을 다시금 밝게 만들어주는 청량제와도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섬에서, 인간들의 무책임한 탐욕에 의해서 세계 최대의 쓰레기 산이 되었다가 다시금 자연성을 회복한 노을공원. 만약 이 공원이 아직도 쓰레기 산이었더라면, 혹은 골프장이 되어 많은 시민들이 자연의 치유를 받지 못했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팍팍한 도시의 삶을 살아야 했을까요?

인간이 자연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인간의 삶은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대자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영혼은 치유 받지 못하고 병들어가는 것 이라는 인디언의 말이 있습니다.

4대강으로 병들어가는 강만큼,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방사능만큼, 환경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병들어가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한번쯤 돌이켜 보는 일. 가까운 노을공원에서 봄날의 햇살을 받으며, 자연의 위대한 재생력을 느끼며 봄날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명의 경이로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닐테니까요.


태그:#노을공원, #난지도, #봄소풍, #봄나들이,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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