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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접촉한 곳은 트위터였다. 트위터 아이디 'AF1219'(필명 '가을들녘')는 지난 3월 9일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의 문제점을 제보해왔다. 그리고 기자는 3월 16일 미국 유학 중 잠시 귀국한 그를 서울에서 만나 '제주 7대자연경관 선정 관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건네받았다.

 

이 문건은 광범위한 자료 검색을 바탕으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주관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N7W재단)의 공신력과 실체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선정 주체의 신빙성도 없고, 투표방식도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직 '관광홍보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제주도와 국가기관이 동원되어 혈세와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과 여야를 넘어서 국가 차원의 캠페인이 되고 있을 때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문건 작성에는 AF1219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리꾼인 pythagoras0, netroller가 참여했다. 일종의 '집단지성'이라는 방법으로 문건작성 작업을 벌인 셈이다. 미국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인 이들은 트위터와 구글 닥스(Google Docs)를 통해 이 문건을 공개하고 '공론화'에 나섰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N7W재단은 UN의 공식 파트너가 아니다"라는 UN 협력사무국의 이메일 답변(2건)을 공개해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이들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명의 누리꾼이 공동으로 참여해 인터뷰 답변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현재 구글에 'jeju 4 jeju'라는 사이트을 개설해놓고 수시로 새로운 정보나 의견 등을 올리고 있다.  

 

"비서구 국가 애국심 자극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

 

이들은 인터뷰 답변서에서 "2월 중순쯤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재미있는 투표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투표 독려를 하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어젠다'로 선언하고 국회가 지지 결의안 통과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국가적 차원에서 몰입해도 좋은 일인지, 재단이 정말 공신력 있는 기관인지 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자료 검색에 들어갔다. N7W재단의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2007년 진행된 '신세계 7대불가사의' 선정 투표와 관련된 각종 해외언론 자료들을 모아 분석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3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첫째, 뉴세븐원더스재단의 공신력과 인지도가 형편없으며 그 행사가 공익보다 상업성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둘째, 비합리적인 선정과정, 특히 중복투표의 문제. 셋째, 이런 별것 아닌 행사에 국가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세계 7대자연경관 투표는 전화를 이용해 한 사람이 무제한의 중복투표를 던질 수 있기 때문에 가벼운 여론조사 수준의 객관성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 투표의 결과를 누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누군가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용한 인기투표 이벤트를 열고 거기에서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기획했다는 수준에서 바라보면 적당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이벤트를 '제주도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제주도 공무원들이 전화투표에 매달리며, 정부가 대사관까지 동원해 투표를 권장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면 이는 병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N7W재단이 비서구국가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오리엔탈리즘을 이용해 장삿속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7대자연경관의 선정이라는 아이디어는 비서구 국가들에게 '우리 것의 격과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준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끌려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사업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각 국가들은 국가 간 투표경쟁이라는 틀에 갇히게 되고 결국에는 서로 질세라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투표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각 국가들이 그 투표경쟁에 더 깊이 빠져갈수록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주머니는 더욱 더 부풀어 오른다."

 

이들은 "그들이 중국·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멕시코·필리핀 등과 같은 나라들에 특별한 공을 들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인구 수와 통신환경을 고려해볼 때 이 나라들은 다른 어느 나라들보다도 많은 (전화) 투표수를 끌어낼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재단에 많은 이익을 안겨줄 나라"라고 꼬집었다.

 

"중복투표 허용해 한 투표자로부터 최고치의 이익 뽑아내"

 

 

또한 이들은 N7W재단이 중복투표를 허용해 "한 투표자로부터 취할 수 있는 최고치의 이익을 뽑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명의 투표자로부터 가능한 최대의 반응(최대 전화통화수, 클릭수 혹은 문자수)을 유도"하면 그 사람이 쓰는 통신비의 상당부분이 뉴오픈월드(재단이 세운 영리회사)를 통해 재단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는 N7W재단이 세운 영리회사다. NOWC라는 자회사를 통해 기업후원금, 방송수익금, 전화투표 수입, 라이센싱 등의 방법을 통해 수익을 얻고, 그 수익으로 N7W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재단이라는 재단 측 주장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A그룹의 홍길동 회장이 '홍길동 재단'을 비영리집단으로 설립해서 '한국 7대경관 선정' 캠페인을 한다고 치자. 그리고 자신들은 비영리집단이니 '홍길동 파이낸스'라는 영리법인을 내세워서 모든 상업적 활동을 대행케 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비영리적 활동이라고 통칭할 수 있을까? 현재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주관하는 세계 7대경관 선정행사도 이와 같은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두 개의 긴밀한 조직을 만들어 하나는 영리활동을 담당하고, 하나는 비영리재단이라 한다면 전체를 놓고 봐야지 단순히 하나의 조직을 떼어 비영리재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점의 공론화에 나선 이들은 최근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UN 협력사무국으로부터 두 차례(5일과 13일)에 걸쳐 "우리 사무국은 N7W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 않다"는 이메일 답변을 얻어낸 것이다.

 

이들은 "UN 협력사무국의 답변은 뉴세븐원더스재단이 허위 사실로 자신들의 권위를 포장하고 그것에 기대어 자신들의 사업을 홍보해왔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며 "(제주-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는 조속히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뉴세븐원더스재단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간차원에서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투표하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제주도·추진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고 지금과 같은 국가아젠다로서의 추진은 중단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 인터뷰 전문 보기


태그:#뉴세븐원더스재단, #세계 7대자연경관, #범국민추진위, #버나드 웨버, #누리꾼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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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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