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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순천에서 정동영 최고위원님의 연설, 감동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한 민주당의 선택이 빛나는 선거 만들겠습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트위터(@heenews)에 글을 올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전날 열린 4.27 순천 보궐선거 야4당 공동유세에 민주당 대표로 참여해준 그에 대한 감사였다.

 

이 대표는 선거유세 당시에도 정동영 최고위원과 함께 순천 연향동 상가를 방문하며 '야권단일후보 김선동'을 알리고 다녔다. 정 최고위원이 순천을 떠난 뒤에는 함께 해준 순천의 민주당 당원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를 전했다. 이 대표의 손을 맞잡은 민주당 당원들은 웃으며 이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딛고 '무공천'을 결단한 민주당과 그 어려운 결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민노당. 두 당의 모습은 참으로 훈훈했다. 그러나 19일 새벽 이 대표의 트위터엔 이 훈훈함에 찬물을 끼얹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면 민주당 후보라고 말하는 것 선거법 위반 아니냐(@pronounce)"는 질문에 "야권연대 합의시 지역별로 공동선대본 만들기로 했는데 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는 논의조차 안 하겠답니다, 그 여파로 무소속 후보들이 자기가 민주당 진짜 후보라 하는 거겠죠"라고 답했다. 

 

공동 선거대책본부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황. 사실 이것이 순천 야권연대의 현실이었다. 앞서 야4당은 "중앙 차원의 공동선거대책위원회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 등의 이유로 구성하지 않되, 해당 선거구별로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결론냈다.

 

'무공천' 순천에선 야권연대 사실상 작동 않는다?

 

순천에서의 야권연대가 사실상 작동되지 않는단 얘기는 선거 초반부터 불거졌다.

 

순천에서는 무소속 김경재 후보를 제외한 구희승·박상철·조순용·허상만·허신행 등 총 5명의 후보가 '무공천'을 결정한 민주당을 탈당해 보궐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당선 뒤 복당"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민주당 밑바닥 조직이 상당부분 흡수돼 있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노당 후보에 대한 조직적 지원이 애당초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 유력 정치인들의 잇단 무소속 후보 방문도 구설수에 올랐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강래 전 원내대표는 지난 9일과 16일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후보를 방문했다. 박 원내대표와 이 전 원내대표 모두 "개인적 방문"으로 의미를 축소했지만 정작 조 후보는 이 사실을 강조하며 유세 중이다. 

 

조 후보는 이에 더해, 정동영 최고위원이 김선동 후보 지원유세를 하기 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선전을 기원했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야4당 공동유세가 진행된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최고위원이 '반드시 승리해 민주당에 들어오라, 이번 순천 민노당 지원유세는 정치적 해석으로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순천의 야권연대를 방치하고 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것 아니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야4당 공동유세가 벌어진 순천 대신 강원도로 발길을 돌린 것을 두고도 민주당이 순천 야권단일후보의 당선에 적극적이지 않단 분석이 쏟아졌다.

 

이낙연 "지역당원들의 집단반발도 자제시켰는데... '방치'한 것 아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당사자나 민주당은 이같은 해석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정 최고위원이 조 후보의 주장을 전해듣고 상당히 격노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오랜 인연을 생각해서 조 후보만이 아니라 다른 무소속 후보들에게도 '선거기간 고생이 많다, 선전하라' 정도의 격려성 전화를 돌렸는데 조 후보가 이를 비약해 선전했단 얘기였다.

 

정 최고위원도 트위터(@coreacdy)를 통해 "제가 순천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후보 지원유세를 간 것은 그것이 민주당과 야권이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라며 "몇몇 언론내용은 거짓이다, 아무리 선거지만 참으로 유감이다"고 직접 밝혔다.

 

이강래 전 원내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순천야권연대는 지도부에서 한 일이니 존중해야 한다"며 "개인적 차원에서 인연이 깊은 조순용 후보를 격려방문을 한 것이고 민노당의 후보도 (제 방문을)양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중앙당 차원의 해명도 이어졌다.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순천을 방치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당대표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득표한 최고위원이 (공동유세를 위해)내려간 것이 방치인가, 지역당원들의 집단반발을 자제시킨 것이 방치일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야4당 공동유세에 참여했고, 이에 반발한 순천 지역 당원들이 집단행동을 취하려는 것을 제지시키는 등 당이 야권연대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박 원내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의 무소속 후보 방문에 대해선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알지만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전에 보고했더라면 막았을 것이다,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립서비스' 아닌 조직적 지원 필요... "박지원 원내대표, 올 거라 믿는다"

 

그러나 순천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성이 100% 인정받기 위해선 선거지원 태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지 못한 김선동 후보와 다른 무소속 후보 간의 격차가 극히 근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노당은 오는 23일 예정된 순천 보궐선거 야4당 공동유세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참여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또 박 원내대표에게 현재 민주당 몫으로 비워진 순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줄 것도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현재 지도부 중 천정배 최고위원은 강원도에, 김영춘 최고위원은 김해을에, 이인영 최고위원은 분당을에 상주하는 등 다른 선거구에 붙박이로 계신 분들이 많다"며 "또 개인적인 인연으로 볼 적에 도저히 순천은 어렵겠다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것까지 당이 강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순천 유세 참여에 대해선)일정을 확인해봐야 한다, 확답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현재 강원도지사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어 (순천 선대위원장 요청을)사양했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의 측근은 "현재 재보선을 치르는 지역 모두 박 원내대표의 지원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루하루 일정이 잡히고 있는데 23일 지원유세 일정을 지금 확답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순천의 민주당 지역 조직들의 지원여부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민주당 기초·광역의원 14명이 무소속 허상만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 '박연차 게이트' 사건 대법 판결로 지역구를 잃은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의 뜻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서 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 제 입장에서 선거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위치가 아니고 내가 누구에게 가라 마라할 입장도 아니다"며 이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서 전 의원은 "선거 개시 막바지까지도 각 시·도 의원 등이 무소속 후보들을 지원하려는 것을 막기도 했고 얼마 전 지역에서 정 최고위원 지원유세를 막겠다고 할 때도 그러지 말라고 말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야권연대 협상 당시, 민주당도 참여하는 후보선출과정이 있어야 민주당 사람들을 설득해서 선거에서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무공천) 일방적으로 단일화가 진행됐는데 민주당 보고 받으라면 받을 수 있겠나"라고 지역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의 당원 중 일부는 6·2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노관규 시장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게 민노당 쪽에서 당초의 합의를 깨고 후보를 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런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노당은 "이정희 대표가 강원도나 김해를 오가면서 야권연대에 충실히 임한 만큼 민주당 지도부들도 그렇게 나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야권연대란 대의에 충실히 복무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박지원 원내대표가 23일 공동유세에는 오실 것이라 확신한다"며 "김 후보가 당선돼야 야권연대가 완성되는 만큼 민주당이 야권연대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순천 , #4.27 재보선, #야권연대, #박지원,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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