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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청소노동자들 투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임경지 연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학내 청소노동자들 투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임경지 연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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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9일째 타결은 됐지만 전 기쁘지 않아요. 속상해요. 시급 4600원이란 작은 승리를 거둬 조합원들께서 좋아하시니 다행이고 저도 꼭 그만큼만 좋아하려고 해요. 저희에게는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에게 빚진 것을 조금이나마 갚는 투쟁이었어요."

공공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청소용역 노동자들 투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함께 한 임경지 연세대학교 사화과학대학 학생회장(24세·행정학과). <노동과세계>가 연대분회 투쟁이 타결되던 날, 지난 8일 그를 만났다.

"타결 이틀 전(6일) 용역업체들이 사과한다고 와서는… 유감이라고…. 그건 사과가 아니었어요. 저희가 그랬어요. 분명히 사과하라고."

노동자들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그들은 정말 뻔뻔스러웠다. 잘못을 사과할 줄도 모르는 그들. 임경지 회장은 그때 얼마나 서러웠는지 조합원들을 껴안고 펑펑 울어버렸다.

"우리는 화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경지야, 우리가 못 배워서 그래."

조합원들은 임 회장을 위로했다. 경지는 또 울었다.

"노동자들을 하찮게 보는 그들의 시선이 역겨웠어요.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나이드신 조합원들한테… 노동자들을 수단으로만 보는구나… 비정규직이 이렇게 서러운 거구나 싶었죠."

학내 청소노동자들 생존권 투쟁을 함께한 것이 그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임 회장은 청소노동자들 임금투쟁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노동강도가 너무 센 것이 문제라고 했다. 5층짜리 기숙사동을 4명이, 11층짜리 새천년관을 7명이 청소한다고 했다.

"어렵게 휴가를 가려 해도 아침에 나와 청소를 해놓고 가시더라구요. 정말 암담해요.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강도를 당연한 것처럼 강요하고 있어요."

연세대를 비롯한 서경지부 산하 4개지회 투쟁이 벌어지면서 학교는 민주노총과 서경지부가 외부세력이라며 나가라고 했다. 파업이 시작되면서 학내 쓰레기가 쌓이자 학생들은 "학생회가 청소하라"며 비난했다. "억장이 무너졌어요. 대학사회가 양극화되고, 지식인사회가 보수화되는 모습이 무서웠어요."

그는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국가라면 비정규직 투쟁이 필요 없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국가가 공공성을 포기하고 나라를 시장으로 기업으로 만들고 있어요. 개인이 삭제되지 않고 다 드러낼 수 있는 사회, 그로 인해 힘든 것도 즐길 수 있는 사회, 그런 공동체가 되면 좋겠어요."

임경지 회장은 용산참사가 인생 최고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했다.

"국가가 국가이길 포기한 거죠. 현 시점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약자의 눈높이에 모든 것을 맞추고 그 약자가 이익을 볼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평등 아닐까요?"

임경지 학생회장은 단과대 학생회장에 당선된 후 4학년이 되면서 휴학했다. 학생회 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서였다. 비싼 등록금, 학생들 주거권 문제, 학교 밥값이 비싼 것 등 운동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그는 한 국가의 지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정부예산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예산비평가'가 되고 싶다는 임 회장. 그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던 자신이 잘 쓰여지고 싶다고 했다.

"이번 청소노동자들 투쟁은 제가 편하게 지내며 당연히 누렸던 것들, 그로 인해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는 건 아니었나 생각해보는 성찰의 기회이기도 했어요. 제 20대 삶을 일상투쟁을 통해 생활의 진보를 이뤄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하며 살 겁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운동 속에서 더 낮은 자세로 건강하게 고민하며 최선을 다하는 임경지 학생회장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온오프라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민주노총, #청소노동자, #최저임금, #연세대분회, #임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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