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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을 앞두고 무소속 송훈석(강원 속초.고성.양양) 의원이 11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3선의 송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정권이 대한민국을 총체적 위기에 빠트렸다"며 "위기로부터 국가를 구할 수 있는 정당은 오직 민주당 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입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민주당의 의석은 86석으로 늘어났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무소속 송훈석(강원 속초.고성.양양) 의원이 11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3선의 송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정권이 대한민국을 총체적 위기에 빠트렸다"며 "위기로부터 국가를 구할 수 있는 정당은 오직 민주당 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입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민주당의 의석은 86석으로 늘어났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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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라는 단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그 뜻이 두 가지다. 하나는 '철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가며 사는 새'로 국어사전상의 '철새' 정의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비속어인데 '철새 정치인'이다.

우스갯말로 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하나는 '조류'이며 하나는 '인간'이라고 한다. 그만큼 철새 정치인이라는 말 역시 철새의 정의와 그 뜻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철학과 신념과는 상관없이 그때 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정당으로 옮겨가는 정치인.'

그렇다보니 직업 정치인에게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보다 더 무서운 낙인은 없을 듯하다. 지난 2000년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총선시민연대 역시 낙천, 낙선운동의 대상으로 삼은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철새 행태를 보여온 이들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불명예스러운 낙인과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철새 정치 행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오는 4·28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입당을 선언한 한 무소속 국회의원의 행보를 두고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송훈석 의원, 정치 입문 15년간 행적을 살펴봤더니

4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입당을 선언한 송훈석 의원(3선, 속초-고성-양양)의 정치 행보는 상당히 어지러웠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검사 출신으로, 속초 지청장을 역임했다. 그러던 1996년, 그는 당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후보로 처음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로 정권이 교체되자 '힘있는 여당론'을 내세우며 처음으로 정당을 바꿨다. 그리고 이어진 2000년,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16대 국회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3선 고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그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새천년민주당에 남았고 결국 그해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에 이어 3위로 낙선하고 말았다.

그의 어지러운 정치 행보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다가온 18대 총선. 송훈석 의원은 무소속으로 재차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애초 한나라당 공천을 기대하고 입당 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당시 각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그가 신청한 한나라당 입당 신청은 보류되었고 결국 국회의원 공천 신청도 하지 못하는 푸대접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특히 당시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다는 전력에 발목이 잡힌 박종웅 전 의원 등 25명과 함께 한나라당 입당이 보류된 송 의원은 개인 성명까지 내며 "이번 만행에 대한 입당불허 결정취소 청구소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 어떤 형태로든 출마해 한나라당의 조치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결국 그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재선급 의원 출신답게 압도적인 인지도로 정치 초짜였던 한나라당을 밀어내고 3선 고지를 밟게 되었다. 당시 득표 현황을 살펴보면 무소속 송훈석 후보는 41%, 2위를 차지한 한나라당 후보는 37.1%였으며 통합민주당 후보는 16.6%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소속이라는 열세를 딛고 송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그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유권자에게 여러차례 약속한 말, "당선되면 한나라당으로 입당하겠다"는 약속 역시 크게 주효했다고 평한다.

송훈석 의원, 당선되면 한나라당 입당 약속

실제로 그는 이 같은 약속을 수차에 걸쳐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속초 지역 주간지 <설악신문> 보도에 의하면 2008년 3월 27일, 그는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지자 300여 명을 두고 "3선 중진의원이 되면 설악권을 되살리기 위해 반드시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선거기간 중 개최된 국회의원 후보 초청 방송 토론회에서도 그는 역시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한편, 그의 이러한 한나라당 입당 공약은 당시 국회의원 선거 국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되었다. 2008년 4월 7일자 <설악신문>이 보도한 당시 국회의원 후보를 상대로 한 개별 인터뷰 기사에서 그 논란을 확인할 수 있다.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으로 옮겼다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고, 당선 후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철새정치인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

이에 대한 당시 송훈석 후보의 답변은 당당했다.

"정치하는 목적이 국민과 지역주민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개인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만 지키다 보면은 국민은 뒷전에 있게 됩니다. 저는 정치가 국민을 위한,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 우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겼던 것은 여당의원이 아니면 지역현안을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며, 민주당에서 탈당한 것은 당시 민주당이 와해되어 지역정당으로 전락을 해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는 당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는 한나라당 입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여당 의원이 아니라면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없어 당연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처럼 줄곧 자신의 지지자 앞에서 약속했고 또 스스로 신념처럼 간직하고 있던 '힘있는 여당'을 포기하고 야당인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송훈석 입당을 반기는 민주당, 선거만 이기면 된다?

"2010년 10월경, 송훈석 의원이 한나라당 중앙당에 입당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강원도당 차원에서 논의한 결과 입당을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입니다. 저도 송 의원과 같이 정치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학교 후배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정치하면 안 됩니다."

한나라당 소속 강원도의원인 김시성 의원(속초)은 기자와 한 전화에서 송 의원이 왜 한나라당 입당을 포기했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확인해 주었다.

반면 민주당 강원도당은 달랐다. 최영찬 민주당 강원도당 사무처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송 의원의 입당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었다. 송 의원의 입당설이 무르익어가던 지난 3월 중순경, 그는 송 의원의 입당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송 의원으로부터 공식적인 입당 요청은 아직 없는 상태지만 만약 민주당으로 입당한다면 강원도지사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우리로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송 의원이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선된 사실이 있어 정치적 DNA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송훈석 의원의 민주당 입당를 바라보는 민주당 인사들의 반응 역시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송 의원의 입당에 대해 "만루 홈런을 쳐 줬다"며 환영과 기쁨을 표시했고, 송 의원의 입당에 실질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천정배 최고위원 역시 "노란 개나리와 함께 송 의원이 민주당에 봄을 몰고 왔다"며 강원도지사 선거에 송 의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송훈석은 되고 유성엽은 안 되는 이유?

지난 2010년 1월 12일 당시 무소속이던 정동영 신건 유성엽 의원의 실무자들이 민주당에 복당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월 12일 당시 무소속이던 정동영 신건 유성엽 의원의 실무자들이 민주당에 복당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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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이 잘못된 철새 정치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양심적 정치인이 정의'가 아니라 '물구나무를 서더라도 당선만 되면 정의'이며 그 나머지는 논쟁할 가치도 사라지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것이 늘 노무현의 적통 운운하며 말하는 민주당 정신인지 참담할 뿐이다.

그렇기에 송훈석 의원의 민주당 입당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실망하여 권력 교체를 바라는 이들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반드시, 꼭, 확실하게' 또는 '어떻게 해서라도' 등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바라는 권력 교체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정치적 양식조차 무너지는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같으면서 다른 결론을 적용받은 정치인의 행보 역시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그는 송훈석 의원과 달리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된 전북 정읍 출신의 유성엽 의원이다. 그는 송훈석 의원처럼 "당선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지지자에게 밝혔고 그 약속대로 지금까지 민주당 복당을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는 한결같이 민주당으로부터 복당이 거절되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논란이 되었던 정동영 의원이나 신건 의원이 복당된 점으로 봐도 역시 이상하다. 그만 홀로 복당이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지지 기반이 약한 것도 아니다.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그 해 61%를 득표, 전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들 중 두 번째로 높은 득표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복당 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11일,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며 재차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다. 도대체 한나라당 간다고 공언한 송훈석 의원은 되고 줄기차게 민주당만 이야기해 온 유성엽 의원은 안 되는 그 기준이 또 무엇인가. 너무나 궁금했다.

송훈석 의원, 그의 정치적 둥지는 오늘이 끝? 진짜?

과연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에서 송훈석 의원이 얼마나 큰 기여를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를 영입한 민주당도, 그리고 영입된 송 의원도, 그리고 이 과정을 흐뭇하게 여기는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도, 철새 비난에 대한 관심은 없고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은 과연 송훈석 의원의 '정치적 둥지'가 오늘이 마지막일까다. 그는 지금까지 스스로 말한 것처럼 필요에 따라 당을 바꿨다. 그렇기에 그는 언제든 자신이 불리해지면 새 둥지로 떠나지 않을까? '지역 발전을 위해 힘있는 여당이 필요하다'는 그의 당당한 주장 앞에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제 무색해질 뿐이다. 그것이 정치 개혁 요구로 들끓던 지난 2000년으로부터 11년이 지난 오늘, 달라지지 않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2011년 4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서 송훈석 의원은 민주당 주요인사의 입당 환영 인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동해바다의 물을 퍼서라도, 태백산맥의 구름을 잡아서라도 강원도지사를 반드시 당선시키겠다."

동해바다와 태백산맥까지 들먹이며 그는 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정치인이 철새라는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선거만 이기면 모든 것이 선인가. 또 그렇게 얻은 승리가 정말 부끄럽지 않은지, 민주당의 결정이 안타깝다. 그야말로 안쓰러울 뿐이다.


태그:#송훈석, #속초, #민주당, #철새, #노무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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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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