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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이와 똘망이 아빠의 모습.
 똘망이와 똘망이 아빠의 모습.
ⓒ 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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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똘망이 엄마 보고 싶지? 나도… 아빠도 너무 보고 싶다."

목을 가누지도 못하는 5개월 된 아이를 안고 아빠 서창민(32)씨는 그렇게 한참을 얘기한다. 창민씨는 아직도 아들 민혁이를 똘망이라고 부른다. 똘망이는 아내가 임신했을 때 불렀던 태명이다. 아이를 갖고 너무나 기뻐하던, 배불뚝이가 됐다며 괜한 투정도 부리던 아내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내 창민씨의 두 뺨 위로 눈물이 흐르고 만다.

제왕절개술 후 5개월째 의식 불명

똘망이 엄마 유효정(32)씨는 5개월째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깨어나지 않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병명이 없다. 병원 차트에 적혀 있는 병명은 그저 '반혼수상태'일 뿐이다.

창민씨는 출산예정일보다 조금 빠른 지난해 11월 1일 아내의 양수가 터져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 내내 건강한 산모의 모습을 유지했던 터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6시간 넘게 자연분만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고,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렇게 10여 분 뒤, 갑자기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느낀 창민씨는 무작정 분만실로 뛰어 들어갔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영화에서만 봐왔던 심폐소생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니 왜 이런 일이…"

원인 알 수 없어 치료도 안돼

즉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여전히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제왕절개술을 했던 산부인과도 대학병원도 모두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자궁 속 태아를 둘러싼 양수가 혈관 내로 들어가 혈관을 막는 '양수색전증'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도 확실하지는 않다.

원인을 몰라 이렇다 할 치료도 할 수 없는 상황. 그저 기력 회복을 위한 한방치료와 재활치료 등을 병행할 뿐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똘망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부산과 서울에 있는 유명한 산부인과와 대학병원 등을 찾아다녔다. 억울한 마음에 제왕절개술을 했던 산부인과에 책임을 묻기 위해 의료시민단체와 의료사고 전담 변호사도 만나봤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뾰족한 해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막대한 병원비에 생활고까지 겹쳐

병원비도 걱정이다. 반혼수상태라 중환자실을 자주 오가고,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어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 타이어 회사에서 기술직 형태로 일하는 창민씨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엄마 젖을 먹을 수 없는 똘망이의 분유와 기저귀 값도 매달 늘어만 간다.

그동안 아내와 함께 한 푼 두 푼 모아뒀던 돈은 이미 바닥났고,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신세지는 것도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똘망이 때문에 살던 집을 처분할 수도 없어 그저 막막하기만 한다.

충격의 그날은 결혼 1주년 기념일

창민씨는 점점 지쳐간다. 원인도 없고 더욱이 결과도 없다는 의사의 말이 창민씨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치료는커녕 의식 불명으로 얼마나 있게 될지, 혹은 얼마나 더 심각해 질지 내일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던 날, 그날이 바로 결혼 1주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분만실에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며 결혼기념일과 아이 생일이 같다는 생각에 괜시리 웃음도 났어요. 매년 11월 1일은 행복한 날로 기억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힘든 기억만 남을 줄이야…."

다크서클처럼 어두운 창민씨의 두 눈에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혼수상태, #양산, #안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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