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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상(潛像)'은 '필름에는 형성되어 있으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상태'를 말한다. 동아리 잠상의 이름은 '학생들의 드러나 있지 않는 꿈과 능력, 희망, 바람'의 의미이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드러낼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 시각장애인 사진동아리 '잠상' 창단식 '잠상(潛像)'은 '필름에는 형성되어 있으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상태'를 말한다. 동아리 잠상의 이름은 '학생들의 드러나 있지 않는 꿈과 능력, 희망, 바람'의 의미이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드러낼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 김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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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인천혜광(시각장애)학교 시각장애인 학생 13명으로 구성된 사진동아리 '잠상'이 인천혜광학교에서 학생들과 인천사진작가협회 지회장을 비롯한 여러 사진인들이 모인 가운데 창단식을 가졌다. 시각장애인은 확대된 문자를 사용하는 저시력 장애인과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잠상은 저시력 학생 9명과 전맹 학생 4명으로 구성됐다.

'시각장애인이 사진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데 촬영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촬영한 사진을 보지 못하는데 촬영한 것에 대한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시각장애인의 사진활동에 대하여 많은 궁금증이 유발된다.

이에 대해 잠상의 지도교사 이상봉(56) 교사는 말한다.

"사진은 사진기라는 매체를 통하여 보이는 것을 구현하고 표현하는 시각예술의 한 분야입니다. 그러기에 사진 활동에서 시각은 필수불가결의 요소임에 틀림이 없지요. 그러나 사진이 꼭 시각을 이용하여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은 없습니다."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촬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촬영자의 느낌과 감각,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거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거나 상황을 만들어 놓고 촬영한다면 시각을 통하지 않아도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가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나간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하며, 유럽의 슬로베니아에는 65세의 시각장애인이 프로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김현정은 고2 저시력 학생이다. 오래전 일반학교 시절을 기억하며 학교에서 집에까지 가는 하굣길을 촬영하였는데, 이 사진에 대해 "언제나 친구들과 시끌벅적했던 그 길이 그립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외롭지 않은 길이다."라고 하였다.
▲ 제목 : 하굣길 김현정은 고2 저시력 학생이다. 오래전 일반학교 시절을 기억하며 학교에서 집에까지 가는 하굣길을 촬영하였는데, 이 사진에 대해 "언제나 친구들과 시끌벅적했던 그 길이 그립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외롭지 않은 길이다."라고 하였다.
ⓒ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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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는 사진의 표현방식이 다양화되어가고 있고, 사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촬영하는 것만을 고집하던 시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사진을 단순히 기록을 목적으로 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사진이 계속적인 발전을 하여 예술의 세계로 넘어서고, 이제 촬영자의 심상을 다루거나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삶의 의미를 재조립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세상이 아니더라도, 상상력이나 고민과 사색 그리고 진실한 내면이 담긴 마음의 시각을 통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법을 개발하여 새로운 사진 세계를 창조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시각장애인은 사진을 할 수 없다는 기존 통념에 반하는 새로운 도전이며 또 다른 특별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여 시각장애인의 사진활동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명대학교의 양종훈 교수에 의하여 2008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사진교실은 서울시 등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아 이미 3회의 전시회를 개최한 바가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인 '우리들의눈'에서 워크숍과 함께 한빛맹학교 학생들과 사진작업을 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 인천의 세계도시축전 행사의 일부로 실시되었던 '에이블 아트'에서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이 사진 분야에도 접근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여러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도 사진강좌를 여는 등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져 있으며 이러한 여러 시도와 관심은 사진이 시각장애인에게 접근 불가능한 영역이 아님을 알리고 있다.

학생촬영대회 종합우승의 실력

인천혜광학교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있기 오래 전부터 사진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이에 적극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1995년 처음으로 사진부를 만들어 활동하였는데 이때 장애인예술제 참가 및 방학을 이용한 1박 2일 사진교실 운영, 교내 전시회 등의 활동을 한 바 있으며, 2005년에는 인천사진작가협회에서 주최한 41회 학생촬영대회에 참가하여 전원이 입상과 입선을 하여 중등부 종합우승을 하는 등의 성과도 올린 바 있다.

이번 사진동아리 창단은 이러한 역사를 발판으로 하여 만들어졌는데 이전 사진반이 학교의 특별활동 수준으로 활동한 반면 이번에는 학생 중심의 동아리 활동할 예정인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황태경군은 저시력 장애인으로 잠상 회장이다. 수업 장면을 촬영한 7장의 사진으로 '수업'이란 제목으로 전시하였다.
▲ 제목 : 수업 황태경군은 저시력 장애인으로 잠상 회장이다. 수업 장면을 촬영한 7장의 사진으로 '수업'이란 제목으로 전시하였다.
ⓒ 황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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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상의 회장인 황태경(고3)군은 "6살 때 너무 멋진 사진을 처음 보았는데 그때부터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시력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 욕망이 더욱 간절해졌어요. 그래서 사진가이신 이상봉 선생님께 사진부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게 되었지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황태경군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학교에서는 카메라를 구입해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 잠상이 만들어지게 되었단다.

김수빈은 전맹 장애인으로, 사진은 곰두리가 있는 자신의 침대를 촬영한 것이다. 그는 사진을 타임머신이라 한다. 사진을 보면 과거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제목 : HUMAN 김수빈은 전맹 장애인으로, 사진은 곰두리가 있는 자신의 침대를 촬영한 것이다. 그는 사진을 타임머신이라 한다. 사진을 보면 과거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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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맹 학생인 김수빈(고1)군은 "주위 상황을 들으면 찍고 싶은 생각이 나요. 그러면 그 장면과 상황을 오랫동안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느낌을 촬영하곤 하지요. 이 사진들을 훗날 제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지도교사 이상봉은 말한다.

"우리 학생들이 사진 활동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남과 다르게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즐거움이 바로 우리 학생들이 느끼는 즐거움이란 생각이지요."

시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기대감과 행위가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기계를 다루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셔터소리나 피사체를 담아내는 과정, 그리고 촬영된 사진에서 오는 만족감, 남에게 보여주는 즐거움, 또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친구와 함께 촬영하는 즐거움 등에서 이들도 즐거움을 갖고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것에 대한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사진을 평생 취미로 삼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동아리 창단의 목적이기도 하며, 졸업 후에도 카메라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가는 데 큰 활력소로 삼길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피드백을 받고 사진활동에 대한 즐거움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까 우려는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어려움을 극복하며 학생 스스로가 문제점을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사진과 소감을 보면 각자의 느낌과 개성이 있다. 사진동아리 잠상이 오랫동안 마음을 담은 사진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며, 따듯한 온기와 감동으로 우리의 심금을 울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2 박소영은 저시력 장애인이다. 소영이가 촬영한 6장의 사진은 모두 감성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미적 측면에서 보면 가장 돋보이는 사진이다. "나에게는 사진이 소중한 친구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자신감이 생긴다. 세상을 담자."
▲ 제목 : filling 고2 박소영은 저시력 장애인이다. 소영이가 촬영한 6장의 사진은 모두 감성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미적 측면에서 보면 가장 돋보이는 사진이다. "나에게는 사진이 소중한 친구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자신감이 생긴다. 세상을 담자."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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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저시력 장애인이다. 그는 말한다. "송도의 도시 풍경은 아름답다. 내가 느끼는 대로 도시의 풍경을 그리며 마음이 가는 대로 아름다운 도시를 찍었다."
▲ 제목 : 가려진 도시 이형진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저시력 장애인이다. 그는 말한다. "송도의 도시 풍경은 아름답다. 내가 느끼는 대로 도시의 풍경을 그리며 마음이 가는 대로 아름다운 도시를 찍었다."
ⓒ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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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력 장애인인 고3 조한솔은 잠상 부회장이다. 그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원반 부문의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작고 소박한 나의 고향.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하고 정겨운 나의 동네입니다. 촬영을 해보니 나름 멋있는 동네네요. 저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 해보니 잘 되더라구요. 할 수 없는 것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제목 : 우리 집은 아파트 저시력 장애인인 고3 조한솔은 잠상 부회장이다. 그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원반 부문의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작고 소박한 나의 고향.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하고 정겨운 나의 동네입니다. 촬영을 해보니 나름 멋있는 동네네요. 저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 해보니 잘 되더라구요. 할 수 없는 것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조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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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임희원은 전맹 장애인이다. 가장 열성적으로 사진에 접근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의 일상을 촬영하였다. 건널목과 도시, 그리고 대형슈퍼마켓 등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모두 희원이가 보기에는 흐릿하고 흔들리는 세상이다.
▲ 제목 : 흔들리는 세상 고1 임희원은 전맹 장애인이다. 가장 열성적으로 사진에 접근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의 일상을 촬영하였다. 건널목과 도시, 그리고 대형슈퍼마켓 등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모두 희원이가 보기에는 흐릿하고 흔들리는 세상이다.
ⓒ 임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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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문진섭은 전맹이다. "동아리에서 사진 촬영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내 생각이나 느낌을 통해 자연과 세상의 넓은 들판이나 건물, 그리고 이렇게 사진작품들을 만들 때마다 행복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한다."
▲ 제목 : 친구 고2 문진섭은 전맹이다. "동아리에서 사진 촬영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내 생각이나 느낌을 통해 자연과 세상의 넓은 들판이나 건물, 그리고 이렇게 사진작품들을 만들 때마다 행복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한다."
ⓒ 문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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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도는 고1 저시력 장애인이다. 부모님이 계신 문경에 가서 부모님과 집과 주변을 촬영해 왔다. "고향은 즐겁다. 행복하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이 있고 애들도 많고 멋진 소나무도 있다. 그래서 고향을 생각하면 항상 즐겁다."
▲ 제목 : 고향 김선도는 고1 저시력 장애인이다. 부모님이 계신 문경에 가서 부모님과 집과 주변을 촬영해 왔다. "고향은 즐겁다. 행복하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이 있고 애들도 많고 멋진 소나무도 있다. 그래서 고향을 생각하면 항상 즐겁다."
ⓒ 김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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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윤우성은 저시력 장애인이다. "나의 감각 그대로를 믿고 찍은 사진들이다. 초점 맞추는 연습과 흔들리지 않고 촬영하는 법도 연습할 것이다."
▲ 제목 : 국제업무지구 중3 윤우성은 저시력 장애인이다. "나의 감각 그대로를 믿고 찍은 사진들이다. 초점 맞추는 연습과 흔들리지 않고 촬영하는 법도 연습할 것이다."
ⓒ 윤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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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제는 전맹 장애인으로 고1이다.  2011년 인천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안마를 해 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다.
▲ 제목 : 봉사활동 김희제는 전맹 장애인으로 고1이다. 2011년 인천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안마를 해 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다.
ⓒ 김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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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각장애 사진, #잠상, #사진동아리 잠상, #이상봉, #인천혜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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