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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삼성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시각도 있는데?"(기자)

"그렇게 보이세요?"(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기자)

"정기적인 세무조사가 있지 않나요?"(이 회장)

 

최근 국세청이 삼성 일부 계열사를 상대로 벌이는 세무조사를 두고 논란이 일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한마디로 정치적 의도가 없는 정기적인 세무조사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영국 런던 스포츠박람회인 '스포츠 어코드' 행사에 참석한 뒤,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회장의 경제성적 낙제점 발언부터

 

삼성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초 이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행사 참석 때 현 정부의 경제성적에 대해 "낙제점은 면했다"라고 한 이후부터 불거졌다.

 

이 회장의 이같은 '낙제점' 발언 이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대기업 총수가 낙제점 운운하는 것이 서글프다"며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추진하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 이 회장이 "사회주의식 발상"이라고 말한 것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뒤늦게 삼성쪽에서 이 회장의 발언이 와전됐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재계 주변에선 자칫 '삼성이 괘씸죄라도 걸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 특파원간담회에서 '정치는 4류'라고 발언한 이후 정부로부터 시련(?)을 당했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그러자, 이 회장이 다시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영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이 전경련 발언의 진의를 묻자, "그것 때문에 골치가 좀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비판 소리도 들리고, 내 뜻은 그게 아닌데 완전히 오해들 하신 것 같다"면서 "내 뜻은 경제 성장이 잘 됐고, 금융위기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다. 이런 저런 면에서 잘했다는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발언 이후, 재정부 비롯해 공정위·국세청 조사로 이어져

 

하지만 이 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삼성을 비롯한 재벌에 대한 본격적인 옥죄기(?)가 시작됐다. 이 회장의 낙제점 발언을 강하게 비판한 윤증현 장관의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나섰다.

 

 

재벌 총수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사실상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하고 있는 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재벌 일가의 편법 증여와 상속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지적해 온 내용이었다. 물론 정부쪽에서 파악한 이같은 편법적인 대물림 사례에는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그룹 등 국내 재벌 상당수가 들어가 있다.

 

또 지난달 24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휴대폰 유통시장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시 공정위 시장감시국 직원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 직접 나가 조사를 벌이려 했지만, 삼성 직원들이 30분 넘게 이들의 출입을 가로막기도 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삼성 주요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삼성중공업 서울사무소를 비롯해, 호텔신라, 삼성물산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다. 호텔신라는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씨가 올해부터 사장으로 있다.

 

국세청과 삼성쪽에선 "4~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적인 세무조사"라며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기업의 정기 세무조사는 이미 작년에 선정되고, 올해 들어 조사국 등의 일정을 감안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갑자기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삼성 계열사가 60개 넘기 때문에, 매년 계열사들이 돌아가면서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의도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삼성 압박 논란에 대해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 주변에선 예사롭지 않은 시선이 여전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잡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여러가지 액션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삼성은 국내 최고 재벌기업으로 상징성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태그:#이건희, #윤증현, #사회주의,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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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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