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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찬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
 양원찬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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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일이 '사기극'이라니…."

양원찬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은 몹시 격앙돼 있었다. 그는 5일 기자와 마주 앉자마자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한 블로거의 글과 기사들을 향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죽을 고생을 하면서 하고 있는데 이게 뭐가 나쁜 거냐? 원수지간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사해 지키기' 캠페인을 함께 하고 있는데, 전쟁 중에도 자연을 매개로 화합하고 있는데,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면 되느냐?"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우며 한숨을 돌린 양 사무총장은 "범국민 추진위가 어떻게 태동했는지부터 설명해주겠다"며 범국민추진위가 구성된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선포식 전에 16개 언론사 사장과 면담해 협력 이끌어냈다"

제주도는 지난 2009년 7월 뉴세븐원더스재단(N7W재단)으로부터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28개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음을 통보받았다. 김태환 당시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관광공사에 추진을 지시하긴 했지만 정부와 시민의 관심 부족으로 지지부진했다.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돌아다녔지만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근민 신임 도지사 업무보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보고됐다. 우 지사가 '이렇게 좋은 일은 추진해야 한다'고 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우 지사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뜨지 않았다. 영어로 안내하는 통화로 인해 언어장벽이 있었고, 한 건당 1400∼1500원 하는 비싼 통화요금(001/00700+44-20-334-709-01)도 큰 걸림돌이었다.

"도지사가 홍보하는 행사장에서 그 전화를 썼다. 그런데 노인들은 영어 안내도 짜증스럽고 (안내가) 기니까 중간에 끊어버렸다. 그래서 돈을 내고도 유효투표율이 40%에 그쳤다."

이런 처지에 놓이자 우 지사가 양 사무총장에게 "범국민추진위 같은 조직을 만들어 범국민운동을 벌이면 되지 않겠냐"며 "양 박사가 수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양 사무총장은 이어령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만나 범국민추진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설득했다.

"그런데 이어령 선생이 '내 나이가 78세인데 내년부터는 대외활동을 중단하려고 한다, 좀 젊은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야 하지 않겠냐'며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추천했다. 내가 몇 년 전 했던 '김만덕 나눔쌀 만석 쌓기' 행사에서 정 전 총리가 축사했을 때 인사 나눈 인연밖에 없었다. 내 주위에 정 전 총리를 잘 아는 인사는 좌승희 현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이었다. 좌 이사장이 정 전 총리와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었다."

지난 1월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범국민추진 선포식'.
 지난 1월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범국민추진 선포식'.
ⓒ 제주-세계 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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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에서 물러나 있던 정 전 총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지난해 12월 13일 강남 학동역 근처의 한 건물에서 범국민추진위 개소식을 열었다. 하지만 '홍보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무턱대고 문화체육관광부 기자실을 찾아갔다. 그곳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설명했다. 처음에는 생뚱맞다는 듯 웃더니 설명을 듣고 나서는 '비정치적이고 좋은 일이니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후 여행기자협회와 외신기자협회에도 가서 얘기했다. 이렇게 언론에 알려지게 됐다."

이어 1월 13일 대국민선포식을 앞두고 방송사, 전국 일간지 등 '16개 언론사 사장들'을 직접 만났다. '언론사 순례'에는 정운찬 위원장과 우근민 지사, 양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를 통해 주요 언론들로부터 협력하겠다는 뜻을 얻어냈다.

1월 13일 대국민선포식이 끝난 후 언론의 집중보도로 '열기'가 서서히 만들어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인터넷을 이용해 투표했고, 민주당은 지원특위를 만들었으며, 국회에서는 지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도 명예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민간의 '범국민운동'이 국가 차원의 행사로 커졌다. 

"하늘에 맹세코 정치인들이나 정부 쪽 인사들을 만난 적이 없다. 청와대에도 '도와 달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영부인이 명예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아마 이것이 뜰지 안 뜰지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청와대에서 우리한테 전화가 와서 '영부인이 명예위원장을 맡으면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당연히 맡아주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부인이 명예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비영리재단 아니라면 유엔이 그 재단과 파트너 하겠나?"

양 사무총장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가 '순수한 민간단체의 범국민운동'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을 주도하고 있는 N7W재단의 실체와 공신력 등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영리재단을 내세우고 있지만 돈벌이를 위해 이런 행사를 벌이는 영리조직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맞서 양 사무총장은 N7W재단이 유엔(UN)의 파트너라는 점과 2007년 '신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점을 '신뢰'의 근거로 제시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단이 2007년에 한 일을 봤다. 당시 리스본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유엔의 대외협력국장이 나와 연설했다. 재단은 유엔의 새천년 밀레니엄 프로그램 파트너다. 그런데 재단을 안 믿을 수 있나? 게다가 2007년 행사가 성공했지 않나? 우리는 '7대 불가사의' 선정할 때 참여하지 않아 (재단이) 생소하지만, 그때 참여한 나라나 그 행사가 생방송 된 나라는 다 알고 있다. 인도 쪽에서 부정적인 기사가 하나 나왔지만 90% 이상이 이 행사를 지지하는 기사들이다."

하지만 유네스코(UNESCO)에서는 지난 2007년 "'신세계 7대불가사의'는 전 세계가 아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일부의 의견만을 반영한 개인적 사업의 결과일 뿐"이라며 "이러한 시도는 대중에 의해 뽑힌 유적지를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호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가 이러한 유네스코의 공식견해를 언급하자 양 사무총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유네스코가 N7W재단을 비판한 게 아니라 자기 조직과 관계없다고 한 것"이라며 이렇게 반박했다.

"(N7W재단은 유엔의 파트너이지만) 유네스코는 유엔의 산하기관이다. 재단은 유엔의 파트너로 올라가 있는데 산하기관이 뭐라고 했다고 해서 (유엔의 파트너인 재단을) 나쁘게 해석하면 안 된다. 우리가 나쁜 짓 하면서 제주도를 알리겠나? 우리가 재단에 현혹돼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N7W재단의 상업성 의혹은 여전하다. 2007년 '신세계 7대불가사의' 선정 투표가 진행될 당시 이집트 정부는 "N7W재단은 스위스의 여행사 소유주가 운영하는 영리단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양 사무총장은 "재단은 스위스에 등록된 비영리재단"이라고 반박했다.

"비영리재단이 아니라면 유엔이 재단을 파트너로 하겠나? 물론 이런 시비를 걸기도 하더라. 재단 홈페이지에 구글 광고가 걸려 있는데 이걸 보고 상업적이라고 한다. FIFA나 IOC에서 (거액의) 방송료를 받아가는데 왜 그런 곳은 비판하지 않고, 조그마한 데만 뭐라고 하나? 물론 재단을 운영하려면 엄청난 운영비가 들 것이기 때문에 재단이 FIFA 월드컵을 흉내 내겠지만 그것은 조족지혈이다. 게다가 수익금의 50%를 세계유산 보호에 쓴다고 정관에 나와 있지 않나?"

하지만 기자가 "그런 내용이 들어 있는 정관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양 사무총장은 "기자는 우대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재단에 연락하면 24시간 안에 답변해줄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그는 "투표하기 위해 10억 명이 달려들어 재단이 (업무처리) 감당을 못하기 때문에 인터넷 소통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재단이 '신세계 7대불가사의' 행사로 벌어들인 수익금이 얼마이고, 그것의 50%가 세계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지출됐는지 확인했느냐?"고 묻자, 양 사무총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재단의 수익이 얼마 났는지 어떻게 내가 따지나? ('을'의 처지에서) '갑'(N7W재단)한테 꼬치꼬치 따지면 좋겠는가? 그쪽이 우리 상전이다. 뭔가 부탁하는 사람이 '너 약점을 캐야겠다'고 하면 되겠나? 우리가 기자도 아니고…. 우리는 단순하다. 제주도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만 따진다."

투표 위한 통화 1건당 130원에서 180원으로 오른 이유

지난 3월 23일 청와대에선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를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범국민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직에 추대하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3월 23일 청와대에선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를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범국민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직에 추대하는 행사가 열렸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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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7W재단을 둘러싼 또다른 상업성 의혹은 통화요금 수익 배분과 관련돼 있다. 인터넷과 전화로 이루어지는 투표과정에서 통신회사들과 재단이 수익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이를 들어 일부에서는 N7W재단이 비영리재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우 KT가 투표를 위한 단축번호(001-1588-7715)를 제공하고 있다.

양 사무총장은 "나중에 특정기업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까 봐 KT, SKT, LGT 등 세 통신회사에 모두 연락해 만나자고 했다"며 "하지만 KT에서만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N7W재단과 맺은 통신협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재단의 허가를 받지 않고 단축번호를 만들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재단, 영국통신회사와 통신협정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통화요금이 130원에서 180원으로 올랐다. 나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데 고품질 통화와 저품질 통화가 있다고 한다. 그에 따라 통화요금이 몇십 원씩 차이가 난다. (저품질 통화로는) 유효투표율이 60%밖에 안 된다. 그래서 이것을 80∼90%로 올리려면 통신협정을 맺어서 고품질 통화로 해야 한다고 했다. 통신협정은 재단과 영국통신회사, KT가 맺기 때문에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다."

양 사무총장은 "28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통화요금이 싸다"며 "우리보다 더 못사는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더 비싸게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충설명에 나선 박재석 사무국장은 "통화요금을 KT에 내지만 그것을 SKT, LGT는 물론이고 국제통신사업자와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즉 N7W재단과 계약을 체결한 영국통신회사에서 통화요금 일부를 수익으로 가져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얼마의 비율을 가져가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양 사무총장은 "통신협정에 우리가 관여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싸고 쉽게 전화할 수 있도록만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2시간 동안 열변을 쏟아낸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가 아무리 캠페인을 하지만 투표는 잘 안 되고 있다.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적극적인 사람 외에는 투표 안 한다. 누구는 5000만 명이 전화투표하면 70억 원이 든다고 하는데, 70억 원을 들여서 5000만 명이 찍는다고 하면 내가 욕 얻어먹겠다. 제주도 인지도 높이는 것만 해도 효과가 엄청나다."

한편, N7W재단쪽에서는 그동안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으며,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에서 월드투어행사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재단 설립자인 버나드 웨버도 직접 참여한다. 

"재단과 스폰서 계약 안 한 기업은 캠페인 참여 못해"
제주도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9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범국민추진위에 공무원도 파견한 상태다. 범국민추진위가 민간기구이긴 하지만 지방정부로부터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고 있는 셈이다.

양원찬 사무총장은 "처음부터 예산이 나온 건 아니었다"라고 전제한 뒤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내 소유라서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며 "제주도에서 사무국장과 직원 두 명의 월급, 관리비, 팸플릿 제작비, 파견 공무원 등을 지원받고 있다"고 전했다. 양 사무총장은 "중국, 영국, 미국 등에서 팸플릿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그것을 만들 돈도 없다"며 "현재 홍보는 보도자료를 내는 것밖에 없다"고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다.

"대한민국에 우리처럼 국민운동을 하는 곳이 있나 조사해보라. 정부가 예산을 줬나, 우리가 정부에게 얻어온 게 있나. 기념 배지나 티셔츠도 못 만들고 있다."

양 사무총장은 "미국 교포사회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이 제주 때문에 화합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런데 왜 국내에서 고춧가루를 뿌리냐?"고 비판 보도 등에 거듭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양 사무총장은 "재단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아니면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지지 선언을 할 수 없다"며 "그래서 현재 기업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범국민추진위에서 국내 대기업 등으로부터 협찬(스폰서십)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기업이 N7W재단의 스폰서로 등록되어야 한다는 것.

양 사무총장은 "부도덕한 기업이 이 행사를 자신의 간접광고에 이용하는 등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재단에서 미리 스폰서 기업을 등록받고 있다"며 "스폰서 기업으로 등록되어야 우리가 그 기업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사무총장은 제주제일고와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여년간 정형외과 의사로 활동했다. 13년간 프로야구팀인 두산 베어스 팀닥터를 맡았으며 현재 김만덕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태그:#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뉴세븐원더스재단, #제주-세계 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 #양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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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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