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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안에 1만 명의 당원을 모으겠단다. 온라인에서 창당된 지 5일 밖에 안됐는데 말이다. 당사는커녕, 돈도 없다. 얘기로만 들었을 땐 허풍이나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불고 있는 입당 열기를 발견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벌써 당원 수가 1600여 명에 다다랐다. 야권단일정당을 위한 '국민의 명령'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배우 문성근씨가 "응원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와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참여연대 집행부위원장)는 이미 '입당'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바로 세금혁명당 얘기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지난달 30일 창당했다. 대표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페이지(http://www.facebook.com/taxre)에 본거지를 두고 있고, 트위터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내년 대선까지 50만 당원 목표, '세금 혁명' 이룬다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생산 수단의 사회적 공유를 통한 인간의 자유로운 발전'을 공산당 강령으로 내세웠다. 세금혁명당도 강령이 있다. '대한민국의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재정구조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풀뿌리 시민 모임'이라는 성격도 명확히 한다.

 

선대인 부소장은 "지난해 12월 <프리라이더>와 최근 <세금혁명>을 펴낸 뒤, 세금 낭비와 조세정의 훼손에 화가 치민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런 반응을 보면서, 미국의 풀뿌리 정치참여 운동인 '무브온(MoveOn)', '티파티(Tea Party)'처럼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이러한 현실에 문제제기하고 바꿀 수 있도록 세금혁명당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500여 명 수준을 넘기 힘든데, 세금혁명당 페이지에는 평일 하루 500여 명씩 가입하고 있다"며 "또한 단순히 가입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 세금 혁명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남기고 있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에 나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세금혁명당의 이 같은 인기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조세정의가 크게 훼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선 부소장의 설명이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10~13일 트위터 사용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657명)의 94%가 세금 낭비를 비판했고, 99%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당원들의 글을 보면, 세금 낭비와 조세정의 훼손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한 당원(아이디 'Jeongil Lim')은 "온갖 방법으로 세금 안내고 탈세를 일삼으면서도 흔히 있는 편법 수준이라 변명하는 범법자들이, 오히려 유리지갑에서 꼬박꼬박 세금 내는 사람들을 걸인 취급하는 웃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당원은 "울 신랑 봄볕에 새까맣게 타가며 번 돈으로 세금을 낸다, 세금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꼭 쓰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태동 교수는 "영국 근대민주주의가 세금혁명으로부터 시작됐다"며 "투기소득에 대한 중과세로 일할 맛, 사업할 맛 나는 세상을!"이라고 강조했다.

 

선대인 부소장은 "연말까지 10만 명, 내년 대선까지 최소 50만 명의 당원을 모으는 게 목표"라면서 "세금 낭비나 조세정의 후퇴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세금을 토건 사업이 아닌 복지·교육·문화 등에 써야 한다는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정부의 조세정의 실천? "납세자 인내 고갈되고 있다"

 

당원들은 이미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혁명당 창당 이튿날인 3월 31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조세정의 실천방안'을 발표하며 고액탈세자와 체납자를 제재하겠다고 했지만, 당원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은 공정사회를 추진해 나가는 데 납세와 과세에 대해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정사회를 위해 조세정의 실현이 중요하다, 성실납세 분위기를 조성하고 탈세·체납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세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조세정의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가 98%가 이명박 정부의 감세조치, 탈세를 용인하는 인사 정책, 비리 재벌 총수 사면 등으로 인해 조세정의가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는 설익은 정책이 많았다. 재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한 상속·증여를 제재하겠다는 이날 발표와 관련, 주영섭 재정부 세제실장은 "정책을 만들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방향만 제시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재벌 대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 감세 조치의 철회가 없었다. 한 당원(트위터 아이디 'Young Jin Lee')은 "어차피 할 의지도 없지만 겉으로는 서민을 끔찍이 원하는 척 한다"며 "차라리 가면을 벗고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당원 'HakJae Gim'은 "(이날 발표는) 진성성이 없어 보인다, 재벌은 가만히 놔두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당원 정현태씨는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낮춰주면 고용과 투자가 이뤄진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청년실업은 더 악화되고, 계층 간 불균형은 심화됐다"며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고 분배정책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정당한 납세자들의 인내가 고갈되면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세금혁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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