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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와 장어가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 여기까지 왔는데 풍천장어만 먹고 그냥 가면 되겠는가? 그렇다, 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사찰 뒤로 꽃 병풍을 펼쳐 놓은 듯 한 장관을 이룬다는 선운사는 가봐야 할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난 주말 선운사를 찾은 우리 가족은 불쾌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입구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매표소. 입장료를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성인기준 1인당 3000원.

선운사 매표소
 선운사 매표소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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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여섯 명에 어린이 4명이요."
"2만 6천원입니다."
(신용카드를 내밀며) "여기 있습니다."
"어? 카드 안 되는데요."
"네? 왜 안 되는데요?"
"원래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받습니다."
"요즘 몇 천원도 카드가 다 되는데, 1~2천원도 아니고, 이거 원…."

일행이 많아 3만원에 달하는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내밀자 매표원은 "입장료는 현금으로만 받는다"며 카드 결제를 거부했다. "왜 안 되느냐"고 물어도 매표원은 "원래부터 현금이었다. 신용카드를 받은 적은 없다"고만 대답한다.

입구까지 온 마당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입장료를 지불했지만 적지 않은 금액을 증빙하나 없이 현금으로 내고 나니 왠지 억울하다.

조계종 산하 사찰안내도
 조계종 산하 사찰안내도
ⓒ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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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사찰 입장료 현금영수증 발행과 관련,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홍보팀 관계자는 "일부 사찰에서는 지난해부터 현금영수증을 발행하고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사정상 사업자등록번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아 신용카드(현금영수증) 가맹이 되어 있지 않다"며 "총무원 재무부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총무원은 지난해부터 문화재구역입장료 통합전자발권시스템을 희망하는 사찰부터 현금영수증 발급기능을 순차적으로 도입, 현재 월정사(평창) 전등사(인천) 용문사(양평) 내장사(정읍) 자재암(동두천) 등 일부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민원에 올라 온 입장료 관련 질문의 일부
 온라인민원에 올라 온 입장료 관련 질문의 일부
ⓒ 대한불교 조계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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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홈페이지 온라인민원란에 올라 온 재무담당 부서의 관련내용 답변이다(재무부서의  입장은 책임자가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직접 듣지 못했다).

답변 (2010-06-29) : 귀의삼보 하옵고, 먼저 본 종단 소속 사찰로 인해 불편을 겪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시다시피 문화재구역입장료는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에서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해서 문화재의 관리와 보호 목적으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상업적인 입장료 징수목적과 사찰이 비영리 단체라는 사실로 인해 입장료의 카드결제나 현금영수증 발행을 위해서는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에 본 종단은 현재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니, 이러한 점을 양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무부 담당자 합장

이와 관련, 관할 세무서 민원실 관계자는 "사찰은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사업자가 아니므로 신용카드(현금영수증) 가맹 의무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입장료의 카드결제나 현금영수증 발행과 관련, 강제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등록번호와 관련한 질문에는 "사찰에는 대신 비영리법인에 부여하는 '고유번호'(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가 없는 자에 대해 과세자료수집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부여하는 준 사업자등록번호)가 있어 기부금 내역서 등은 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종교로 거듭나겠다." - 1월 26일 조계종 담화문

이미 불교는 우리의 모든 삶 속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 이제는 자성과 쇄신을 통해 우리에게 기준과 모범을 제시해야 한다.  일부 고소득자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우선 카드수수료 부담 그리고 신용카드 결제 시 수입금액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이젠 과감히 바꾸자. 언제까지 가맹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할 것인가. 이젠 시대 변화에 맞춰 이런 부분도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요즘엔 몇 천 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신용카드로 계산한다. 물론 현금영수증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왜 사찰 입장료만 현금으로 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운사 경내의 기념품 판매점에 걸린 손수건의 글귀
 선운사 경내의 기념품 판매점에 걸린 손수건의 글귀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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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입장료, #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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