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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중앙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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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재수정 : 3일 오전 11시 56분]

'여집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교회재정으로 100억 원대 펀드 가입', '과도한 목회비와 자녀 유학비 지출' 등으로 지난 1월 당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던 최아무개 분당중앙교회 전 담임목사의 전별금이 20억 원으로 잠정결정되면서 교회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연봉 6억 받는 목사의 치부, 어찌하오리까

교회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7일 당회원과 교회 각 위원장 총 32명으로 구성된 '최OO 목사 예우문제 논의기구'에서는 '전별금 27억 원'(1안), '전별금 20억 원'(2안), '전별금 10억 원+개척지원금 6억'(3안) 등 3개의 안이 나왔고 이 가운데 2안이 18표, 3안이 14표를 얻어 2안이 채택되었다.

이날 결정된 전별금 20억 원에는 퇴직금 3억 원, 위로금 10억 원, 그리고 최 목사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1채와 차 2대가 포함되었다. 논의기구에서는 최 목사의 아파트와 차의 가격을 약 7억 원으로 책정했다.

1991년 분당중앙교회를 개척한 최 목사는 지난 20여 년간 이 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해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평양노회는 이러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4월 최 목사의 사직서 수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별금 20억'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분당중앙교회 신도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1870여 명의 신도가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카페 '분당중앙교회 새출발을 위하여' 회원들은 전별금 지급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했다. 이들은 거액의 전별금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주부터 신도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위한 서명운동을 받았다.

"위로받아야 할 것은 우리인데 위로금 10억?... 재정상황도 안 좋은데"

1870여명의 신도들이 가입해 있는 '분당중앙교회 새출발을 위하여' 카페.
 1870여명의 신도들이 가입해 있는 '분당중앙교회 새출발을 위하여' 카페.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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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이 이처럼 반발하게 된 데는 교회 재정감사 결과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10여 명의 장로·집사로 이루어진 재정감사팀은 지난 1월 말부터 한 달간 진행한 재정 감사 결과를 지난 13일 제직회에서 발표했다.

감사 대상 기간은 2009년 12월 1일부터 2010년 11월 30일까지 약 1년으로 이 기간 동안 교회에서 최 목사와 관련해 지출한 비용은 총 4억5600만 원. 이 가운데는 사례비(월급 및 상여금)가 1억5400만 원, 목회 연구비 6000만 원, 자녀 학자금 2억300만 원(세 자녀 가운데 두 자녀에 대해서는 2011년 학자금 일부 선지급분 포함), 부인 자동차 관련비용 400만 원, 미국 여행 경비 600만 원, 각종 세금 2900만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분당교회에서는 대외협력비로 1억5300여만 원이 집행되었다. 제직회 당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이 가운데 최 목사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은 약 3980만 원. 여기에는 자녀 해외 항공비, 병원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위원 가운데 한 명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외협력비 가운데는 총무단·장로 선물, 명품의류 구입비 등 대외협력비로 볼 수 없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며 "1억5300만 원 가운데 얼마를 급여성인가로 보는 데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도들은 최 목사가 교회에 입힌 '손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최 목사는 2007년부터 2010년 말까지 총 113억 원의 교회재정을 펀드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당회의 의결은 없었다. 2011년 11월 펀드 해지 당시 얻은 이익은 7억3700만 원. 하지만 재정감사팀은 "그동안의 기회비용을 산출하면 정기예금 금리의 이자에도 못 미치며, 교회 대출금 이자액이 19억2200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11억8500만 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에서는 최 목사가 교회 신축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소위 '다운계약서'를 쓴 사실도 밝혀졌다. 2006년 1월, 55억900만 원을 주고 토지를 구입하면서 매입신고 계약서에는 32억4200만 원으로 작성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 이 토지가 '보전녹지'에 해당해 교회를 건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신도들은 "이 토지를 팔게 될 경우 교회에서는 23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별금 20억' 논의가 전해지자 A신도는 "세상의 어느 사람과도 다르지 않게 펀드도 하고 이중계약서도 쓰고 교회 돈도 마구 쓰고 다녔는데 이제 사임에 이르게 되니 교회 식으로 전별금을 주어가며 해결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누구를 위한 논리인가"라는 글을 카페에 남겼다.

B신도는 지난 30일 기자와 만나 "위로받아야 할 것은 오히려 우리인데 위로금을 10억씩이나 주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 신도는 "당회 장로들과 위원장들이 목사님을 생각해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는 몰라도,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오히려 목사님을 더욱더 조롱거리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분당중앙교회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성도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는 주장도 있다. C신도는 "현재 저희 교회는 이미 교인수가 주일 출석 총 4000명 미만으로 줄었고, 헌금은 평상시의 40%(한 달에 3억~4억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출석인원과 헌금이 주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교회는 6~7월 사이에 파산할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대출을 받아서 주겠다는 이야기인데, 도대체 그 대출금은 무엇으로 갚으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는 글을 카페에 올렸다.

신도 1만 명이 넘던 분당중앙교회는 지난해 발생한 '추문' 이후 신도와 헌금이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별금 20억' 결정을 적절하다고 보는 신도들도 있다. D신도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별금 소식을 들으니 목사님께서 정말 떠나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지난 20년간의 목회 기간으로 봤을 때 20억 원은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회 통념과 어긋난 고액의 전별금, 교계의 나쁜 관행"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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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토록 거액의 전별금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분당중앙교회가 속해있는 예장 합동 평양노회의 서기인 강재식 목사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별금 관련해서 정관으로 정해져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그동안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는 형태였는데 전례적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드린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목사는 "목사들이 그만둘 때 사회통념과 어긋나게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교계의 나쁜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남 목사는 "(전별금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정관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가 정치적인 판단으로 금액을 결정하다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E장로에 따르면 최 목사 측은 지난 30일 몇 명의 장로들과 만나 "집과 차를 제외한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이 교회의 김 아무개 수석부목사 역시 31일 "목사님이 전별금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조용히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신도들도 적지 않다. F신도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 목사는 지난 12월에도 사죄문을 발표하고 안식년에 들어가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한 적이 있다"며 "목사는 이미 당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회"라고 말했다.

당회 결정에서 종전과 유사한 결정을 내릴 경우, 소송 이외에도 이를 뒤집을 방법은 있다. 바로 공동의회를 여는 것. 강재식 목사는 "전별금은 예산 문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교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의회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F신도는 "지난 제직회에서도 공동의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절차가 지켜질지 미지수"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그:#분당중앙교회, #전별금, #목사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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