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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오는 4월 2일 열리기로 되어있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를 사실상 불허하겠다고 통보했다.

마로니에 공원 안에서 얌전히(?) 고액의 등록금으로 인해 청년들이 받는 고통을 서로 위로하는 정도는 허락(사실 현행 제도가 신고제이기 때문에 허락이라는 단어도 적절치 않다)했지만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평화적이고 발랄한 행진을 하겠다는 계획은 막아서고 나선 것이다. 이는 '미친 등록금' 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고 누가 과거 이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서는 이제와 발뺌하는지에 대해 시민과 언론사를 만나 얘기하는 행동은 허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지 한달 여 정도 지났을 때 무려 1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라며 서울광장을 메운 적이 있다. 그때도 이명박 정부는 '사복체포조'를 투입하겠다는 등의 말로 엄포를 놓았기에 이번 등록금 관련 집회를 막아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이 단순히 정부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집회를 막는다는 의미로 축소시켜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필자는 이번 정부의 조치를 보면서 2010년에 청년유니온을 괴롭혔던 한 사건을 떠올렸다.

대학교 등록금-청년실업 문제제기 입 막는 MB 정부

청년유니온은 지난 2010년 3월 청년들이 겪고 있는 청년실업, 불안정한 청년노동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국내 최초로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출범했다. 엄연히 법상으로 2인 이상의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고
신고 절차를 통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조합설립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멋대로 운영하면서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신고를 거부한 바 있다. 마치 지금 집회신고제를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더욱 재밌는 것은 그 다음이다. 당시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정부의 처사에 항의하는 의미로 명동거리에서 '플래시몹'을 진행한 바 있다. 청년유니온의 위원장은 소복을 입고 명동한복판에서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을 허하시오!'라고 외치며 북을 두드렸다. 다른 한 조합원은 거리바닥에 앉아 컵라면을 끓여 먹었고 옆에 또 다른 조합원은 토익책을 보았다.

'청년실업'과 노동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청년들의 노조설립시도를 막아선 것에 항의하는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 퍼포먼스를 집회로 간주하고 청년유니온을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명동거리 바닥에서 대여섯명의 청년들이 컵라면을 끓여 먹은 것이 집시법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법원은 이에 대해 약 7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기에 이르렀다(청년유니온은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상고할 예정이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 못 살겠다며 거리행진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막아선 정부의 모습에서 2010년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정부의 그간 모습들을 떠올려 보았을 때 정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괴담', '유언비어' 등으로 치부해버린다. 소통의 공간도 방법도 모두 막혀버렸다. 이제 청년들은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하소연 할 곳도, 하소연 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번 집회불허 사건은 사실상 명백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청년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다른 시민들과도 대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들끼리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한탄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기도 하다. 헌법에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집회는 신고제로 운영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매번 이렇게 정부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집회만 허용하고 시민들과의 접촉을 불허하는 것이 계속된다면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는 자연스레 사문화될지도 모른다.

대학생, 청년들의 너무나도 정당한 요구를 막아선 정부의 조치 때문에 4월 2일의 등록금 집회는 단순히 등록금 문제에 국한되기 어려워졌다.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걸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거짓말로 일관하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고 하고서는 오히려 청년실업을 해결하려 나서는 청년들을 탄압하는 정부.

대학생,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수많은 지식인들이 걱정하지만 사실 이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청년들이 정당한 요구를 가지고 거리로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4월 2일 집회는 국민과의 약속을 정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자세는 되어있는지를 가늠하고 민주주의를 확인하고 요구하는 성격을 띠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4월 2일 대학로에서 열리는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등록금 집회에 더 당당하게, 더 많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조성주 기자는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입니다.



태그:#등록금, #청년유니온, #미친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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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에서 성찰적 진보가 함께 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정당.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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