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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니까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아이의 뺨을 때렸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주최로 29일 오후 부산 서면 천우장 앞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노동자의 말이 집회 참석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위원장 김옥주)를 비롯해 총 1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촛불집회에선 노동자들의 절절한 사연이 울려 퍼졌다. 특히 사원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이 사측의 퇴거요청에 따라 가족들과 길거리로 나앉게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9일 저녁 부산 서면 천우장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 살리기,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9일 저녁 부산 서면 천우장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 살리기,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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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이용대(54)씨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며칠 전 집에 가서 아이의 뺨을 때렸다"는 말부터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 1학년의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집안 사정을 알고 있는 한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해서 뺨을 때렸다는 것. 그는 하는 수 없이 보험을 해약했다.

"어제 보험을 깼다. 보험 해약하고 받은 돈을 마누라한테 갖다 주기 전에 3만 원을 땡겨 술 마셨다. 술 마시며 내내 울었다. 그동안 투쟁 하면서 눈물 안 흘리기로 소문나 있는데, 어제는 눈물 콧물이 쏟아지더라. 어제 한번 다짐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투쟁할 것이다."

이씨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해서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끝까지 투쟁하겠다, 시민 여러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측, 정리해고자에 사원아파트 퇴거 요청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9일 저녁 부산 서면 천우장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 살리기,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9일 저녁 부산 서면 천우장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 살리기,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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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측은 사원아파트에 사는 정리해고자들에 대해 최근 4월 말까지 퇴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집집마다 퇴거요청서를 보낸 것이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정리해고자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아이 둘을 둔 40대 초반인 그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작년 8월 울산조선소에 있다가 사측의 전환배치에 따라 사택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번에 해고되었고 다시 이사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가족 모두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집에 있던 마누라가 퇴거 통보서를 받고 전화를 했더라. 아이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회사의 조치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집사람한테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걱정이 안될 수 없다. 지금까지 집사람이 잘해주어서 버텼는데, 집사람은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만 봐도 안다.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해시 내동에는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집단 거주하는 '한진그룹 사원아파트'가 있다. 현재 이곳 170여 가구에 조합원들이 살고 있다. 금속노조지부는 "회사는 정리해고자들에게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지부는 오는 4월 2일 오후 3시 김해 연지공원에서 '정리해고 분쇄, 이명박 정부 심판, 가족살리기 결의대회'를 연다. 금속노조 지부는 "정리해고도 모자라 살고 있는 집까지 비우라는 한진중공업의 처사는 노동자와 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살인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지부 관계자는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할 때 사택에 살았던 사람들을 한진중공업처럼 빨리 내쫓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김해 연지공원에서 조합원뿐만 아니라 가족과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4월 8일 부산역광장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9일 저녁 부산 서면 천우장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 살리기,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 김옥주 위원장 등이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9일 저녁 부산 서면 천우장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 살리기, 부산시민과 함께 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 김옥주 위원장 등이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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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진중공업 사측은 지난해 12월 15일 생산직 1/3(400명)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이에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해 12월 20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29일로 파업 100일째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지난 2월 14일 170명에 대해 정리해고(230명 희망퇴직)를 단행하고 영도조선소 등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현재 정리해고자를 포함한 조합원 600여명은 영도조선소 안 생활관에서 숙식하며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한진중공업 사측은 퇴거에 응하지 않았다며 고소고발하고 있다.

고공농성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1월 6일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29일로 84일째, 문철상 지부장과 채길용 지회장은 지난 2월 14일 17호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4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4월 8일 부산역 광장에서 5000여명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세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임단협'만 논의하자는 입장이고, 노측은 정리해고 철회 등 현안문제도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지난 22일 첫 교섭이 열렸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24일에 이어 29일에도 교섭을 벌였지만 양측은 팽팽한 주장만 거듭했다. 노조는 "170명의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모든 문제 논의하자"고 주장한 반면 회사는 "해고자 이외의 문제를 논의해야 된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29일 교섭에서 노-사 양측은 다음 교섭 날짜를 간사 협의로 정하기로 했다.


태그:#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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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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