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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나라요? 열심히 일한 만큼 먹고 살 만한 나라요."

"대학생이 책 읽고 토론한다고 잡혀가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20대가 스펙에 목매고 살지 않는 나라가 제가 꿈꾸는 나라예요."

 

자신이 꿈꾸는 나라에 대한 고백이 이어졌다. 29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발족식에서다.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노래하게 된 시민들을 잇자는 시민사회의 모색에서 출발한 '내가 꿈꾸는 나라'는 이날 그 첫 걸음을 내딛었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지난 2008년의 촛불시민들로부터 그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주권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치인 혹은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맡겨둔 정치를 이제 주권자인 시민이 일상 공간 속에서 행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플랫폼이 되겠다고 밝혔다. 시민 각자가 정치인이 되도록 멍석을 깔겠단 얘기였다.

 

모델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탄생시킨 '무브온'이었다. 무브온이 광활한 미 대륙 곳곳에 형성된 풀뿌리 커뮤니티를 네트워킹해 기존의 정치질서에 혁명을 일으켰듯, 내가 꿈꾸는 나라가 시민들의 커뮤니티를 네트워킹하고 뒷받침해 2012년 진보개혁진영 집권과 2014년 지방자치 혁신 등을 일구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발족 선언문을 통해 "지난 3년간 우리는 정치가 잘못됐을 때 어찌되는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똑똑히 보았다"며 "정치에 대한 혐오감으로 정치에 등을 돌릴 수는 있지만 정치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에 등을 돌리면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우리 국민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자가 꿈꾸는 나라를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신나는 정치토론이다, 모이면 힘이 나고 함께 꾸는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로서 '내가 꿈꾸는 나라'를 상상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함께 논의하잔 얘기였다.

 

"시민 각자가 모두 정치인이 되도록 멍석 깔겠다"

 

이들은 무엇보다 "내가 꿈꾸는 나라의 가치와 비전, 정책을 아래로부터의 다양한 방식의 시민 참여로 만들어가겠다"며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진 가치와 정책, 커뮤니티 조직으로 2012년 진보·개혁세력의 집권과 2014년 지방자치의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대안적인 시민정치주체 형성을 통해 현재의 정치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꿔낼 것"이라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의회, 시민정부를 구성해 새로운 나라,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시민사회의 주요인사들은 이미 내가 꿈꾸는 나라에 대거 참여했다. 29일 현재 총 483명의 발기인 중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김민영 참여연대 정책위원장·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김호기 연세대 교수·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오성규 환경정의 전 사무처장 등 진보개혁진영의 대표적 얼굴 29명이 이날 내가 꿈꾸는 나라 준비위원회의 운영위원으로 위촉됐다.

 

또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김기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조국 서울대 교수 등 3명은 내가 꿈꾸는 나라의 공동준비위원장으로 뽑혔다.

 

김기식 위원장은 "준비위원회는 6월 말까지 내가 꿈꾸는 나라의 창립을 준비하는 실무추진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4월 이후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별 전국 순회 간담회와 부문·세대별 간담회 및 설명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꿈꾸는 나라는 1000가지 주제가 있는 1000가지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전국적 센터를 구성할 것"이라며 "시민의원 조직 및 시민정부·의회 구성, 시민정치학교 등의 사업들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윤인순 위원장은 "우리가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았지만 내가 꿈꾸는 나라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며 주권자인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조직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많은 분들이 내가 꿈꾸는 나라로 모인다면 2012년 진보개혁세력의 집권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성근 "내가 꿈꾸는 나라, '백만 민란'과 결혼합시다"

 

그동안 바뀌지 않는 정치현실을 보며 개탄했던 이들은 이 새로운 정치선언에 환호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최근 '진보좌빨'로 몰린 사람들을 단체로 만나러 가면서 이처럼 설레서 온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내가 꿈꾸는 나라를 '달디 단 꿈'으로 표현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이렇게 단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일장춘몽이 아니라 일초춘몽으로 끝나더라도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이렇게 행복해 봤던 적이 있는가 싶다"며 "내가 꿈꾸는 나라와 연애를 시작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야권단일정당 창출 운동을 펼치고 있는 문성근 백만 민란 대표도 "시민사회가 기존의 정치적 중립이란 틀을 박차고 크게 모인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표는 특히 백만 민란과 같이 한국형 무브온을 지향하고 있는 내가 꿈꾸는 나라에 대한 동질감도 표했다. 그는 "내가 꿈꾸는 나라는 백만 민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조직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에선 '연애한다', '동거한다' 말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냥 결혼하자"고 강조했다.

 

최민희 백만민란 집행위원장은 "문 대표의 말은 백만 민란의 공식적인 뜻"이라며 "내가 꿈꾸는 나라가 빨리 조직이 안정되서 백만 민란과 결혼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지금의 정치 바꾸고자 하는 세력 모두 연합하고 통합해야"

 

한편, 정치인들도 구애에 나섰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시민정치운동을 선언한 내가 꿈꾸는 나라와 백만 민란을 떳떳하게 볼 수 있는 건가 고민이 든다"며 "정당 간의 연대·연합뿐만 아니라 지금의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모든 세력과 연합하고 통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저와 민주당이 내가 꿈꾸는 나라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고 저희 민주당이 펼치는 공간에도 함께 해주길 바란다"며 "애 낳기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 돈 걱정 없는 세상, 차별 없이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는 세상에 대한 꿈을 함께 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인들이 정치에 나오는 순간부터 들어갈 때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에 대해 신명의 서약을 하고, 그것에 어긋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며 "시민정치행동이 꿈꾸는 나라와 민주노동당이 꿈꾸는 나라가 아마 다르지 않을 것"고 동질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함께 꾸는 우리의 꿈들이 이제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통합과 연대를 위해 길을 더 넓혀가고 다듬어 가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의 근원인 국민 앞에 신명의 서약을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내자"고 덧붙였다.


태그:#내가 꿈꾸는 나라, #시민정치운동, #야권연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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