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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야권연대, 직접 관여하지 않아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정당 간 협상이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 다들 어떻게든 한 자리를 확보하려고 다투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때도 이런 상황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짜증난다. 야권을 지지하고 싶은데 또 저러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거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타결 직전 멈춰선 4·27 재보선 야권연대 협상에 대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판 무브온, '내가 꿈꾸는 나라'가 뜬다" 좌담에서다.

 

조 교수만이 아니었다. 이날 좌담에 참여한 김기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과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남윤인순 전 대표는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을 보면서 협상을 했으면 한다"고 꼬집었고 김기식 위원장은 "4·27 재보선 협상을 통해 후보단일화가 되더라도 국민들에게 감동적이거나 각 정당 지지자들이 흔쾌히 힘을 합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마음에 안 차고, 심지어 짜증나는 '정치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예방이 필요하다, 상층 중심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협상을 통한 기존의 야권연대 방식은 각 당의 셈법을 뛰어넘기에는 무력하다는 사실이 여러 번 증명됐단 얘기였다. 

 

김 위원장도 "각 지역마다 자리가 하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각 정당의 지도부도 협상안을 관철시킬 힘이 없다"며 "야권연대에 성공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절차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나 김 위원장이 언급한,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만드는 작업은 이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좌담자들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내가 꿈꾸는 나라'도 그 중 하나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끌어올리는 '비정당적 시민정치운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만 맡겨져 있던 정치, 국가 비전을 시민의 목소리로 만들고 실현하자는 얘기다.

 

반응은 뜨겁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조 교수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발기인 모집에 들어간 지 3주 만에 480명의 발기인을 모았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 발족식을 열 예정이다.

 

"부엌에서부터 식탁에 오를 '반찬' 감시해야"

 

 

김 위원장은 "4, 5년마다 투표가 끝나고 나면 당선된 이들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리당략으로 정치를 하고 있지 않냐"며 "이 운동은 정치를 일상화하고 시민이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민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서 자신의 정치적 권리 행사를 멈췄다면 이제 일상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주권자'로서 자각하자는 얘기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4·19 혁명, 1980년 서울의 봄, 1987년 6월 항쟁, 2002년 노무현 신화 모두 국민이 정치에 참여했을 때 이룬 성과"라며 "정치인에게만 정치를 맡겼을 때 한국 정치는 후퇴했고 국민이 정치에 참여했을 때 가장 진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에게 사지선다형 답안지를 강요할 게 아니라 답안지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정치협상 중심의 야권연대 방식 자체를 수정하자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28 은평을 재선거 후보단일화를 예로 들었다.

 

"정당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소극적 태도로 임하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보여준 선거였다. 기존 기득권 질서에 의해 찍어주고 싶지 않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 정당이 말도 안 되는 후보를 만들어놓고 무조건 찍어달라고 못하게 하려면 국민이 후보 선출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는 또 "오바마 미 대통령도 민주당 당원들만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구조였다면 정작 미 대선에 출마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국민이 개입해 만든 신화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조 교수도 이른바, '반찬론'을 제기하며 김 위원장을 거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시민들이 식탁에만 앉아서 여러 명의 요리사가 합의한 '반찬'만 먹었다"며 "그러나 이제 식탁에만 앉아있지 말고 부엌에 가서 맛있는 반찬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우리 세금으로 만든 '반찬', 우리가 먹을 '반찬'을 직접 택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내가 꿈꾸는 나라'가 2012년 총·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정당을 넘나들며 2012년의 '반찬'을 국민이 선택하겠단 얘기였다.

 

"지금 흐름으로 볼 때 각 정당이 국민참여경선, 즉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총·대선의 후보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꿈꾸는 나라'에서 5만 명, 10만 명이 모아진다면 이들 전체가 각 진보개혁정당에 참여해 표를 행사할 것이다. 각 정당이 '내가 꿈꾸는 나라에서는 어떤 후보에 표를 던질 것인가' 주목하게 만들 것이다. 요리사가 좋은 반찬을 밥상에 올리도록 부엌에서부터 일을 하게 하는 방법이다."

 

"박수만 치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말하자"

 

선거 과정에 시민이 적극 개입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유권자운동과 비슷하지만 이들은 지난 2000년의 낙선운동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남윤인순 전 대표는 "낙선운동 당시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등 인적 청산이 우선이었다"며 "그러나 이제 그것만으론 안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그보다 더 한발짝 더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이제 네거티브형 낙선운동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면서 "철인(哲人)이 나타나서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바람을 끊임없이 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국가비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이를 위해 현재 ▲ 시민정치학교 ▲ 시민정부·의회 구성 ▲ 정치 수다 모임 등을 기획하고 있다. 시민을 '객체'로 놓는 게 아니라 "정치야, 놀자"라는 발랄한 기조를 기초로 모두가 '주체'가 되는 기획안이다.

 

예를 들어 시민정치학교에선 기존 정치학자의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을 화두로 자기 얘기를 하고 함께 토론하고 정책을 개발한다. 시민정부·의회를 가상으로 구성해 나라의 운영방식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각자 전개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 "유쾌한, 상쾌한, 노는 정치라고 보면 된다"며 "누구나 안방에서, 노인정에서, 동창회에서 정치 얘기를 안줏감으로도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체계화시켜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꿈꾸는 나라'의 운영방식도 시민의 '정치 주체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시민단체의 대표나 사무처장 등이 앞장서 정치 캠페인을 벌였다면 이제 그 정치 캠페인을 제안한 시민이 전면에 나서는 주체가 될 것"이라며 "오는 4월 진행할 대중 정치 캠페인도 일반 시민과 누리꾼이 제안했던 사안으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일반 시민이 제안한 정치 캠페인의 확장을 위해 조 교수와 같이 풍부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분들이 지원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 네트워크 형성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네트워크 형성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시민 개개인의 '행복한 상상'을 당부했다.

 

"이제 우리가 추구할 나라는 부강한 나라가 아니다. 국민 각자가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나라가 가장 좋은 나라 아니겠나. 나라의 비전에 대해서도 좀 더 즐겁고, 가볍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가 꿈꾸는 나라'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상상을 했으면 한다. 그 행복한 상상이 나라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태그:#야권연대, #시민정치운동, #조국, #내가 꿈꾸는 나라, #김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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