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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 연구소에서 함께 쓴 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고 노수석군의 무덤에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 연구소에서 함께 쓴 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고 노수석군의 무덤에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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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5년 전인 1996년 봄, 종로 일대에서 거리시위를 벌이던 대학생 한 명이 경찰의 폭력 진압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연세대학교 법학과 2학년이던 노수석군이었다. 사립대학들의 무리한 등록금 인상과 정부의 부실한 공교육 투자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지역의 대학생 1만여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날 그 거리에는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선배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거리시위에 따라나선 앳된 새내기 여학생도 있었다. 두려움 속에 나섰던 첫 시위 현장에서 같은 학교 선배의 죽음을 접했던 그녀는 그 뒤로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몇 날 며칠을 눈물만 흘렸다. 열흘간이나 이어진 긴 장례 기간 동안 선배의 시신을 곁에서 지킨 뒤 광주 망월묘역에 선배를 묻고 돌아온 그녀는 그 뒤로 학생회에서, 또 연구소에서 줄곧 대학 교육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고 선배가 떠난 지 15년이 되는 올해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한국대학교육연구소, 개마고원)가 그것이다.

"선배의 무덤에 책을 바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이수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을 만나 대학등록금이라는 오래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들어보았다.

이수연 연구원은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비정상적'인 상황을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현실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권의 직접적 폭력으로 거리에서 목숨을 잃는 젊은이의 숫자는 줄었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이 땅 젊은이들의 죽음은 우리의 삶 곳곳에 더 넓고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공사장으로, 사채시장으로, 유흥업소로 팔려가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애써 외면해서도, 쉽게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는 간절함이 묻어있다. 

이 연구원은 책에서 당장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았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막연한 정치적 요구, 흔히 말하는 포퓰리즘 구호가 아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대학등록금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연간 350만 원 정도로 낮추자는 안인데, 이 정도면 OECD 국가들의 일반적 등록금 부담 수준(1인당 국민소득의 약 1/10)에 가까워지며, 6조 원 내외의 예산이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대학 무상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제는 무상교육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무상교육을 금기시하는 인식으로는 등록금 문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한 발짝도 열 수 없다."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빈곤·취업·보육·의료·노후·주거 등 우리의 미래를 단단히 옥죄고 있는 복잡한 실타래를 결코 풀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지금부터 긴 호흡으로 무상 교육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생각이다.

최근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당론으로 정한 뒤 이 문제를 당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당파적인 문제로 바라보며 찬반 논쟁을 벌일 사안이 아니라 모두가 합의하는 지점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정책 실현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때다."

반값등록금은 애초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꺼낸 안이었으며, 민주노동당 역시 민주당보다 먼저 한 학기 150만 원(연간 300만원) 정도의 등록금 상한선을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연구원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비정상적'으로 둔감해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책 출간을 통해 독자들이 그 동안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각자의 1cm를 돌아볼 수 있길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3월 29일을 잊지 않고 15년을 살아왔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개마고원)
 <미친 등록금의 나라>(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개마고원)
ⓒ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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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3월 29일이면 노수석군이 떠난 지 꼭 15년이 된다. 15주기를 맞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대학 1학년 처음 나간 거리 집회에서 노수석 선배를 잃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그것이 내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노수석'은 내 삶에서 지워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 없는, 나도 모르게 나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당시에는 모든 게 꿈만 같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교육재정 확보, 대선자금 공개'라는 구호를 외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몇 날 며칠을 눈물만 흘렸던 것 같다. 그랬던 철부지 새내기가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눈물바람 대신 이 '거지같은 현실' 좀 바꿔보자고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매순간 비틀거렸지만, 그래도 선배의 죽음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고, 이것이 내가 살아온 15년이라고... 선배의 무덤에 책을 바치고 싶다."

- 이번 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오래된 주제라는 느낌이다. 왜 이 시점에서 다시 대학등록금인가.
"15년 전, 한 대학생이 등록금 관련 시위에서 정권의 폭력에 목숨을 잃었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스무 살 꽃다운 젊은이들이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공사장에 나가 일하다 변을 당하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사채를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의 손에 유흥업소로 넘겨졌다 절망한 아버지의 손에 죽고, 스스로 한강에 투신해 죽고 있다. 정권의 직접적 폭력으로 거리에서 목숨을 잃는 젊은이의 숫자는 줄었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이 땅 젊은이들의 죽음은 우리의 삶 곳곳에 더 넓고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 말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닌가.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랜 기간 이런 문제를 접하다 보니, 멀쩡한 젊은이가 등록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해도, 절도를 했다고 해도, 심지어 목숨을 버렸다고 해도 '아 또 그런 일이 생겼구나' 하고 어느새 크게 놀라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이것이 내가, 어찌 보면 조금 과격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제목의 책을 집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내가 그렇다면 나와 함께 대학을 다녔던, 지금은 아이 엄마, 아빠가 되어있을 나의 친구들도 그러할 것이며,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등록금 문제가 오래된 문제인 것은 맞다. 그만큼 곪을 대로 곪아 어느덧 더 많은 삶을 잡아먹는 괴물이 돼 버렸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등록금 문제는 정부와 대학의 교육철학 부재가 낳은 대표적 사안이기도 하다. 복잡하게 얽힌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 대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에서 등록금 문제는 국민들의 교육권 차원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문제로 접근된 적이 없다.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 등록금 문제는 그저 대학에서 알아서 해결할 문제로, 시장의 다른 상품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취급돼 왔다. 정부는 대학에 '자율화'라는 미명으로 재정 마련의 책임을 떠넘겼고, 대학은 다시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 부담을 떠넘겼다.

수십 년간 개인의 책임이 당연시되면서 국민들의 인식도 그렇게 굳어져 왔다. 우리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희생으로 국가의 역할을 대신해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등록금 1000만 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부모님의 희생으로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문제 해결의 시초가 됐다."

소득 대비 1/3 대학등록금, 빚 지지 않고서야...

1996년 3월 29일 세상을 떠난 노수석군. 벌써 15년이 흘렀다.
 1996년 3월 29일 세상을 떠난 노수석군. 벌써 15년이 흘렀다.
ⓒ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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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세월 동안 대학등록금을 둘러싼 상황은 어떻게 변해왔나. 대체 그 동안 얼마나 올랐는지,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혹시 나아진 점은 없는지.
"2000년 연평균 230만 원이던 국립대학 등록금이 2010년엔 444만 원으로, 449만 원이던 사립대학 등록금은 754만 원으로 10년 만에 거의 2배가 되었다. 전 계열 '평균' 등록금이 이 정도이고, 2010년 사립대학 등록금 최고액은 인문사회계열을 제외하고 모두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의학계열 등록금은 최고액뿐만 아니라 평균액까지도 1000만 원을 넘어섰다. 국립대학 등록금 최고액도 전 계열에서 500만 원을 크게 넘어섰으며, 특히 의학계열 등록금 최고액은 1035만 원(서울대)으로 사립대학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등록금 수준은 1인당 국민소득의 1/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의 등록금부담률은 소득 대비 1/3에 육박하고 있다. 대다수 가정이 빚을 지지 않고는 대학생 자녀의 교육비를 부담할 수 없는 구조다."

- 대학들은 늘 등록금 인상의 이유를 댄다. 또 늘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합당한 인상의 이유가 있거나, 대학들이 정말 돈이 없는 건 아닌가.
"어떤 면에서는 그렇고,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선,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항변은 나름 일리가 있다. 대학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상 등록금 인상 이외에는 늘어가는 교육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은 과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은 법인이 자발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위임받아 대학을 설립했다. 국가 못지않게 설립 주체로서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비영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해 수익성 재산을 운영하게 하고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법정기준만큼도 재산을 확보하지 않고 있거나, 있더라도 수익률이 제로(0)인 토지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대학에 지원할 돈이 없다고만 한다. 사학법인이 사립대학에 대한 소유권만을 내세우며 정작 자신의 책임은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을 주된 재원으로 하는 교비에서 여유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사립대학 전체 적립금 보유액이 10조 원을 넘어섰다. 대부분이 교비에서 마련된 적립금이다. 매년 물가인상이다, 인건비 인상이다, 건물 신축이다, 교육여건 개선이다 등등의 여러 가지 지출 증가 요인을 내세우며 뻥튀기 예산편성으로 등록금을 인상해 놓고, 정작 쓰겠다는 지출은 하지 않고 계획에 없던 적립금을 축적해 온 결과다.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은 부자가 되어 가는지 모르지만, 정작 학생·학부모들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돈이 없다', '등록금 인상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대학의 주장을 납득하기란 어렵다."

- 연구를 하면서 대학등록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오해들이 많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들 이렇게 사는 것 아니겠냐', '어찌 하겠느냐'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 총장들부터가 전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만을 비교대상으로 견주면서 우리나라 등록금이 비싼 게 아니라고 하니, 좋은 교육을 받으려면 비싼 등록금을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 수십 년간 등록금 폭등을 용인해 온 가장 큰 지지대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여전히 무상교육의 원칙을 견지하는 나라가 상당수이며, 등록금이 있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이란 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더욱 발전된 사회공동체 형성을 위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 '대학 무상교육'을 해법으로 주장했다. 정말 가능하다고 보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무상교육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무상교육을 금기시하는 인식으로는 등록금 문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한 발짝도 열 수 없다.

'무상교육 도입'은 현상적으로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지난 60여 년간 유지되어왔던 한국 사회의 철학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과중한 대학등록금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학생들의 취업과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학부모의 노후 문제에까지 장애가 된다.

따라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논의하다 보면 빈곤·취업·보육·의료·노후·주거 등 복지와 관련된 온갖 문제들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거대한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거꾸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논하다 보면 천문학적으로 인상된 대학등록금 문제를 빼놓을 수 없고, 대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다 보면 '대학 무상교육' 또한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치적 수사? 반값 등록금 당장 가능하다

이수연 연구원
 이수연 연구원
ⓒ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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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값 등록금'은 당장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지금 우리나라 등록금 정책은 고(高)등록금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등록금은 비싸게 받는 대신 대출을 많이 해줌으로써 눈앞에 닥친 부담은 완화해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단적인 예로, 올해 교과부 스스로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하며, 법적으로 허용된 인상 상한선(2011년 기준 5.1%)보다도 낮은 3%의 상한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결이냐 인상이냐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등록금을 낮추는 저(低)등록금 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막연한 정치적 요구, 흔히 말하는 포퓰리즘 구호가 아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우선, '반값'이라는 액수가 과연 적정한지를 세계적 기준에 비춰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을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등록금 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의 1/10로 낮추면 약 310만 원이 된다(2009년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 2만8000달러에 환율 1100원 적용). 한편,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일반 사립대학의 모든 계열을 합산한 연간 평균 등록금은 754만 원으로, 그 반값은 377만 원이다.

결국 '반값'이라는 목표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연간 350만 원 내외의 '반값 등록금'이라면 세계적 기준으로도 적정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OECD에서 등록금 고/저 국가를 구분 짓는 기준선이 1500달러(약 165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50만 원은 절대 무리한 목표가 아니다."

- 결국 예산 확보 방안이 문제다.
"예산 확보도 가능하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총액은 약 14조 원이다. 전문대학과 대학원 등록금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여기에서 현재 지급하고 있는 장학금 예산을 제외하면 '반값 등록금'이란 6조원 내외의 예산만 있으면 가능한 정책이다.

물론 여기에 저소득층 무상교육을 동시에 추진하면 예산이 약간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악한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에서도 관련 법안(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이 법안만 통과돼도 약 7조~10조 원에 이르는 고등교육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여기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낭비성 예산들만 바로잡아도 반값 등록금 정책에 필요한 예산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애초 '반값 등록금' 정책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지금 교과부 수장을 맡고 있는 이주호 장관 역시 당시 "정부 예산 순수 증가분 우선 배정, 매년 확충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출연금 2조원(각 부처에 흩어진 교육재원 1조원, 각종 위원회 경비와 정권홍보비, 기타 문제사업 세출 삭감액을 모아 1조원 마련)" 등으로 일정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봤다. 결국 문제는 정부의 인식 변화와 정책 실현의 의지다."

- 민주당에서 올해 1월 반값등록금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의 정책과 다른 점이 있나.
"우리 연구소는 이 책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이 막연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제 실현 가능하며, 실현해야 하는 정책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힘썼다. 따라서 전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반값 등록금'의 상을 놓고 논의를 전개했다. 구체적인 정책 실현 경로는 누구와도 함께 논의하며 만들어 가면 되는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정책은 같다, 다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분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해나가는 하나의 정책 실현 경로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반값등록금 정책을 당파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은 애초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꺼낸 문제고, 민주노동당 역시 민주당보다 먼저 한 학기 150만원(연간 300만원)의 등록금 상한선을 고시하는 방식의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당파적인 문제로 바라보며 찬반 논쟁을 벌일 사안이 아니라 모두가 합의하는 지점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정책 실현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때다."

-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미 사용한 물건을 되팔 때는 보통 값어치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집을 되팔 때만큼은 사람들의 인식이 다르다.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싼 값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 사회에서 집은 삶의 터전이 아닌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집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등록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비정상적'으로 둔감해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이 사회의 폭력적 구조가 직접적인 폭력에서 구조적인 문제로 진화하면서 우리의 인식도 갈수록 둔감해지고 있다. 모두가 등록금 문제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을 계기로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각자의 1cm를 돌아볼 수 있길 희망한다."

2009년 4월 1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부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촉구하는 예술, 이공계열 대학생대표자 대정부 농성선포식에서 대학생 대표자들이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09년 4월 1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부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촉구하는 예술, 이공계열 대학생대표자 대정부 농성선포식에서 대학생 대표자들이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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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는 열사의 15주기를 맞아 트위터 계정(@nosuseok)을 열어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짧은 글에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태그:#등록금, #노수석, #미친등록금의나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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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옆 앞 '기찻길옆골목책방' 책방지기.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다가 2022년 2월 전라북도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꽃이 피었습니다>(2021),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2019), <나는 시민기자다>(2013)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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