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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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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김동호 위원장 이야기로 돌아가겠다(웃음). 김 위원장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최강의 프로그래머를 꼽았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도 인적 자원의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인재상은?
"전문가의 함정을 경계한다. 전문성이 있어야 하지만, 독단적이어서는 곤란하다. 귀가 넓어야 한다.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공동창작과 협업, 네트워크를 핵심으로 하는 곳이니까. 그래야 다른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함께 가려는 마음, 창작가나 지원 조직에게나, 모두 필요하다."

- 전체적인 틀을 짜는 조직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이 사업이 지금은 망망대해, 태평양을 가는 듯 보이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사명감을 확실히 가져줘야 한다. 이를 위해 뛰어난 네트워킹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문화사업이란 것이 결국 사람 싸움이다. 그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 그걸로 수백 명을 능가할 수도 있으니까. 역시 오픈 마인드가 안 되면 불가능한 것이다."

- 다소 민감한 질문을 하겠다. 그런데 어떤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른 정치적 임용도 이뤄질 수 있지 않겠나. 예를 들어 정권이 바뀐다든가 했을 때, 이곳에서 요구하는 인재상과는 별 상관없는 인물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꽂히는' 상황 말이다.
"이 일 자체가 아시아 나아가 세계와 연결돼 있다. 만만하게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다. 관리 업무는 극소하다. 또 단순 업무는 아웃소싱할 계획이다. 그럼 나머지 업무란 것이 결국 국제적인 네트워크 능력, 전문성을 요구하는데, 비전문적인 사람이 와서 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 아니겠나."

- 하지만 그와 같은 상식적 판단을 무너뜨리는 일이 많지 않나.
"그럴 수도 있을 거다. 그럴 수도 있는데, 이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해서 이 정부 들어 구체적인 계획들이 진행되고 있다. 정치적 풍향에 따라 국책사업이 5년 단위로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은 크게 보면 20년 사업이다. 그 전부터 쭉 계속 해 온 사업을 정치적으로? 논리적으로 안 맞지 않나. 그래서 지금 정부가 굉장히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원은 적극적으로, 간섭은 배제 100% 동의"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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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호 위원장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하겠다. 지원은 적극적으로 하되, 간섭은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동의하나?
"100% 동의한다. 지원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화 정책의 기본 원리다. 그것을 제대로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야기는 무엇인가. '선수'가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꼭 국내 인사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 이런 생각이 든다. 외국 유명인사들이 핵심 역할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겠다는.
"외국인이, 또는 글로벌한 사람이, 전당장도 되고 그럴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내외를 망라해서 가장 이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목표로 조직 설계를 진행 중이다. 또 그렇게 해야 하고."

- 결국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
"성패는 사람이다. 사람 머리와 가슴에서 나오는 일이다. 아이디어와 정열, 여기에 따라 좌우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단체장 역할이 중요" "재정자립도 30% 이상 확보할 것"

- 현재 아시아문화도시 예산을 보면, 2023년까지 총 5조3000억 원 수준으로, 이중 국고 지원이 2조8000억 원, 지방비가 800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국고 지원의 경우 확정 예산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2조8000억 원은 소요액이다. 그 범위 안에서 쓰라는 뜻이 아니다. 매년 예산을 짜서 국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변수가 있는 셈이다."

- 그래서 묻겠다. 정치인들과는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아무래도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유권자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일종의 충돌이 생길 수도 있는데.
"지금 문화 시설, 뭘 짓자 하면, 평당 단가 얼마 해서 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건 안 된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특히 문화중심도시의 경우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우선 좋은 콘텐츠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그에 따라 필요한 공간을 리모델링한다든가 그런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단체장 역할이 중요하다."

- 단체장과 그만큼 잘 통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지금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더불어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광주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사업에 대한 광주시민의 이해와 열정이 꼭 필요하다."

- 김 위원장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꺼내겠다. 그는 물적 자본 조성을 부산국제영화제의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 재정상황이나 정치적 지형변화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문화사업은 지속성이 생명이다. 예산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재정자립도 또는 경제적 수익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기본 전제다. 그래서 재정자립도를 30% 이상 확보하는 1차 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기본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그에 맞는 수익 배분 구조를 갖춰야 한다. 여기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모든 일을 정부가 다 해야 한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한 아웃 소싱이 필요하다.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정말 욕을 많이 얻어먹었지만 …"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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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권 대부분 국가가 피지배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도시로서 광주의 상징성 또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중요한 가치로 보이는데.
"프랑스 대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은 일맥상통한다. 자유, 평등, 박애나 민주, 인권, 평화, 모두 인류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 아닌가. 그래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꿈꾸는 것은 사람 중심 사회, 인본주의다. 이런 가치를 문화로 꽃피우자는 것이다. 바스티유 감옥을 지금 프랑스는 오페라 하우스로 쓰고 있다. 마찬가지로 5·18의 가치와 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 그런데 그동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자체보다는 도청 별관 보존 논란이 더 알려진 바가 없지 않다. 아쉬움도 클 것 같은데.
"나는 역사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마치 5·18 정신을 훼손시키는 사람처럼 각인되더라. 정말 참기 힘들었다. 소통 부재라는 매도도 있었는데, 나름대로는 정말 소통을 굉장히 많이 했다. 정말 욕을 많이 얻어먹었지만, 할 말은 다 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서운한 부분인데, 진정성에는 변함이 없다."

-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란 비전을 통해 5·18의 가치가 훨씬 더 지금보다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 믿는다. 5·18이 광주 시민만의 것, 또는 5·18 관련 단체만의 것으로 국한되는 것은 곤란하다. 과거의 역사적 기억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역점을 둬야 한다.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5·18의 가치가 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적 가치에 녹아들어가야 한다.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문화 예술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시아문화전당의 브랜드가 높아지면 더불어 5·18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전당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다면, 5·18의 의미와 가치 또한 세계적으로 전파될 것이다."

- 한편으로 도청 별관 보존 논란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갖는 소통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지역, 정부, 아시아 그리고 세계 등 '4중 소통'을 해야 하는 도시다.
"중앙에서는 이 사업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이미 낳은 자식이다. 잘 키워야 할 것 아닌가. 정부에는 국가 경쟁력을, 광주에서는 도시 경쟁력을 이야기한다.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텃밭이다. 공생구조라고. 어찌 보면 다 똑같은 말이다. 다면체라고 할까. 다 걸려 있다."

"우리나라와의 소통이 가장 난이도 높아"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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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보는 소통은?
"우리나라와의 소통이다."

- 정부인가, 지자체인가?
"그냥 우리나라와의 소통으로 하자(웃음). 그게 제일 힘들다. 오히려 아시아국가들은 잘 협력이 잘 되고 있다. 훨씬 이해도가 높다. 왜냐, 일방적인 구도가 아니라 동등한 조건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생 구조란 걸 그들은 이해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하나만 제대로 돌아가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무엇인지 그냥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게 뭐냐는, 돈 많이 들어간다는, 광주가 무슨 아시아문화중심도시냐는 비아냥거림을 꼭 극복할 것이다."

- 일종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자주 들 것 같다.
"그러나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5000년 역사에 이런 일을 언제 하겠나. 앞으로 이런 대형 문화 프로젝트는 나올 수 없다. 안 나온다. 정말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취임 후 가장 큰 보람을 꼽는다면?
"(잠깐 생각하다가) 이 어려운 사업을 해 나가는 과정 자체다. 사업 자체가 축소되거나 그런 일 없이, 하나하나 구체화시켜 나가는 데 보람을 느낀다."

"금년 여름방학에 아시아문화주간" "닫혀 있으면 백전백패"

- 홈페이지를 봐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홍보적인 차원에서 이를 보완할 만한 계획이 있는지?
"전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의적이고, 또 미래지향적이라 추상적일 수 있다. 용어 자체도 전달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좀 더 쉬운 말로 홈페이지를 보완하려고 한다. 시민들에게도 더 다가설 것이다. 아시아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나 쇼케이스 역할을 하는 쿤스트할레 프로그램 등에 시민들 참여를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금년 여름방학에 아시아문화주간을 설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아시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행사를 집중적으로 열 것이다. 더불어 아시아문화정보원 준비관을 금년 중 열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돈 많다고 대접받는 건 아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달성한 나라다. 이제는 문화적으로 국격을 높이는데 정말 기여하고 싶다. 그래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광주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국가의 것이란 걸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가끔은 정말 외로운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논리가 간단치 않고, 사업기간도 길고, 쉽게 가시화가 되는 사업도 아니니까. 그런데 비전은 확실하다. 진짜 공직의 마지막을 불사른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대충 하고 간다? 이건 안 된다. 좋은 아이디어나 의견을 늘 구하고 있다. 닫혀 있으면 백전백패니까."

- 혹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하는가.
"조만간 하려고 한다. 마음은 있는데 다른 일이 워낙 바빠 아직 못하고 있다.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태그:#이병훈,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문화, #쿤스트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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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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