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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이 출연했었다. 혹시 방송 봤나.
"원래 그 프로그램 좋아한다(웃음). 일부 봤다. 그 분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하지만 위원장으로서 사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 또 소통과 네트워크를 참 잘 하시는 분이란 점, 이 두 가지 부분을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영화제 본질에 충실했고,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늘의 궤도에 오른 것 아닌가."

 

- 영화제 본질에 충실했다는 것, 방송에서 김 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신뢰 구축, 재투자 과정 그리고 정치적 중립 등 여러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성공했다고 본다. 문화 사업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비전을 갖고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따라서 정치적 상황에 따른 예산 변화나 정치적 임용, 이런 것이 없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패권적 의미 아냐"

 

- 그런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그 이름부터 이해하기 쉽지 않다. 뜬구름 잡는 식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해서 설명한다면?
"매년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축제 성격이 강하다. 반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훨씬 광범위한 성격을 갖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면 그때부터 페스티벌은 물론 창조 및 교류 활동이 1년 365일 지속될 것이다."

 

- 문화 활동 및 행사가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도시란 뜻인가. 그런데 왜 아시아인가?
"일단 아시아를 빼보자. 문화중심도시가 되지 않나. 정치, 경제, 문화 등 한 도시를 이끌어가는 여러 동력이 있다. 이중 문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에서 문화중심도시다. 그럼 왜 아시아인가. 아시아문화가치를 중심에 놓는 곳이란 뜻에서다. 따라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 중심은 패권적 의미가 아니다. 아시아문화를 중심으로 한다는 뜻이다."

 

- 아시아의 문화가치란 또 무엇인가.
"예컨대 모든 예술이나 콘텐츠 원천은 스토리다. 스토리가 기본이다. 그 스토리란 것이 지금까지는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 성경 등이 주축이었다. 그런 것들은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지금까지 여러 형태로 나왔다. 너무 많이 써 먹어서 고갈 상태다.

 

그런데 아시아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이 없었다. 서구인의 눈으로 재단된 아시아문화였다. 하지만 아시아에는 신화, 설화, 역사들이 산재해 있다. 이들이 의식주에 그리고 예술적으로 미친 영향이 무궁무진하다. 아시아의 문화가치는 곧 다양성이다.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찰흙만 '아시아문화', 세계에 오픈하는 멍석

 

- 그 재발견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 어떻게 이뤄지나.
"일단 아시아문화전당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아시아문화전당 내 아시아문화정보원을 통한 아카이브 구축이다. 아시아 문화원형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아카이브 하는 곳이다. 실물을 갖다 놓는 곳이 아니다. 그 자체도 불가능하고."

 

- 루브르 박물관은 아니니까?
"그렇다.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문화들이 아카이브화 된다.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사라지기 쉬운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것. 둘째는 그 문화자원을 창작의 아이디어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술성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두는 셈이다.

 

창작 아이디어는 아시아문화전당 내 창조원에서 구체화된다. 인도네시아 전통음악 자원을 활용한다고 하면, 여기에 예를 들어 힙합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음악은 언어가 필요 없지 않나.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영상, 첨단 영상이다. 아시아문화란 스토리가 세계에 통할 수 있도록 음악과 첨단 영상을 결합해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창조원에는 전 세계 창작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인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고 해서 아시아인만으로 담을 쌓을 것인가. 그것도 문제 아닌가. 호주의 유명한 극작가가 들어와도 되고, 미국의 누가 와도 되는 것이다."

 

- 다만 핵심적인 '찰흙'은 아시아 문화가 된다는 것?
"그렇다."

 

- 그 다음 단계는?
"아시아문화전당 내 아시아예술극장에서 공연이 이뤄진다. 일종의 쇼케이스 성격을 갖는 공연이다. 콘텐츠 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 않나. 투자조합 형태로 이를 도와주고 마케팅도 지원할 것이다. 결국은 뭐냐. 하나의 창작 아이디어가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로 완성될 수 있는 구조, 그 구조의 핵심에 전당이 있는 것이다."

 

- 그러니까 어떤 하나의 이벤트로 집약이 되는 도시가 아니라, 일종의 '산파' 역할을 하는 도시라고 이해해도 되겠는가.
"그렇다. 말하자면 멍석을 까는 것이다. 능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 여기 와서 예술적 혼을 불사를 수 있는, 광주에 와서 그걸 풀어낼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패권적 의미가 아니란 것이다. 인문학, 예술 그리고 기술 등이 화학적으로 결합되는 공간이 여기다.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창작과 협업 시스템이다. 그 과정을 통해 아시아의 문화적 가치를 고양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연결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한류와 같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여기는 '쌍방통행'이며, 아시아국가와의 공생을 목표로 한다."

 

"정치적 언사는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

 

- 잠깐 <황금어장>의 김동호 위원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그 날 방송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1회부터 15회까지 정치인 축사가 없었다는 말이 화제가 됐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여기도 가능하다. 지자체에서도 10년 넘게 근무해 봤는데, 표심을 얻는 장으로 축제가 활용된다는 것, 관객들이 와 있는데, 축사 하는 데만 한 시간이 가 버린다는 것, 이거 대단히 큰 문제다. 이제 세계적인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들을 선발하고, 각종 행사나 페스티벌이 벌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만을 무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공동창작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행사들인데, 당연히 정치적인 언사는 제약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1인 지배체제가 아니다. 예컨대 아시아 신화를 하나 쓴다고 하자.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수많은 외국 사람이 관여될 것이다. 기존 문화 예술 기관에서 보기 힘든 다분야 협업이 이뤄진다. 그런데 그런 공연장에 와서 누가 축사를 한다?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 자체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와서 축사하고 그런 시스템으로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 축사가 어울릴 만한 행사나 이벤트 자체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는 보기 어렵다?
"어렵다. 왜냐하면 국내 행사가 아니니까. 여러 나라의 전문가가 관여돼 있는데, 만약 누가 축사를 한다고 치자. 어느 세월에, 영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 통역을 하겠는가(웃음)."

 

- 잠깐 가벼운 질문을 하겠다. 혹시 술 좋아하시나?
"좋아한다(웃음). 요즘 몸이 좀 안 받쳐줘서 그렇지, 술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한다."

 

- 술자리를 좋아한다는 뜻인가.
"술자리를 좋아한다."

 

- 혹시 문화계 쪽에 특별히 친분이 있는 사람은?
"여기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이렇게 말하겠다. 특히 이 사업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다 필요하다고 말이다. 각 분야 '선수'가 모여서 토론하고, 거기서 최적의 모델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있다. 그래서 분야별로 전문가들과 그런 자리를 많이 한다. 물론 술자리보다는 회의자리가 많다(웃음)."


태그:#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문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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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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