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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 대표들이 2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4·27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이 연합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오른쪽부터 국민참여당 이재정, 진보신당 조승수, 민주노동당 이정희,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중략) 국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정당이 결국 자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협상을 좌초케 한 점, 변명의 여지는 없다. 연합의 정신과 그 효과를 넘는 자당의 이익은 없다. 소수, 신생정당으로서 경선방안이 자당과 그 후보에 불리하다는 판단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연합의 대의를 받아들이겠다는 국민과의 약속보다 클 수는 없다."

 

지난해 4월 20일 '6·2 지방선거 야권연대 협상'이 결렬됐을 때, 당시 정치협상에 참여했던 4개의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공동성명의 일부다. 민주당을 비롯 모든 야당이 자당의 이익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한 호혜존중의 정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이었다.

 

1년 만에 시민단체들은 또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MB 야권연대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던 4·27 재보선 정치협상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이다.

 

희망과 대안, 시민주권, 한국진보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협상대표단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부터 7차례 열린 정치협상의 경과를 설명한 뒤, 야4당에 '중재안'을 내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이들은 "각 당이 포괄적 정치연합을 통해 4·27 재보선이 현 정부 실정을 심판하고 국민이 승리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했다"며 "각 당이 적극적인 협상자세를 보였지만 약속시한인 20일까지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이어 이들은 "야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4·27 재보선 야권연합에 합의한 만큼 각 당의 주장을 감안해 시민정치운동 단위가 제출하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시민사회 중재안'을 정치권이 수용하라는 압박이다.

 

시민사회 '4.27 재보선 중재안' 내고 야4당 압박

 

이들이 제안한 중재안은 모두 7가지다. 첫째, 민주당은 전남 순천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 나머지 3당은 4월 3일까지 3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간 시민배심경선을 통해 야권단일후보를 선정한다.

 

둘째, 경남 김해을은 4당간 경쟁을 통해 야권단일후보를 정하도록 하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양당 간 합의에 따라 선 단일화 할 수 있다. 경선방법은 4당간(민노-진보 단일화 할 경우 3당간) '후보 적합도' 방식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선후보 2인을 정한다.

 

결선방식은 4월 3일까지 결정하되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1)국민참여경선과 여론조사경선을 5 : 5 비율로 한다 2)국민참여경선은 정당과 시민사회가 공동관리하며 진행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시민단위가 제안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방안을 시행한다 3) 여론조사 경선은 ▲ 후보자별 당명표기 ▲ 주말에 실시 ▲ 연령별 5분위로 나눠 모집단 조사 ▲ 방식은 전화면접조사 ▲ 가상대결(경쟁력) 방식과 적합도 방식을 5 : 5로 안분한다 등이다.

 

셋째, 강원지사와 경기분당을 후보는 민주당이 선출한 후보를 야권단일후보로 정하며 넷째, 야4당은 지역별 공동선대본부를 구성해 공동대응한다. 다섯째, 4·27 재보선 정책연합은 중재안 합의와 동시에 일괄 타결한다. 여섯째, 3+1(김해·분당·순천+강원지사) 이외 지역은 별도로 지역별 논의를 한다. 일곱째, 지역별 논의를 통해 3+1 지역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에게도 호혜적 연합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 같은 시민사회의 중재안에 야4당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정당별로 자기 입장과 유·불리에 따라 불만은 적지 않지만, 직접 대놓고 표출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이미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해 비판받았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당장 '판'을 깨고 나가지는 못하는 셈.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강기갑 민노당 전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이학영 복지국가와진보대통합시민회의 상임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선거연합 가능한가?'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수 대표 "선거공학적 접근 유권자도 수용 안할 것"

 

민주당 협상대표인 이인영 연대연합특위 위원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22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떻게 논의가 모아질지 알 수 없으나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에게 배분하는 방식은 곤란하지 않겠나"라면서도 "MB심판이라는 공동의 요구가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이해가 맞지 않아도 가치가 옳으면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장은 "연합정치의 판을 키워 가치에 기반한 공동의 승리를 거두는 것이 이번 4·27 재보선의 목표 아니겠냐"며 "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진보진영 전체가 당선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에 협조하는 것이 연대연합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협상대표인 장원섭 사무총장은 "우리는 큰 틀에서 시민사회가 내건 중재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이광재 강원지사 시절 공동정부 이행이 순조롭게 되지 않았던 책임을 물어 구속력 있는 합의를 전제로 한 연대가 돼야 한다는 요구를 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야권연대 공동정부 이행을 못 박아야 민주당 후보를 연합후보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밖에 진보양당 간 후보단일화를 포함해 정치권 내부의 개별적인 연대연합논의는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장 총장은 이번 협상에서 민주당이 '무소속' 형태로 정당 밖의 인사를 순천지역의 후보로 상정하고 압박한 것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학영 전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의 무소속 출마 타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진보신당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21일 "가치연대에 입각한 호혜존중의 원칙을 강조해왔지만 이런 원칙이 야권연대 안에서 지켜지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며 "연대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시간에 쫓겨 선거공학적으로만 접근하게 되면 유권자들도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협상대표인 박용진 부대표도 "협상과정을 지켜봤지만 호혜존중과 미래지향적 협상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앞으로 지역별 야권단일화 논의를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부대표는 "중앙 차원에서 논의가 안 풀릴 때는 지역별 논의로 풀 수도 있는 것"이라며 "야권연대와 관련해 각 당별 논의가 지속되겠지만 과연 선거연합 테이블이 필요한 것이냐 존속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음을 성토한 것이다.

 

국민참여당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협상대표는 "매우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며 "협상이 아직 끝났다고 보지 않고 시간을 갖고 더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새 지도부를 뽑은 국민참여당으로서는 최근까지 진행된 협상내용에 대해 상세히 논의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다만 국민참여당은 쟁점으로 제기된 김해을 후보단일화 경선과 관련해 '국민참여경선'이 가진 함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참여경선이 사실상 돈과 조직동원 선거라는 게다. 민주당에 비해 당세가 작은 국민참여당이 돈과 조직 동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단일화로 수렴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백승헌 변호사 "대의와 실리 중 실리만 취해서야 되겠나"

 

각 정당이 처한 위치에 따라 서로 요구조건을 달리하는 이번 정치협상을 함께 해온 '희망과 대안' 협상대표 백승헌 변호사는 "시민단체들이 시민들로부터 권한을 법적으로 위임받지는 않았지만 불만이 있더라도 큰 틀에서 야4당이 이 중재안을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대승적 결론에 이르는 길 아니겠냐"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정치협상을 통해 지역을 보장받는다 해도 본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더 엄혹한 심판이 기다리는 게 사실 아니냐"며 "필요에 따라 야권연합을 취하면서 대의와 실리 중 실리만 취하지 말고 연합정치의 대의를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협상대표는 이번 정치협상의 결과가 6·2 지방선거의 재판이 될 것을 우려했다. 시민사회가 판을 만들어줬지만 결과적으로 시민적 논의와 관계없이 정치권 입맛대로 '후보단일화' 방안을 결정하는 것에 상당한 경계심을 표출했다.

 

그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이 정당 간 협상을 통해 막판 후보단일화를 시도하거나 지역별 연대논의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요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포괄적 연대연합 논의가 깨진다면 지역별 연대연합 논의도 요원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은 이번 4·27 재보선이 국민적 관심 속에서 적극적으로 치러지는 게 아니라 당리당략에 따라 소극적으로 치러질 때 결과적으로는 야권의 총체적 실패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었다.

 

실제 이번 4·27 재보선 정치협상 과정에서 국민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흥행요소'는 거의 없었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로 '김해을' 지역 선거도 흥밋거리가 둔감했으며, 순천의 경우도 이학영 전 총장의 불출마 입장 피력으로 재밋거리를 잃었다.

 

게다가 정치협상마저 결렬됐다. 국민적 재미와 감동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야권의 장치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투표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투표율이 낮으면 전통적으로 여권에 유리하다. 누가 이 상황을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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