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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가 일본대사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의연금 모금을 오랫동안 부정함으로써, 일본대사관에 의연금을 전달하려던 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은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발생한 일본대사관을 사칭했다는 '기부금 모금 사건'과 대한적십자사의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트윗'이 모여 발생한 일이었다.

 

3월 17일 오전: 주한 일본대사관 홈페이지 공지

"주한 일본대사관의 기부금 모금"

 

일본 대지진 발생 후 직접적으로 빠르게 일본에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주한 일본대사관을 떠올렸을 것이다. 일본대사관은 한국의 신한은행 계좌로 의연금을 모금한다는 내용을 3월 17일 오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였다. 많은 사람이 공지를 확인하고 해당 계좌를 통해 의연금을 입금했다.

 

 

3월 17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트위터

"잘못된 공지"

 

그러나, 3월 17일 오후가 되면서 혼란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대한적십자사는 일본대사관의 기부금 계좌 개설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트위터에 [알림] 형식으로 공지한다.

 

 

그날 발생한 한 사건을 통해 대한적십자사가 왜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일본 지진 관련 기부금을 불법으로 모금한 사람들이 있다는 기사가 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예금주는 달랐지만, 논란이 되었던 '일본대사관과 적십자사를 사칭'했다는 계좌도 신한은행 계좌였고, 일본대사관에서 개설한 계좌도 신한은행 계좌였다.

 

대한적십자사는 일본대사관이 "별도의 모금활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공지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러웠어야 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일본대사관 홈페이지를 확인했을 당시 의연금 모금 공지가 없다는 사실이 일본대사관에서 "모금 활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방침을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공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일본대사관에 의연금 모금 방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한적십자사는 그들이 확인한 시점까지의 "사실"을 공지한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그 공지를 읽는 사람은 그것을 "방침"으로 읽을 것이다. 대한적십자사가 책임 있는 공지사항을 트위터에 올리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확인한 시점 이후로도 일본대사관이 한국에서 의연금 모금 계좌 개설을 하지 않을 방침인지도 확인했어야 한다. 앞으로 방침이 있다면 언제부터 그 방침을 시행할 것인지도 확인했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일본대사관이 국내에서 "별도의 모금활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공지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적십자사의 공지사항은 그것이 수정되기 전까지는 그 내용이 계속 유효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이다.

 

3월 17일 저녁: 대한적십자사 트위터

"잘못된 공지"보다 더 큰 문제, "안이함"

 

대한적십자사의 [알림]은 선의에서 비롯하였다고 이해할 수 있으나 중대한 일을 엄밀하지 못하게 다루어 결국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지함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혼란을 주었고 또한 일본대사관의 의연금 모금을 방해한 셈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공지 내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을 때 대처한 방식이 너무 안이했다는 것이다.

 

 

어떤 시민이 "신한은행 계좌가 허위였느냐"는 질문을 하였을 때도 대한적십자사는 사태를 확인해 보려는 노력 없이 "일본적십자사와 일본대사관은 국내 모금 계좌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이때는 이미 일본대사관에서 신한은행 계좌 설치를 한 지 최소한 10시간이 넘은 시점이었다. 대한적십자사는 공신력을 의심하기 어려운 준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관이 일본대사관에서 계좌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확인해주고 있을 때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는 계좌 번호가 올라와 있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서 기부금을 모집한다는 정보는 피싱(phishing)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월 18일 저녁: 대한적십자사 트위터

"안일함"보다 더 큰 문제, "오류 시정 없음"

 

아마도 대한적십자사는 그저 사실을 몰랐을 뿐이고, 트위터의 질문자에게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대한적십자사의 선의를 얼마간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대한적십자사가 사태를 알고 나서도 오류를 바로잡을 노력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공지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일본대사관에서 의연금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에 대한적십자사는 일본대사관이 의연금 모금을 위한 국내 은행의 계좌를 개설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고 만다. 공지 내용의 오류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사과도 없다. 오류를 발견했다면 일차적으로 잘못된 [알림]을 수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잘못된 [알림]을 퍼뜨린 것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러한 분명한 '해명'이 없다면, 대부분의 트위터 팔로워들은 기존의 [알림]이 계속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19일 낮: 대한적십자사 트위터

"오류 시정 없음"보다 더 큰 문제, "무책임"

 

더 나아가 대한적십자사는 그 문제를 지적당하였을 때에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일본대사관에 확인하였을 당시에는 계좌 번호가 없었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대사관 웹사이트 확인할 "당시"가 아니다. 그 시점은 이 사건의 맥락에서 별 의미가 없다. [알림]은 그 시점보다 한참 뒤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적십자사가 [알림]을 올릴 때 계좌 번호가 이미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다는 사실이다.

 

 

 

잘못을 발견하였으면 재빨리 인정하고 수정된 정보를 최대한 빨리 제공하는 일이 우선으로 중요한 일임에도 대한적십자사는 오류를 수정하지 않고 잘못하지 않았다고 주장함으로써 혼란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잘못된 공지를 지적하는 사용자에게 끝까지 본인들이 확인했을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원한다면 '캡처 화면'을 보내주겠다는 비상식적인 대응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의도적으로 일본 대사관 모금을 방해하기 위해 수정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악의적으로 해석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게 된 자초지종을 해명하고, 그 결과에 대해 사과하는 일은 '캡처 화면'을 찾아 올리는 수고를 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의도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대한적십자사의 방만한 트위터 운영이 대한적십자사 전체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게 되었다. 방만하고 무책임한 트위터 운영의 부정적 사례 목록에 대한적십자사의 트위터를 포함하기 충분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트위터가 일으키는 문제와 해결책"

 

이번 사건은 공지영 작가가 대한적십자사의 잘못된 [알림]을 자신의 리트윗함으로써 훨씬 커졌다. 공지영 작가로서는 대한적십자사의 [알림]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알림]을 리트윗해 주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공지영 작가가 그 [알림]의 내용에 오류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 [알림]이 어떤 개인의 것이었다면 공지영도 그 내용에 대해 얼마간 책임을 져야겠지만 대한적십자사의 [알림]이라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의 원천적 오류 때문에 공지영 작가는 그릇된 정보를 수만 명의 사람에게 잘못 퍼뜨려 혼란을 일으킨 셈이 되었다.

 

실은 대한적십자사의 트윗보다 공지영 작가의 트윗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 트위터 팔로워는 1만7811명인데 공 작가의 팔로워는 9만6248명이다. 공지영 작가의 팔로워들이 시민의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선의에서 다시 그 [알림]을 리트윗했다면 대한적십자사의 그 잘못된 알림은 수천, 수만의 시민을 혼란에 빠뜨렸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대사관의 의연금 모금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트위터는 긍정적인 면도 크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이번의 공지영 작가의 잘못된 리트윗 같은 경우가 그렇다. 모든 트윗이 진실만을 전하고, 옳은 것만 전파한다고는 할 수 없다. 트위터에서 잘못된 정보가 섞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선의와는 상관없다. 문제는 트위터의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선의에서 나왔기 때문에 다 허용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 파급력 때문에 때로는 본의 아니게 엄청난 혼란과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 한계를 지닌 매체이기 때문에 그 사용에 극도로 신중하여야 한다는 것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언제나 의식하고 있어야 할 사항이다.

 

트위터가 가질 수밖에 없는 부정적인 기능은 트위터가 가진 긍정적인 기능으로 치료하고 수정해야 한다. 트위터는 그릇된 정보를 빠르게 파급시킬 수도 있지만, 그 오류를 빨리 발견하고 재빨리 고치는 힘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안상수 의원이 아들이 서울법대에 특혜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났을 때 조국 교수가 트위터로 그것이 잘못임을 알렸을 때 잘못된 소문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태그:#일본 대지진, #대한적십자사, #주한 일본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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