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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에 실시한 일제고사 진단평가를 3,4,5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3학년은 그냥 '진단평가'가 아닌 '기초학습 진단평가'였습니다. 평가 이름이 4,5학년과 같이 '진단평가'가 아닌 '기초학습 진단평가'라고 한 것에는, 단지 이전 학습내용을 진단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3학년 아이들이 갖춰야할 '기초학력'을 진단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3년 만에 부활한 '기초학력 진단평가'

 

교육청에서 보내온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진단평가 실시계획'을 보면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진단평가'에서 평가할 '기초학력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습니다.

 

◦ 초3 기초학습 진단평가에서의 기초학력의 개념은 학교 학습에 기초가 되고, 초등학교 2학년까지 성취해야 하는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및 기초 수학(arithmetic) 능력을 의미함

 

 그러나 올해 3월에 처음 실시한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 진단평가'를 보니 과목명만 봐도 '읽기', '쓰기', '기초수학'인 것과 평가문항유형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년동안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국가수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로 실시해 오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이 문제출제를 비롯한 평가관리를 담당하던 이 평가는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2008년을 끝으로 없애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슬그머니 '기초학습 진단평가'란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국가수준이 아닌 시도교육감 소관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이 두 가지 평가가 밝혀놓은 '기초학력'의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2008년에 실시한 '국가수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 계획서에는 '기초학력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습니다.

 

◦ 학교 학습과 사회생활에 기초가 되는 국어 능력(language literacy) 및 수리력(numeracy) 중 초등학교 3학년이 성취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능력

  - 국어 능력 및 수리력은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및 기초 수학(arithmetic)의 <3R's>를 의미

 

두 가지 문건에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기초학력'을 보는 시점입니다. 올해 실시한 '초등학교 기초학습 진단평가'는 기초학력의 시점을 '2학년까지 성취해야하는'으로 잡고 있고, 2008년까지 7년 동안 실시한 '국가수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는 '3학년이 성취해야할 것'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의 차이는 평가를 보는 때와 관계가 있는데, 올해 실시한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 진단평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3월 8일에 실시했고, 2008년까지 실시해온 '국가수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늘 10월에 실시해 왔습니다.

 

두 평가가 이름만 약간 다른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인데, '기초학력'의 평가시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둘 중에 한 곳이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시점을 잘못 짚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아니면 둘 다 잘못 잡고 있던지요.

 

또 하나 올해 실시한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진단평가'의 문항을 보니 2008년까지 국가수준으로 실시하던 평가문항과 크게 다를바 없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되었습니다. 그러나 평가문항을 보면 이 평가가 과연 갓 2학년을 넘긴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문항으로 알맞은지 의심스럽습니다. 제가 이번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 진단평가'를 살펴본 문제점을 대강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초학력'을 사지선다형 일제고사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첫째, 갓 3학년이 된 아이들에게 '기초학력' 평가를 사지선다형 일제고사로 실시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서답형과 수행형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일제고사의 특성상 말만 서답형, 수행형이라고 하나 사지선다형과 크게 다를바 없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단답형 위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실제 내용을 알고 있거나 할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느냐로 '학력'을 재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학년 아이들은 묻는 문제가 무엇을 묻는지 잘 몰라서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또하나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에 사지선다형에서 한 가지 답이 나올 수 없고, 실제로 사지선다형으로 평가를 해 보면, 아이마다 답이 다른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먼저 사지선다형 일제고사로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것이 '기초학력' 평가방법으로는 최악의 방법입니다.

 

'기초학력' 평가 대상 과목이 잘못되었습니다.

 

둘째는 '기초학력' 평가 대상과목이 '읽기'와 '쓰기', '기초수학'인데 과연 3학년 초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읽기'와 '쓰기', '기초수학'일까요? 이 또한 '기초학력'을 편협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초등학교를 포함한 모든 교육현장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듣기와 말하기'입니다. 3학년 아이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기초학력이 '듣기와 말하기'입니다. 그러나 예전 '국가수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도 이번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 진단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듣기와 말하기'를 빼 놓고 있습니다.

 

'듣기와 말하기'도 단지 스피커에서 일방적으로 들려오는 내용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일방적으로 내뱉는 연설같은 말하기가 아닌 상대와의 소통으로서의 듣기와 말하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초학력'평가에서 빼놓은 것처럼 우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듣기와 말하기'를 빼놓고 있습니다.

 

'기초학력' 수준을 잘못 잡았습니다.

 

셋째는 '기초학력'의 수준을 누가 왜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 '기초' 수준이 1,2학년 아이들에게 알맞지 않고 지나치게 어렵습니다. 기초수학이 '기초'수학이라면 단지 문제를 읽고 답을 고르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조작활동을 통해서 알아보는 게 맞습니다. 어른도 헷갈리는 '선분'과 '직선'을 반드시 구분할 수 있고, 기둥모양을 어설픈 흑백 선그림에서 찾아봐야 하고, 분수를 그림으로 보고 구별할 수 있어야 기초학력을 갖춘 것인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기초수학'에서 '기초'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합니다.  

 

 '읽기' 문항을 보면 모두 25문항으로 되어 있는데 3학년에 갓 올라온 아이들이 읽어서 문제를 풀기에 지문이 너무 많습니다. 문제를 보면 문제가 어른이 읽기에도 무엇을 묻는 것인지 알 수 없이 어렵습니다. 국어 '읽기'의 '기초' 또한 다시 짚어봐야합니다.

 

평가 문항에 문제가 있습니다.

 

넷째는, 이번에 실시한 평가 문항이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3학년들이 똑같은 문제로 평가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이들마다 겪는 경험이 다른데 특정한 경험을 가진 아이들의 생활경험을 위주로 평가문항을 내는 것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공평하지 못합니다. 또한 문제를 통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 위험합니다. 예전 '국가수준 초3진단평가'에서도 '신호등'이 나오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이 문제는 신호등이 있는 지역 아이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신호등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힘든 문제이기 때문에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결론으로 말하면, 지난 3월 8일에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습 진단평가'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왜곡하고 있으며, '기초학력'을 재기에 여러 가지로 매우 부족한 평가입니다. 오히려 이 평가를 본 정상적인 아이들이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로 낙인을 찍힐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평가입니다. 따라서 2008년을 끝으로 사라진 '국가수준 초3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사라졌듯이 이 평가 역시 다시는 3학년 아이들에게 강제로 보게 해서는 안되는 평가입니다.

 

 * 관련기사 : 잘못 출제된 일제고사 문제는 누가 책임지나요?

덧붙이는 글 | 다음에는 3학년 기초학습 진단평가 문항을 짚어보겠습니다.


태그:#일제고사, #진단평가, #3학년기초학습진단평가, #기초학력,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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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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