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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지난 1월 17일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에 대한 언론브리핑에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은 지난해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로 인해 촉발된 학교 현장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지난 1월 17일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에 대한 언론브리핑에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은 지난해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로 인해 촉발된 학교 현장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교과부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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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왔던 학생 간접체벌 허용과 출석정지제도 도입 등을 강행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완료하고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앞서 교과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시행령)을 지난 14일 열린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을 받았다. 교과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이른바 '자율과 책임 중심의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 추진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 간접체벌 허용과 출석정지제도 도입은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불이익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교육·인권단체들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 반대했지만 교과부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보면 '도구·신체 등을 이용한 직접체벌'은 전면 금지시켰다. 대신 학칙에서 정한 훈육·훈계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하도록 위임(시행령 제31조 8항)해 팔굽혀펴기·운동장걷기 등 간접체벌의 길을 터줬다.

교과부는 "그동안 직접체벌의 근거로 문제가 됐던 문구를 삭제하고 교사에게 최소한의 지도수단으로서 '교육 벌' 개념으로 간접체벌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교조 울산지부는 최근 성명에서 "간접체벌도 학생들에게는 폭력이고 인권침해"라며 "각 학교는 학생 인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도 지난달 2일 교과부에 낸 반대의견에서 "간접체벌이 직접체벌에 비해 안전하거나 덜 고통스럽다는 근거도 없고, 도구나 신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의 인권침해 요소와 비교육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생 징계 방법으로 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제도(시행령 제31조)를 도입한 것도 문제다. 교과부는 "특별교육 등 징계 수단으로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학생에 대해 퇴학처분 이전에 행사할 징계 방법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학교문화 선진화 추진’ 붙임자료의 ‘향후 계획’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시·도교육청의 관련 조례 및 체벌금지지침은 재검토·수정되고, 단위 학교에서는 학칙을 일제히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교과부 ‘학교문화 선진화 추진’ 붙임자료의 ‘향후 계획’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시·도교육청의 관련 조례 및 체벌금지지침은 재검토·수정되고, 단위 학교에서는 학칙을 일제히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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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교조 측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학내 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이수-퇴학처분이란 단계적 징계 제도가 있다"면서 "다시 특별교육이수에 출석정지를 결합한 것은 힘들이지 않고 문제 학생들을 학교에서 배제할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아예 교과부의 출석정지제도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출석정지제도나 간접체벌 등은 인권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교과부는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문제 학생에 대한 출석정지제도 대신 강원도학생교육원에 출석을 인정해주는 위탁교육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도 "출석정지는 학습권을 박탈하는 중징계이지만, 교육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학생부에 무단결석으로 기록돼 상급학교 진학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등 해당 학생에게 미치는 피해 범위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으나 교과부는 이를 묵살했다.

이처럼 교과부가 간접체벌 허용과 출석정지제도를 도입하자 청소년인권단체 쪽에서는 "학교장의 독재를 강화시키는 개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교과부의 간접체벌 방침은 체벌을 전면 금지한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돼 학교 현장의 혼란도 우려되고 있다.

또한 경기지역 교육현장에서는 최근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상위법 우선 원칙에 따라 학생인권조례가 무효화 된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김상곤 교육감이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도록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교과부는 왜 문제가 있는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일까. 한 교원단체는 "경기도 등 일부 시·도에서 제정 시행하거나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제동을 걸고 진보교육감들의 권한을 축소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교과부도 비슷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 1월 17일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에 대한 언론브리핑에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은 지난해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로 인해 촉발된 학교 현장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이 장관의 브리핑추가 설명 자료를 보면 교과부의 '목적'은 좀 더 분명해진다.

'학교문화 선진화 추진' 붙임자료의 '향후 계획'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시·도교육청의 관련 조례 및 체벌금지지침은 재검토·수정되고, 단위 학교에서는 학칙을 일제히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경기지역에서 떠도는 소문의 내용과 흡사하다.

이 자료에는 또 "학칙에 대한 지도·감독기관의 인가권을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올해 안으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중요하게 언급돼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8조는 공·사립학교의 경우 학칙 제·개정은 시·도교육감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학교문화선진화 방안 추진을 위해 학생 간접체벌 허용과 출석정지제도 도입 등을 담은 법령 개정을 완료하고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사진은 수원 S고교 학생들의 체육시간 모습.(자료사진)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학교문화선진화 방안 추진을 위해 학생 간접체벌 허용과 출석정지제도 도입 등을 담은 법령 개정을 완료하고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사진은 수원 S고교 학생들의 체육시간 모습.(자료사진)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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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내용은 '학생인권조례 무력화와 교육감의 권한 축소'를 의심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주목되는 것은 교과부의 계획들이 실현될지 여부다. 특히 3월부터 시행된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경우 교과부 시행령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체벌을 전면 금지한 학생인권조례가 간접체벌을 허용한 교과부 시행령 보다 학생 기본권을 더 보장하고 있어 유효성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 시행한 경기도교육청이 여유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상위 규범보다 학생 기본권을 더 제한하는 하위 규범은 무효가 돼 개정 대상이지만, 반대로 기본권을 더 확대한 하위 규범은 법적으로 더 유효하다"며 "따라서 학생인권조례는 현행대로 학교 현장에서 차질 없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선 학교장들이 교과부 시행령에 따라 간접체벌을 학칙으로 정할 경우 하위규범이 상위규범인 학생인권조례보다 학생 기본권을 더 제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개정 대상이 된다"며 "만약 이런 사례가 발생할 경우 도교육청은 학칙개정명령과 함께 행·재정적인 불이익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고문 변호인단을 통해 이런 내용의 법률적 자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교과부나 교과부의 시행령 개정을 반기며 간접체벌을 학칙으로 규정하려는 일선 학교장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시·도교육청에서는 관련 조례 및 지침 등을 수정·보완하고 단위학교에서는 학칙을 일제히 정비해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지침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상·하위 규범의 충돌 문제를 묻자 "시행령에서 간접체벌 허용을 학칙으로 위임했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이 상위규범인 시행령을 따르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례나 지침, 학칙에서 전면 금지한 경우 교과부의 시행령을 따르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과부 장관이 행사했던 고교 평준화 지역 지정 권한이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이양된 것도 논란거리다. 교과부는 "평준화 지정 과정에서 적용하던 일반기준을 입법화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학생·학부모의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평준화 지역 지정 권한은 사실상 조례 심의와 의결권을 가진 시·도의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 때문에 경기·강원도교육청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해온 6개 지역(경기 광명·안산·의정부, 강원 춘천·강릉·원주)의 평준화 계획이 무산돼 다시 진행해야 할 처지다. 두 교육청은 지난 15일 각각 논평을 발표해 평준화를 무산시킨 교과부를 성토했다.


태그:#교과부, #간접체벌, #학교문화선진화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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