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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7·19·14·9·5·10'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임명·내정된 인사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숫자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열린 56번의 행정부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논란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 것에는 부동산 투기가 31건, 세금 탈루 및 체납이 27건, 병역의무 불이행 19건, 위장전입 14건에 달한다.

 

이 같은 의혹이 일어 직위에 내정하고도 임명하지 못한 것이 9건, 임명됐지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것이 5건,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경우도 10건에 달한다.

 

'고소영·강부자 인사', '측근·보은·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음에도 현 정부 들어 임명되는 인사들의 면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7일 열린 인사청문회의 대상자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2008년 방통위원장에 임명될 당시 부동산 투기 의혹·병역 의혹·위장전입 등 갖은 의혹에 휩싸여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바 있다. 그럼에도 임명은 강행됐고 3년의 임기를 채운 그는 방통위원장 연임을 위해 또다시 청문회장에 선 것이다.

 

원혜영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에 관한 법률안' 발의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비리 백화점' 고위 공직자의 임명을 막기 위해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17일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연 원 의원은 "우리나라도 엄정한 법적 기준을 통한 체계화된 사전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해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뇌물 수수와 같은 명백한 범법행위자를 부적격자로 걸러낼 수 있는 인사검증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검증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의 두 갈래로 진행돼야 함에도 기존 청문회는 도덕성 검증이 주를 이뤘다"며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자는 사전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고 도덕성에 결격 사유가 없는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며 원 의원의 법안에 힘을 실어줬다.

 

원 의원이 발의한 안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의 인사검증위원회를 따로 마련하고 고위 공직 후보자 76개 직위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대통령·국회·대법원장·대통령 당선인은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실시를 위원회에 요청해야 하고 인사검증을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직자로 임명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위원회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법안에 의하면, 위원회는 후보자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사실조사를 거친 후 그 결과를 대통령·국회·대법원장·대통령 당선인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더불어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며 위원장 포함 3인은 상임위원으로 구성토록 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인사검증을 맡았던 권오중 전 청와대 행정관은 "위원회가 검증 결과를 통보하는데 그치면 구속력이 떨어지므로 위원회만의 적격 여부 판단 결과를 넣어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위의 비중에 비춰볼 때 대통령비서실장·국무총리실장·국민권익위원장 등도 검증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회가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

 

위원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중립 문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청문회에 참석한 오성호 상명대학교 교수는 "위원회 위원들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전제가 없는데 여야가 균형을 이루도록 정치적 배경을 확실히 하든지 아예 정치적 배경을 배제토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위원(장)이 임기가 끝난 후 타 공직으로 진출하는 것도 일정부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임명권자가 무시해도 제도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위원회의 실질적 기능이 모호하다"고 짚었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 팀장 역시 "위원회가 (후보자에 대한) 적부를 판단할 경우 이 판단이 대통령 또는 국회, 대법원장은 이를 따라야 하는지 혹은 인사권자의 재량 사항으로 할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임명권자의 인사권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위원회의 운영 과정의 명확성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법안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을 꼼꼼히 적은 원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임명 전에 상하이 총영사가 직무 수행에 적합한가를 따졌다면 (스캔들 등의)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증 범위, 대상, 위상을 좁고 단순하게 해서 입법화하는 데에 저항을 최소화하고 입법 후 시스템을 진행해 가면서 보완해 가겠다"고 밝혔다. 


태그:#인사청문회,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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