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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중학교 대부분이 '학력신장'을 위한 '방과후학교'라는 이름의 '보충수업'을 반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일부 학교에서는 '0교시 수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대전지부는 지난 7일부터 1주일 동안 대전 지역 중학교 10곳(동부 5개교, 서부 5개교)에 대해 방과후학교 실시 및 참여강요 실태를 표본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10곳 모두에서 '방과후학교'라는 이름의 '교과 보충수업'이 실시되고 있었고,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서를 받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 또는 반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곳의 학교에서는 0교시 보충수업이 실시되고 있었는데, 이는 보충수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전교조는 설명했다. 몇 해 전 0교시 수업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까지 사라진 0교시 수업이 중학교에서 다시 부활한 것.

 

또 이러한 방과후학교라는 이름의 보충수업에서는 대부분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교과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방과후학교'가 사실상 학교에서 시행하는 합법적 과외수업으로 전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무리한 방과후학교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일정을 어긋나게 하여 생활리듬을 깨트리고, 학교장의 지시에 따라 울며 가지 먹기로 강좌를 개설한 교사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교조대전지부는 "현재 대전지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무늬만 '학교 자율화'일 뿐, 사실상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한 상태"라면서 "일선 학교들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강요하는 이유는 '7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학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업성취도 향상도' 및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학교평가 점수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새로 도입되는 학교성과급의 주요 평정 지표"라면서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장들은 학생, 교사, 학부모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문제는 교육과정 파행 운영을 감시하고 지도·감독해야 할 교육청이 '학교자율화'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며, 학교평가와 학교성과급이라는 칼자루를 쥔 채 인성교육이나 공교육 정상화 등 교육적 가치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고 비난하면서 교육청의 지도·감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운영의 기본 원칙은 학부모와 학생의 희망조사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라며 "전교조의 자료를 토대로 강제적인 면이 있는지, 0교시 수업이 실제 진행되고 있는지 등의 실태를 조사해서 지도할 부분이 있으면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태그:#0교시, #방과후학교, #보충수업, #대전시교육청, #전교조대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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