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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에서 먹은 웰빙식, 스님들의 식단을 맛볼 수 있다
 소림사에서 먹은 웰빙식, 스님들의 식단을 맛볼 수 있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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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지구상에 소림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소림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무협물이나 중국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소림사는 친근하게 다가올 정도로 말이다.

소림사라는 키워드 때문에 하나패밀리 해외파견단에 지원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자세히는 모르지만 무림 고수들이 살 것만 같은 신비하면서도 친근한 소림사가 궁금했고, 그곳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패키지 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3박4일의 패키지 여행, 셋 째날 첫 번째 일정을 마친 후 은근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고 소림사로 향했다.

소림사에 도착한 우리는 무술쇼 관람을 앞두고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스님들이 먹는 식단으로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웰빙식이다. 사찰에서 먹는 공양밥을 기대했는데 의외다. 소림사 근교에 있는 식당을 이용했다. 대체로 깔끔한 맛이었고, 모든 음식들이 채소나 곡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눈으로 식별했을 때는 분명 육류나 해산물로 보이는 데 실제는 채소들이다. 심지어 교묘하게 비슷한 맛을 내는 것도 있다. 종이로 만두를 만들거나, 화학 색소로 계란을 만들어내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니 신기하기만 했다. 물론, 의도하는 바는 다르지만 말이다.

소림사 정문
 소림사 정문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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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의 입구에서 범상치 않은 수도승의 동상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다. 입구에서 여기 저기 사진을 찍어대며 뭉그적대고 있는데 가이드가 재촉을 한다. 소림사의 무술쇼가 시작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입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걸어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풍경들을 휙휙 흘려보내야 함이 아쉬웠지만 별 수 있나.

시간에 맞춰 겨우 입장을 했다. 장내는 이미 많은 관객들로 채워져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는 실패. 고로 좋은 사진을 담기도 글러 먹었다. 사실,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하더라도 조명이 어두워 죄다 흔들렸을 테니 자리를 탓하기도 민망하다. 옆에서 오두막으로 ISO 3200까지 끌어올려 사진을 찍던 일행이 부러웠을 뿐이다. 내 카메라는 ISO 640만 되도 노이즈가 심하니 말 다 한거다. 여기서 구차한 변명이라니, 나도 참.

무술쇼가 시작되기 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무술쇼가 시작되기 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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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쇼가 시작되기 전과 쇼가 끝난 후에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카리스마 있는 동작으로 촬영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가 멋지다. 포즈가 어설픈 관객은 직접 교정을 해주기도 한다. 물론 공짜일 리가 없지. 중국돈으로 20원,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00원 정도의 가격이니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소림사의 무술고수들과 사진 한 장 담겨두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테니 말이다.

차력쇼를 연상케 했던 소림사 무술쇼
 차력쇼를 연상케 했던 소림사 무술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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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약 20분동안 진행된다. 너무 짧은 공연 시간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공연의 질은 '소림무술'이라는 말을 무색케한다. 서슴 없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엄청난 파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소림사의 무술은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일인가보다. 가벼운 몸놀림과 카리스마 있는 표정연기는 일품이었지만, 쇼의 내용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차력쇼 수준이었다. 그래도 걔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바늘 하나로 유리벽을 뚫고 풍선을 터뜨리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내공은 가히 놀랄만했다.

저마다 아쉬움과 불만 섞인 목소리를 토해내며 공연장을 나와 화장실을 간 일행들을 기다리는 사이, 위엄있는 달마대사의 동상 앞으로 몰려나오는 학승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절에서 수도를 하고는 있지만 밖에서 보니 영락없는 그 나이 또래의 청춘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농구공을 손에 쥐고 나와 관광객들이 자리를 피해주길 기다리더니 광장이 한산해지자 농구를 시작한다. 문득 '소림축구'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농구도 그렇게 할까 싶어 잠시 멈춰 서서 구경을 해보았지만 일반 농구와 같을 뿐이다. 다시 한 번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느끼며 소림사 경내로 이동했다. '지혜, 뭘 기대한거니?'

세계적인 사찰 소림사
 세계적인 사찰 소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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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는 중국 하남성 숭산에 있는 사찰로 북위 효문제에 의해 창건되었다. 달마가 9년동안 좌선을 했던 곳이기도 하며 그가 연마한 소림권법 때문에 중국 고유 무술의 발원지로 더 유명하다. 태국과 독일에 분점까지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사찰이이지만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었다. 그래도 오래된 사찰에서 풍겨져 나오는 위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소림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가는 길에는 연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 연꽃을 밟고 지나가면 장수를 한다고 한다. 단, 8번 이상은 밟으면 안 된다는 주의 사항도 덧붙이면서···. 그 말에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어차피 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라며 연꽃 문양을 밟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자, 이제 얼마나 오래 못 사나 보면 되는거지?

소림권법을 연마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목
 소림권법을 연마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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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을 지나 대웅보전에 이르는 길의 가장자리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그 크기가 범상치 않아 가이드에게 어떤 용도의 것인지 물었더니 공덕비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절을 세우는데 물질적으로 보탬이 되었거나, 이곳에서 수련을 했던 고승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비석이다. 중국은 정말 대륙이라는 별칭답게 뭐든 큼직큼직하다.

대웅보전의 앞 쪽에는 큰 철확이 있다. 스님들의 밥을 책임졌던 철확은 국내 사찰에서도 보았던 것이라 그다지 놀랍지 않다. 몇달 전 속리산 법주사에서 보았던 크기에 비하면 그리 큰 것도 아니다. 이건 무슨 경쟁 심리인지 괜히 승리한 기분이 든다. 유치하게 말이야.

경내에 있는 고목에는 소림권법을 연마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손가락 힘을 기르기 위해 계속해서 나무를 찔렀다고 하는데 그 깊이에서 세월과 노력의 흔적이 그대로 전해진다. 소림사의 진정한 무림고수는 이 고목이 아닌가 싶다. 몇 십년, 아니 몇 백년이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수도승들의 상대가 되어주며 얻은 영광스러운 상처를 안고 있는 모습에서 엄청난 연륜이 느껴진다. 

소림사 경내의 깊숙한 곳에는 무술을 연마하던 장으로 쓰였다는 곳이 있다. 바닥이 닳고 닳아 울퉁불퉁해진 흔적이 그곳의 역사를 말해준다. 이쯤에서 가이드로부터 달마대사와 혜가스님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를 들었다.

「어느 날 '혜가'가 수련을 하고 있는 달마대사를 찾아왔다. 혜가는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청했고, 달마대사는 이를 냉정하게 뿌리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혜가에게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면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고민 끝에 혜가는 눈이 내리던 날 달마대사의 앞에서 자신의 왼쪽 팔을 잘랐다. 팔이 잘려나간 부분에서 피가 떨어져 바닥의 눈이 붉게 되니 붉은 눈이 내린 것이다. 달마는 그런 혜가의 의지에 감탄해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

소림사의 스님들이 합장을 할 때 한 손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일화 때문이다. 혜가스님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피를 기억하기 위해 붉은색의 승복을 입는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을 알고 나니 스님들의 승복과 합장하는 모습을 눈여겨 보게 된다. 역시 여행이란 것,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노라마로 담은 탑림의 모습
 파노라마로 담은 탑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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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탑림
 소림사 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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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에서 나와 길을 따라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탑림을 만날 수 있다. 소림사의 탑림은 역대 고승들의 사리가 모셔진 거대한 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약 200여개의 사리탑들이 세워져 있다. 모양도 크기도 다른 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이 진풍경을 이룬다. 탑 사이를 거닐다보면 정말 숲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소림사 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낙타를 만났다. 인형인 줄 알고 다가갔는데 진짜 낙타라서 깜짝 놀랐다. 돈을 내면 함께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낙타 이야기를 빗대어 소림사에서의 느낌을 이야기할까 한다. 내가 만난 소림사는 상업적으로 변질돼 가고 있었다. 아쉬웠다. 까까머리를 한 청년들을 무대에 세워 장사를 하고, 그들과 사진을 찍어준다며 호객 행위를 한다. 곳곳에 배치된 포토존들 역시 다분히 상업적으로 보인다. 물론, 내가 너무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2010년 8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충분히 유명한 세계적인 사찰이었던만큼 많은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사찰이 앞으로도 장사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아닌 세월을 품은 아름다운 사찰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태그:#중국, #낙양, #소림사, #무술쇼, #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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