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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호 1호기에 화재가 발생해 폭발하고 있는 모습.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호 1호기에 화재가 발생해 폭발하고 있는 모습. 연기가 치솟고 있다.
ⓒ YT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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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상 최대 규모 대지진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 원전사고에 대해 "방사능 유출은 없을 것이다"는 일본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원전사고 수습이 어려워져만 간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벽과 천장 무너져... 주민 9명 피폭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1호기의 냉각장치 이상으로 노심까지 용융되어 방사능물질인 요오드와 세슘이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12일 오후 3시 36분경 이 원자로 격납건물에서 폭발과 함께 건물의 벽과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쿄전력 직원 등 4명이 부상 당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13일 오전 후쿠시마현 후타바 마을 주민 중 9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고 공식확인했다.

폭발의 원인에 대해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노심에서 발생하는 수소 저장 용기의 배관에서 새어나온 수소가 폭발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번 폭발로 인한 원자로 손상은 없다고 밝혔다.

이 말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 원자로 격납건물은 원자로가 손상되더라도 외부로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보호막이 없어졌다는 것은 이제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유출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더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심이 녹아내리고, 수소가 배출되어 폭발이 일어날 정도의 균열이 있는 상황에서, 원자로가 손상되지 않았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체르노빌, 쓰리마일에 이은 원자력 대형사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제 1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제2발전소로부터도 반경 10km 밖으로 대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제 1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제2발전소로부터도 반경 10km 밖으로 대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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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정도의 위험을 노출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심용융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고가 틀림없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도 12일 기자회견에서, 핵시설 사고 국제 평가 척도(INES)에서 보면 "4단계 정도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인체에 대한 방사선 장해, 시설에 대한 중대한 손상 또는 환경에 방사선 피해를 유발하는 것을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총 8단계로 이루어지는 위험단계 수치는 높을수록 심각함을 의미한다.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구 소련)가 수준 7, 1979년 쓰리마일사고(미국)는 수준 5, 99 년 JCO 우라늄 연료 가공 시설 임계 사고는 이번과 같은 수준 4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후쿠시마 제1원전 2, 3호기, 제2원전까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어 걱정이다. 또 체르노빌 사고처럼 발전소 인근지역에서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전사고, 일본정부 감당하기 어려운 듯

원자력 사고 등급표
 원자력 사고 등급표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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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지진에 의한 원전사고에서 일본정부의 대처는 나름 신속하고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을 초기에 신속하게 대피시키고, 긴급하게 대응을 잘 해나갔던 것 같다. 또 지진으로 인한 다른 피해들이 극심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대응은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하지만 원전의 위험성과 안전성에 대한 안전불감증과 비밀주의는 일본정부와 일본전력회사들도 비켜가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초기에 방사능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정부의 핵심관료 중의 한 명인 에다노 관방장관은 12일 폭발이 있기 5시간 전 기자회견에서 냉정하게 대응해 달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동경전력도 사고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모르겠다"를 남발하여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일부러 불안을 조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원자력발전 사고의 경우 그 어떤 것보다 사전 대처가 중요하다. 사고가 나면 일단 피폭을 피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후대처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사고발생 전에 피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하겠는가.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사태를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원자력사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안전하게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다. 원자력산업의 특성상 정보 보안이 철저하고, 특정의 사람들만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사고 상황에서는 관련국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처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사고로 인한 여파가 미칠 수 있는 한국, 중국 등과 공조가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 대책 마련해야

UAE를 공식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아부다비 알 아인 '아크부대'를 방문, 한국 및 UAE 장병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UAE를 공식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아부다비 알 아인 '아크부대'를 방문, 한국 및 UAE 장병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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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이와 같은 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UAE원전기공식 참여와 자이드국제환경상을 받기 위해 UAE로 출국했다. 하지만, UAE 핵발전소 기공식보다 국내의 핵발전소들을 점검하고 일본의 핵발전소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급선무 아닌가.

지금 한국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가까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원자력산업계, 원자력전문가 대부분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피폭을 해도 괜찮은 양", "한국의 원전은 일본보다 안전하다" 등 한국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답변만 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리고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잘 대처해 피해가 없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원전의 부정적인 효과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원전을 향후에 추진하는 데 문제가 생길 것을 두려워하여 그 위험성마저 숨기려 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죄없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다시 한번 요청한다. 일본에 119 구급대를 파견하는 정도로 이번 사태에 대처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재 사고 진행상황, 방사능유출을 파악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고 대비해야 한다. 또한 국내 핵발전소에 대한 긴급점검과 지진발생시 대응 시나리오 등을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국민들이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는지 방사능유출시주민대응매뉴얼 등을 이번 사건에 맞게 만들어서 알려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안재훈 기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원전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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