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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08년 12월,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징계가 잘못됐다며 7명 교사의 복직을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08년 12월,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징계가 잘못됐다며 7명 교사의 복직을 결정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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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법원 특별3부는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었던 서울의 교사 7명에 대해서 '별도로 심리할 필요가 없이 기각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 7인의 교사들은 2008년 12월 교육당국으로부터 파면·해임을 당했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도 해임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받은 후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을 해왔다. 결국 이들 모두 2년 4개월만에 법정 싸움에서 완전히 승리하여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로 교육당국은 이 교사들에게 복직 시까지의 미지불 임금과 20%의 이자, 그리고 소송 비용까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이 밝힌 피고소가가 1억 4천만 원(판결 결과에 따라서 피고가 얻게 되는 이익)에 이르니 2년 4개월의 임금과 이자를 포함하여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서울에서만 거의 1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세금으로 물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에서 일제고사 반대로 해임된 4명까지 포함하면 세금으로 물어줘야 할 돈이 15억 원에 이른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11일 대법원은 강원도에서 서울과 똑같은 이유로 해임되었던 교사 4명에 대해 징계 무효 판결을 확정했고 이들은 학교에서 쫓겨난 지 거의 2년만인 3월 2일 다시 학교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일제고사로 파면 해임된 교사는 울산의 조용식 교사가 최초로 학교로 복귀했고, 이제 남은 것은 서울의 S여중에서 파면되어 현재 소송 중인 김영승 교사만 남은 상황이다. 김영승 교사 역시 최초의 파면 결정에 대해서 이미 1, 2심 법원에서 파면 무효 결정을 내린 바 있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남은 상황이다.

그러나 S여중을 운영하는 일주학원(비자금 횡령 등으로 기소된 태광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학원)에서는 그를 복직시키기는커녕 다시 파면을 내렸고, 교원소청위는 또 다시 파면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부 교육 권력과 검찰의 굴욕

일제고사를 이유로 파면 해임되었던 교사가 전국적으로 13명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12명이 학교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고 한 명만 현재 소송 중인 셈이다. 교육계는 한 명 역시 파면 무효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검찰 입장에서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먼저, 교육과학기술부의 굴욕이다. 이전까지 표집평가(sampling test) 방식으로 진행된 학업성취도 평가를 이명박 정부는 전집평가(over-all test) 방식으로 변경하여 강행했다. 그리고 일제고사가 가져올 교육과정의 획일화와 서열화의 부작용을 비판하며 이를 반대하는 교사들을 무자비하게 파면·해임했다. 직접적인 징계권이 시도교육감에게 있지만 서울, 울산, 강원 등에서 징계 양정까지 맞추어 파면·해임을 하는 등 사실상 이 징계를 배후 조종한 것이 교과부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여기에 2009년 11월 UN 사회권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는 제네바에서 총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일제고사(Iljegosa)가 "불필요한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하고 학생의 중등교육에서의 더 나은 교육 방식에 대한 선택을 제한하는" 등의 이유로 일제고사 정책의 재고를 요구하여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기도 했다.

여기다 이 징계에 앞장 섰던 당시 서울과 강원, 울산교육청 역시 망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시 서울 공정택 교육감은 교육 비리의 대명사가 되어 감옥에 가 있고, 강원도의 한장수 교육감은 재선에 나섰다가 전교조 강원지부장 출신의 민병희 후보에게 쓴 잔을 마셨다.

이번 사건은 또한 대한민국 검찰의 굴욕이기도 하다. 일제고사 해임 교사들에 대한 1심 행정법원의 판결은 전원 해임 무효였다. 당시 시도교육감들은 모두 항소를 했지만 2심에서도 결과는 똑같았다. 이 정도면 대법원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상고를 포기하고 교사들을 복직시키는 것이 마땅하지만 검찰은 고집을 부려 상고를 결정했다.

국가기관의 모든 소송은 검찰과 법무부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당시 곽노현 서울교육감과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고 2심 판결에 따라 이들을 복직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강하게 상고를 밀어붙였다. 강원교육감은 직접 상고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서까지 내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했다.

행정기관이 상급법원 항소를 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별도로 낸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를 검찰이 거부한 것 역시 유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무리하게 검찰이 고집을 부림으로써 교사들의 복직만 늦어지고 이로써 국민 세금만 더 낭비되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검찰이 굴욕을 자초한 셈이다.

'굴욕 종결자'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법원의 연이은 일제고사 해임 무효 확정 판결의 최대 굴욕은 당연히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이다. 교원소청심사위는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고 교권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을 내모는데 일조했다.

이번 판결로 교원소청위가 해임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던 교사들이 모두 법원에서 승소하여 학교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교원소청위는 말이 없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정당 후원금 관련하여 법원에서 벌금 30~50만원을 받은 교사들을 6명이나 해임하는 결정을 해서 교육숙청위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외에도 시국선언 교사들을 16명이나 해임을 했지만 현재까지 대구와 경북에서 해임된 교사들의 징계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고 이후에도 비슷한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교원소청위의 파면 해임 사건 관련 결정 현황과 행정소송 현황. 교원소청위가 교원 파면 해임 사건 중 59% 정도를 구제해주고 있고, 파면 해임 결정 사건 중 행정소송에서 67% 승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 정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파면 해임을 유지하고, 행정 소송에서는 승소율이 9%이다. 얼마나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원소청위의 파면 해임 사건 관련 결정 현황과 행정소송 현황. 교원소청위가 교원 파면 해임 사건 중 59% 정도를 구제해주고 있고, 파면 해임 결정 사건 중 행정소송에서 67% 승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 정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파면 해임을 유지하고, 행정 소송에서는 승소율이 9%이다. 얼마나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 김행수(원자료 안민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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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분을 망각한 교원소청위의 대굴욕 사건이다. 현재 한나라당 출신이 연이어 교원소청심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고, 위원들도 현 정권 코드의 보수적 변호사단체인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소속 변호사, 교총이 추천한 인사, 사학법인 출신, 교장 출신 등으로 구성돼 있어 태생적 한계로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원소청위의 해산 내지 이에 준하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09년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05~2008년 교원소청심사위의 파면 해임 사건 심사 결과, 전체 파면 해임 사건 중 파면 해임이 유지되는 경우는 41%에 그치고, 59%는 파면 해임이 취소되거나 감경되어 학교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심사 중이거나 취하한 사건 제외) 교원소청위에서 파면 해임이 결정된 사건 중에 행정소송이라는 법정 다툼으로 번진 사건 중 67%에 해당하는 경우는 교원소청심사위가 이기고 33%만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08년 이후 일제고사 사건을 비롯하여 시국선언, 정당 후원금 관련, 사립학교 민주화 등으로 파면 해임된 교사가 40명에 이르는데 현재까지 이들 중 법원에서 파면 해임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받은 경우는 없다. 전교조에 대한 현 정부의 징계와 교원소청위의 해고 결정이 얼마나 편파적이고 정치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숫자이다.

일제고사 해고 무효 재판이 남긴 과제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의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을 잃고 얻었다. 교과부는 일제고사 강행의 명분을 잃었고, 교육청은 전교조 교사 해고의 정당성을 잃었다. 교원소청심사위는 존재 근거를 상실했으며, 상고를 고집한 검찰은 또 한번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MB정부의 교과부가 계속 일제고사를 강변할 것이 아니라 법원 판결의 진정한 취지와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여 일제고사 자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하여 국민적 합의를 다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태그:#일제고사, #교원소청위,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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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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