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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흡연가의 흡연 방법이에여~

흡연가 비흡연가 몰라요. 비흡연가도 흡연가 몰라요. 흡연가·비흡연가 탐구생활편이에요.
먼저 흡연가의 흡연 방법이에요. 흡연가가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향해요. 흡연구역은 아니지만 삼삼오오 모이다 보니 어느새 흡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되어버렸어요.

이런 제길 부장님도 나와 있어요. 일은 안하고 담배만 핀다고 핀잔을 듣기 십상이에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화장실 창문을 열고 재빨리 한 대 피어여. 사장님 나빠요, 흡연가를 위한 흡연구역을 별도로 설치도 않고, 흡연가 복지에 너무 신경 안 쓰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잠시 후에 담배를 피러 사무실 밖으로 또 내려와요. 심심할 것 같아 담배를 피지 않는 동료도 데리고 나와 수다를 떨어요. 바로 이 맛이에요.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입안이 심심할 때 한 대 피면 진짜 죽여여. 동료가 간접흡연을 하건 말건 내가 알바 아니에요. 친분을 쌓으면 그만이니까요.

퇴근시간이에요. 버스정류장에서 담배연기를 내품으며 집까지 걸어가고 있어요. 뒷사람이야 간접흡연을 하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에요.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니 담배가 너무 피고 싶어요. 베란다에서 피었더니 임신한 아내는 연기가 다 자기한테 온다며 잔소리에요. 할 수 없이 슬리퍼를 신고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요. 위에서 째려보는 아내의 시선을 피해 다른 라인 앞에서 피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담배를 피어야 하나 싶다가도, 이 맛을 포기하진 못해요.

다음은 비흡연가의 흡연 방법이에요~

다음은 비흡연가의 흡연 방법이에요. 사무실 화장실을 가는데, 남자 화장실에서 담배연기가 나여. 황당 시추에이션이에요. 금연 건물로 지정된 것을 알고도 그러는 건지 궁금해요.

오늘은 오랜만의 회식이에요. 부장님의 담배연기에 질식할 것 같아요. 춥다고 밖에 나가지 않고 앉아서 피우니 싫으면 나가라는 것이에요. 음식을 먹다 그만 일어났어요. 버스를 타러 가는데, 저만치서 연기를 뿜으며 흡연가가 오고 있어요. 재빨리 건너편으로 피해요.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저녁 찬거리를 장만해요. 앞에 가는 흡연가, 연기를 푹푹 품어대고 있어요. 재빨리 앞서가려고 하지만, 짐이 무거워서 싶지 않아요. 겨우 앞서가는 데, 과일가게 아저씨가 왼손에는 담배를, 오른손으로는 과일을 팔고 있어요. 과일을 사려다가 관두었어요.

애들 좋아하는 닭꼬치라도 사려고 포장마차 앞에 가니, 어묵을 한 손에 들고 먹고 있는 손자를 오른손으로 안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여요. 왼손에는 담배를 피면서 말이에요. 할아버지 얼굴 한 번 더 보게 되는 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닭꼬치도 사려다가 관두었어요.

저녁을 먹고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오는데, 다른 라인에 사는 흡연가가 우리 라인 앞에서 연기를 품어대여. 입을 막고 지나가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모금하니 기침이 나와요.

얼마 전에 들렀던 식당, 금연이라는 말 대신 99세 이상만 피래요. 주인장의 센스 때문인지 담배연기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하루에 한 모금이라도 먹고 싶지 않은데, 흡연을 안하고 지나는 날이 거의 없어요. 제발 흡연은 안 말릴테니, 걸어가면서 피지만 말아줘요. 한 쪽에서만 피면 피할 수 있잖아요. 비흡연가도 안 필 권리가 있어요.

얼마 전에 들렀던 식당, 금연이라는 말 대신 99세 이상만 피래여. 주인장의 센스 때문인지 담배연기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 "99세 이상만 피세요" 얼마 전에 들렀던 식당, 금연이라는 말 대신 99세 이상만 피래여. 주인장의 센스 때문인지 담배연기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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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110310 담배.hwp


태그:#흡연가, #비흡연가,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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