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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머리 모양이 그대로 나온 요리를 먹으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닭 머리 모양이 그대로 나온 요리를 먹으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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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자주하는 내게 꼭 한가지 철칙이 있다. 숙소만큼은 쾌적한 환경에서 자고 여행을 하자는 게 지론이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다음날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늘 지켜왔다. 이 때문에 어디를 가나 현지에 도착하면 숙박을 해야 할 경우 숙소를 먼저 알아보고 여행지를 돌아본다.

음식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현지에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빵이나 우유를 대신하면 되기에 걱정이 없었다. 주로 외국 여행할 때는 그래왔다. 그래서 중국여행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중국은 다행히 생각보다 숙소가 깨끗하고 쾌적해 별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음식이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 느끼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향이 강한 것은 참을 수가 없어 대부분 먹질 못했다. 한국을 출발하기 전 입맛이 까다로운 분들은 본인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가지고 오라는 안내자의 말이 실감났다.

음식점 가는 곳마다 비슷비슷한 요리들이 나오는데 대부분 향신료가 첨가돼 입맛에 맞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점차 적응해 갔다.
 음식점 가는 곳마다 비슷비슷한 요리들이 나오는데 대부분 향신료가 첨가돼 입맛에 맞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점차 적응해 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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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식당에서 나온 완두콩요리. 여기에도 향신료가 첨가돼 먹지 못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게 잘 먹었지만.
 대부분 식당에서 나온 완두콩요리. 여기에도 향신료가 첨가돼 먹지 못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게 잘 먹었지만.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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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음식점을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더더구나 원양제전이 펼쳐져 있는 윈난성은 오지기 때문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이지만 입맛에 거의 맞지 않았다. 물론 별 문제없이 잘 먹는 사람들도 있다. 현지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가장 부럽다.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들을 꺼내 놓고 밥과 소량의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태반이었다.

밥 또한 끈기가 없고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밥알이어서 먹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중국18괴 중 하나에 속한다는 밥통 뚜껑이 참 신기하게 생겨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나무 같은 걸로 촘촘하게 엮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보온도 잘 되고 밥이 쉽게 변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밥통 뚜껑을 열어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며 뚜껑에서 밥의 향긋한 냄새가 솔솔 풍겨 온다. 삶의 지혜에서 나온 과학적인 방법인 것 같다.

밥통 뚜껑이 신기하다.
 밥통 뚜껑이 신기하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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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18괴 중 하나인 밥통뚜껑 보온도 잘 되고 쉽게 변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나무같은 걸로 엮어서 만들었다.
 중국18괴 중 하나인 밥통뚜껑 보온도 잘 되고 쉽게 변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나무같은 걸로 엮어서 만들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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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식당에서는 미리 준비해온 술이라든지 반찬 등을 꺼내 놓고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넉넉지 않아 먹는 것이 늘 부족했다. 덕분에 기력이 쇠진하여 10kg에 육박하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게 곤혹스러웠다.

일행 중 몇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티며 다닐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서로 힘든 상황이지만 배려를 해주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게다가 이곳 날씨는 28~30도에 육박하는 여름 날씨이기에 갈증도 나고 더위에 지치기도 해서 중국 맥주로 고갈된 체력을 잠시나마 달래기 위해 낮인데도 낮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 맛은 일품이었다.

닭 한마리를 통째로 삶아 그대로 토막 내어 접시에 담아 내왔다. 놀라기도 했지만 뼈째 썰어서 뼈가 씹혀 먹을 수가 없었다.
 닭 한마리를 통째로 삶아 그대로 토막 내어 접시에 담아 내왔다. 놀라기도 했지만 뼈째 썰어서 뼈가 씹혀 먹을 수가 없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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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거늘 아침은 대부분 간단한 도시락으로(빵, 우유, 바나나, 계란, 이었는데 빵과 우유는 입맛에 맞지 않아 계란과 바나나로 허기를 달랬다) 해결했기에 많이 걸어야 하는 나는 늘 허기가 졌다. 게다가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먹는 둥 마는 둥 해 이동 중 차안에서 미리 준비해 간 간식을 끊임없이 먹어야 했다.

일행은 "그렇게 먹는데도 살이 안 쪄요?" 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했다. 내 사정도 모르면서 말이다. 제대로 먹지 못한 덕분에 중국여행 중 큰 볼 일을 한 번도 보지 못해 내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녀야 했다.

화장실 문화 또한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열려있는 화장실이 대부분이어서 화장실 가는 것도 걱정이 되어 마시고 먹는 것을 자제해야 했다. 어떤 곳은 들어갔다 깜짝 놀라 다시 나온 적도 있다. 이것만큼은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먹는 걸 얘기 하면서 화장실 얘기를 한다는 건 좀 민망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현상이기에….

지금 한창인 유채 잎을 기름에 살짝 볶은 유채나물이다. 이것을 많이 먹었다.
 지금 한창인 유채 잎을 기름에 살짝 볶은 유채나물이다. 이것을 많이 먹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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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을 그냥 삶아 담백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단호박을 그냥 삶아 담백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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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식점을 가거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이 있는데 그 요리는 먹을 만하여  맛있게 먹었다. 야채를 기름에 살짝 데쳐서 나오는 음식인데 요즈음 이곳에서 한창인 유채나물이다. 야채기 때문에 그리 느끼하지 않고 나름 담백한 맛이 있어 주로 이 나물과 함께 밥을 먹었다. 지금도 그 나물이 생각이 난다. 또 아무런 가미 없이 삶아 나온 단호박도 입맛에 잘 맞아 맘껏 먹을 수 있었다. 자주 먹다보니 점점 그들의 생활에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동 중 들어간 음식점에서는 좀 특별한 음식이 나왔다. 닭을 통째로 삶아 그대로 토막 내어 나왔는데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머리와 다리부분까지 그대로 접시에 올려 나온 것이다. 일행 중 개구쟁이처럼 활발했던 회원이 조각난 머리 부분을 얼굴에 붙여 보거나 닭다리를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해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덕분에 엔돌핀이 팍팍 솟아 점점 지쳐가던 몸과 마음이 잠시나마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

윈난성의 원양제전! 위대한 삶속에서 수천 년을 지켜온 그들의 피와 땀방울로 이루어진 역사, 그곳에 내가 있다는 것이 점점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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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윈난성, #18괴중밥통뚜껑, #유채나물, #단호박요리,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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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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