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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자는 두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출근준비를 시작한다. 큰아이는 유치원으로 작은아이는 어린이집으로 서로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도 다르고 입는 옷도 서로 다르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아버지는 그렇게 아침마다 땀을 흘리며 아이들을 챙기고 어린이집으로 유치원으로 숨가쁘게 뛰며 출근길에 오른다. 두 아이를 모두 보내고 통근버스에 몸을 실을때가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듯 출근 후 책상에 앉으면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그때부터는 일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10분이 채 안되 등원준비한 막내아이(오른족)와 아빠가 30분이 넘도록 준비를 해야하는 큰아이(왼쪽)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매일 아침 아빠는 큰 아이의 등원준비를 위해 땀을 흘린다.
▲ 매일아침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가는 아이들 엄마가 10분이 채 안되 등원준비한 막내아이(오른족)와 아빠가 30분이 넘도록 준비를 해야하는 큰아이(왼쪽)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매일 아침 아빠는 큰 아이의 등원준비를 위해 땀을 흘린다.
ⓒ 노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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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하면 10분인데 아빠가 하면 30분이 지나도...

최근 아내의 출근시간이 빨라지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등원은 남편인 나에게 돌아왔다. 처음에는 아내가 도와줬기 때문에 힘든 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서 아이 둘을 챙기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아내는 남편이 못미더운 탓에 막내아이의 등원준비는 모두 해주고 간다. 엄마의 움직임에 꿈틀거리는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그 시간에 기저귀를 갈고 옷까지 갈아입힌다. 그렇게 아내가 막내아이의 등원을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내는 그 짧은 시간에 본인의 출근준비까지 모두 마치고 아이의 젖병을 확인한 다음 '다녀올게요'라는 말을 남기며 현관문을 나선다.

아내가 집을 나서는 순간 아이들의 등원은 이제 모두 내 책임이 된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막내는 큰 아이와 내가 출근준비를 하는 사이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단잠에 빠지고 나는 큰아이를 깨워 얼굴을 닦아준 다음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힌다. 그리고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준비하면 출근준비가 모두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시간이 되면 나는 벌써 통근버스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10분이면 모든 것을 끝낸 아내에 비해 나는 30분이 지나도 큰 아이 하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보통 외출할 때 남자들은 여자들이 빨리빨리 준비하지 못하고 늦게 나오면 동작이 굼뜨고 느리다고 타박하기 일쑤다. 필자도 외출 할때면 항상 먼저 나와 차안에서 기다리며 늦게나오는 아내와 아이들을 타박했다. 하지만 아내와 직장맘은 엄연히 달랐다.

가족과 함께하는 외출에 아내는 자신을 치장하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혹여 어디 멀리 가는 길이면 아이들과 남편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정작 외식하러 갔을 때는 아이들 때문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어놓고는
'오랜만에 외식하니까 정말 좋다! 오늘 너무 잘 먹었어요' 라는 말만 남기고 또 다시 아이들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그리고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아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남편의 출근준비와 막내아이의 등원을 준비해 놓고 '다녀올게요' 라는 말을 남기며 현관문을 나선다.

혹자들은 이 시대의 남자들이 참 불쌍하다 말하고 어느 카피광고에서는 '아빠! 아빠하기 힘들지?' 라는 말도 나왔다. 필자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너무 많은 짐이 있다고 생각했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후배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집에서는 가장노릇에 아이들에게는 멋있는 아빠노릇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아빠들 못지않게 힘든 직장맘들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한참 커다는 시기에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며 직장으로 나가는 엄마의 마음도 힘들고 괴롭다는 사실을 그리고 따뜻한 밥 한끼 제대로 준비해주지 못하고 먼저 출근하는 것이 못내 미안하기만한 아내의 마음을...


태그:#직장맘, #등원준비, #출근전쟁, #엄마는10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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