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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작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작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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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성격상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고, 실수를 눈감고 넘어가지는 않지만...(이번 번역 오류에 대해선)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질 겁니다."

8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이다.

최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잇따라 번역 오류가 터져 나오자, 김 본부장이 뒤늦게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FTA 협정문) 내용에 잘못이 있어서 상대방과 분쟁이 생긴 것이 아니다"면서도 "한글본 번역 과정에서 실무진의 사무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수에 대해서 경중을 가려 합리적인 이해를 부탁드린다"면서 "실수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며, 외교부 차원에서 해당 직원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문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훈 "책임 지겠다"... "사의 표명인가" 질문에 "경중에 따라서"

김 본부장은 또 "(FTA에 대해) 궁극적으로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종적으로 제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사의를 표명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경중에 따라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며, 사퇴 여부에 대해서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어 "앞으로 FTA 협정문의 번역 과정에 대한 시스템 차원의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 검토되고 있는 개선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이 밝힌 개선안은 크게 세가지. 하나는 협정문의 초안은 통상교섭본부에서 작성하되, 외부기관에 별도로 용역을 줘 검토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교섭본부 안에 번역을 전담하는 별도의 상설 조직을 두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최종 번역문이 확정되기 전에 일정기간(한 달 정도) 외부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번역 시스템 개선안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에 대해서, 그는 "개선안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이미 체결된 기존 FTA 협정문에 적용하기란 상대방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류 논란이 있는 한-EU와 한미FTA 등에 당장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별도의 간담회를 가진 김 본부장은, 이번 협정문 번역 오류 논란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변명 싫어한다는 김종훈, 협정문 직접 보여주면서 해명에만 30여분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자리에서, 그는 "성격상 변명을 잘 못한다"면서 30여분이 넘도록 번역 오류에 대해 자세하게 해명했다. 특히 그는 2권으로 돼 있는 한-EU FTA 협정문을 직접 내보이면서, "협정문과 양허표 등 2권으로 돼 있는데, 다 합치면 1400페이지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섭본부) 직원들이 협정문 본문에 대해선 꼼꼼하게 봤는데, 이 쪽에선 지적된 부분이 없다"면서 "주로 표가 많은 양허표쪽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기호 변호사가 "협정문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데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본부장은 "3일 만에 이같은 문제를 발견했다면, 앞으로 외부용역을 송 변호사와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최근 FTA 번역 오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통상법 전문가다.

김 본부장은 "송 변호사가 지적해 주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일부 지적에 대해선 좀 오버한 측면도 있지만, 3일 만에 협정문을 다봤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상교섭본부는 최근 한달새 한-EU FTA 등에서 번역 오류가 세차례나 발생하고, 뒤늦게 협정문을 정정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뒤늦게 고쳐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에 다시 오류가 발견되면서,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협상문 번역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에선 한-EU FTA뿐 아니라 한미FTA 비준 동의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향후 비준안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12월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한미FTA 재협상 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쇠고기 분야는 최종합의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관련 서류를 양손에 들고 취재진을 향해 잠시 보여주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12월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한미FTA 재협상 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쇠고기 분야는 최종합의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관련 서류를 양손에 들고 취재진을 향해 잠시 보여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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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종훈, #한미FTA, #한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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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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