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파리(safari)는 본래'여행'이라는 뜻의 스와힐리어에서 온 단어로, 우리에겐 자동차를 타고 온종일 어딘가에 있을 동물들을 탐험하러 다니는 뜻의 단어로 쓰인다. 현지에선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라는 말이 더 통용되지만 말이다.

 

그러나 전후 모두, 한 차를 타고 동물들을 보기 위해 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니, 떠나기 전 함께 모인 사람들이 한 팀이 되는 것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운전사 겸 가이드 한 명, 요리사 한 명,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 4~5명. 이렇게 모인 한 팀은 며칠간 함께 밥 먹고 한 차에 타고 움직인다. 때에 따라선 케냐의 마사이마라의 밤 모닥불 옆에서 서로의 속내를 터놓으며 일 년 같은 하루를 쌓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 근처의 롯지(lodge)에 며칠간의 둥지를 튼 우리도 그러했다. 며칠을 지낼 곳이었고 그러기에 각자의 방을 구경하기 전의 심경은 참으로 두근거린다.

 

건물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했으니 '야외텐트쯤이겠다'라고 미루어 짐작한 것이 맞았다. 샤워시설에서 따뜻한 물이 나올리는 만무했지만(그들은 핫 샤워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틀어보니 역시나). 그러나 꽤 괜찮은 침대와 이불에서 만족스러웠다. 짐만 두고 나오라는 운전기사의 말이 있었으니 어서 나가볼까?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에 들어서며 가이드는 자동차의 지붕을 들어올려준다. 들어올린다는 표현이 맞는 것이 활짝 여는 것이 아니고, 관중의 시선을 가리지 않게끔 지붕만 들어올리는 것이다.

 

탁 트여진 초원과 더불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임팔라들만 봐도 그림 자체가 일반인이 '꿈꾸던 아프리카'기에 모두들 흥분한다.

 

 

"아, 저것 봐!"

 

흥분하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조절해주는 것은 운전기사겸 가이드의 몫.

 

"저기서 뿔 달린 놈 보이죠? 그게 수놈입니다. 권력자인 수놈 한 마리가 저 암놈들 무리와 다니는 거죠. 저쪽에 혼자 떨어져 있는 수놈들은 무리에 낄 수 없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모두들 마사이마라의 첫 동물에 심취해 있는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이 모습은 다음날이 되면 전혀 다른 리액션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듯, 입구를 지나면 임팔라들을 지나, 머지 않은 곳에서 얼룩말이 우릴 맞이한다. 여기저기서 조용히 셔터를 눌러 이 얼룩말을 간직하려는 움직임. 얼룩말의 그 완벽해 보이는 패턴에 경이로운 눈길을 보내는 것도 잠시, 길 건너에서 기린이 나타나 우아한 자태로 걷는다. 거기다 세 마리 한 가족!

 

"우와, 저 새끼 기린 봐... 너무 귀엽다."

 

사람들의 우호적인 눈빛에 답하듯 저만치 가던 기린 한 마리가 팬서비스라도 하듯 돌아봐준다.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가듯, 여기저기 탐험하던 우리의 자동차는 바분(원숭이의 한 종류)과 이름 모를 조류(물론 조류들의 이름은 다 들었으나...), 버팔로, 코끼리, 하이에나, 하마 등을 거친다. 그리곤 끝내 치타와 사자를 발견하고선 사파리의 절정을 이룬다.

 

날렵하고 아름다운 치타 두 마리가 자동차 쪽으로 걸어오다 시선을 느낀 듯 머뭇거린다. 숨죽이고 보게 되는 관중! 그리고 약육강식의 끝을 보여주는 사자무리들. 장기를 드러낸 누(소 과)를 뺏길세라 집중하여 식사중인 권력자 사자. 이런 과정을 거친 관중들의 반응은 다음 날 판이하게 달라진다.

 

자동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으레 주위에 무엇이 있겠거니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그다음 날부턴 눈만 굴린다. 이미 볼 것 다 봤다는 온몸의 심플한 표현이다. 나타난 얼룩말엔 슬쩍 고개를 한 번 돌릴뿐이다. 기린쯤 나타나면 기분 좋은 미소 한 번이 끝이다. 사자쯤 나와야 한번 크게 돌아봐주고, 못 보았던 레오파드의 흔적으로 남겨진 나무 위의 동물들 시체를 봐야 크게 한 번, 고개를 올려봐 준다.

 

초원에 놀러온 손님들이 주인인 동물들에게 크게 실례 할 만한 변심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곳은 아프리카고 각자가 원하던 아프리카 이미지는 모두 충족시켰으니 그게 여행의 맛 아니던가.

 

숙소에 도착해 요리사가 이미 저녁식사를 준비해놓은 것을 보면, 이미 예정되어진 계약이라 하더라도 감동이 들게 마련이다. 밥 차려 준 어머니의 손길 만큼은 아니지만, 누군가 내 끼니를 챙겨준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라고 할까. 각국의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끼니인지라 평범한 식재료로 만든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피워놓은 모닥불로 모이게 된다. 더구나 롯지엔 더 이상 초원에서 사냥을 누릴 자격을 잃은 몇 마사이 피플들이 일을 하고 있다!

 

깡마르지만 단단해보이는 체구에 귀에 커다랗게 구멍이 나 있는 마사이족들... 그들은 더 이상 결혼을 앞두고 맹수를 사냥해 본인의 용맹함을 알리지 않아도 되지만, 자꾸만 사회적인 삶을 강요받는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 옆에서 그들의 마사이마라 초원에서의 삶을 회상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총6개월의 여정을 바탕으로 기고합니다.
외래어의 경우, 소리나는 대로 발음 표기하였습니다.


태그:#케냐, #마사이마라, #아프리카 여행, #아프리카 종단, #아프리카 동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