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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대 청소노동자들이 고용보장과 임금삭감에 항의하며 지난 4일부터 본관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구한의대 청소노동자들이 고용보장과 임금삭감에 항의하며 지난 4일부터 본관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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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먹은 내 자식이 한의대 졸업했는데 학교가 우리를 대하는 것을 보니 부끄러워서 졸업장을 불태우고 싶었습니다. 교직원들부터 사고방식이 이 지경이니 이런 대학 나와서 사회에 공헌하라고 말이나 할 수 있겠어요?"

대구한의대가 지난 2월 28일 계약기간이 끝난 용역업체를 대신해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고자 두 번의 입찰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청소용역업체에서 일을 하던 청소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임금삭감에 반대하며 학교 본관 1층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2월 8일 학교가 청소노동자 7명의 감원과 무급 휴게시간 1시간 유지, 토요근무 폐지를 골자로 한 입찰공고를 내자 반발해왔던 청소노동자들은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4일 아침, 학교 측이 일용직 여성들을 고용해 청소를 시키고 쉼터의 전기마저 끊어버리자 농성에 들어간 것.

박원수 민주노총 일반노조 대구한의대시설지회 지회장은 "새로운 업체가 선정될 때까지 일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으나 학교 측이 들어주지 않았다"며 "심지어 시설팀장이라는 사람이 우리더러 '등록금을 냈나, 뭘 냈나? 민주노총에 가서 취직시켜 달라고 하고 거기서 월급 받아라'며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박 지회장은 "학교 측이 우리가 노조를 만들어서 청소업체들이 입찰을 안 한다며 우리를 비난하고 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총장님이 졸업식때 학생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는데 우리에게는 그마저도 안 되냐?"며 자신의 아들이 한의대에 입학했을 때 자랑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부끄러워서 남들한테 말도 못 하겠다고 하소연했다.

대구한의대 청소노동자들의 쉼터. 계단 밑에 판자로 겨우 바람을 막을 정도의 비좁은 공간이다. 그러나 한의대는 4일 오전 전기마저 끊어버렸다.
 대구한의대 청소노동자들의 쉼터. 계단 밑에 판자로 겨우 바람을 막을 정도의 비좁은 공간이다. 그러나 한의대는 4일 오전 전기마저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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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교 측은 노조와 대화를 통해 노조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고 고용승계 문제는 새로 선정되는 용역업체가 결정할 문제이지 학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말했다.

류인우 행정처장은 "두 번의 유찰로 인해 지금은 수의계약을 진행 중이며 용역업체가 4가지 조건을 요구해 와 검토중에 있다"고 말하면서 "토요일 휴무로 인해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부분(기사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이 제일 무서웠다> 참조)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업체에 보전해 주고, 인원 미충원시 1인당 20만원의 지체상금을 1일 인건비로 완화하는 등 조건을 완화하려 한다. 그러나 고용문제는 우리가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업체들은 대구한의대가 제시한 입찰금액에 계약하면 무조건 적자라고 말한다. 이번 수의계약 대상업체로 거론되는 대구의 한 업체 대표는 "학교측이 우리가 노조때문에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건 핑계다. 회사는 이익을 내는 게 목적인데 계약하면 무조건 적자인 입찰을 누가 하겠나? 수의계약에 참가해 달라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로 계약이 끝난 용역업체의 김 아무개 대표도 학교 측이 너무 경직돼 있다고 말했다. 보통 1년 계약하면 1년 더 연장하는 게 관례인데 기존 인력을 전부 고용하는 조건으로 견적을 8억 넣었더니 학교 측이 예산절감이 필요하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한다. 학교가 요구한 입찰금액은 5억5천만원 이하였다.

김 대표는 지난 1년간 적자를 보면서도 최저임금이 인상된 금년 1, 2월 인상분을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았지만 학교 측이 보전해 주지 않았다며 "금년에는 임금과 복지부분을 확보해서 샤워실도 만들어주고 쉼터도 개선하는 등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었는데 턱없이 낮은 금액이라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하고 홍익대보다 낮은 근로조건인데도 학교 측이 양보하지 않는 게 씁쓸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일반노조 김대식 사무국장은 "학교는 노조때문에 용역업체가 계약을 회피하고 있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며 "대체인력을 투입할 게 아니라 그동안 고생한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을 학교가 직접 고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한의대가 새로운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하지 못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작업도 허용하지 않은 가운데 청소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자 학교와 건물 주변에는 온통 쓰레기로 덮여 있다.
 대구한의대가 새로운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하지 못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작업도 허용하지 않은 가운데 청소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자 학교와 건물 주변에는 온통 쓰레기로 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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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구한의대, #청소노동자, #고용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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