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꽃샘추위의 기세가 매섭던 3월 3일 목요일, 참여연대 건물의 1층 카페통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원래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던 카페통인이지만 이날만큼은 저녁까지 환하게 불을 밝혔다. 추위를 뚫고 오픈특강을 들으러 온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옷깃을 여미며 바람을 헤치고 온 모든 사람들은 환한 불빛 아래서 잠시나마 추위를 잊었으리라.


오후 7시가 다 된 시각, 지하 1층 느티나무홀이 가득 찼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무릎 위에 <진보집권플랜>을 얹어놓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진보와 진보의 집권과 진보집권을 위한 플랜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모두가 다 조국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투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고소영과 장동건, 그리고 강부자

 

조국 교수는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식인이다. 작년 늦가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진보집권플랜>을 저술하고 북 콘서트를 지방순회식으로 다녔으며, 최근에는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는 책을 펴냈다. 그리고 오늘 강좌까지, 조국 교수는 늘 바쁘다.

 

그는 강좌의 시작에서 먼저, 왜 이렇게 책을 내고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행동'하는지부터 설명했다. 친서민과 중도를 외치는 MB정권이다. 공인 혹은 정치인은 분명 말보다 행동을 봐야 하는데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말뿐인 그의 친서민·중도정책에 조국 교수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새로운 권력, 진보가 집권할 수 있는 플랜을 담은 책까지 내기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조국 교수의 MB정권 설명하기.

 

"고려대·소망교회·장로회의 고소영이 장로회·동지상고·건설업의 장동건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 중매는 강남부자 강부자란다."

 

청중들이 심각하고도 무거운 현실을 인식하는 가운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관과 냉소를 넘어 '집권'을 꿈꾸자고 말하는 조국 교수다운, 그 나름대로 독특한 위트였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

 

고소영 강부자 외에도 암담한 현실에 대한 설명은 계속됐다.

 

날치기 법안 통과에 한숨 한 번, 2009년 배임 조세포탈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의 특별 사면에 한숨 두 번,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현실에서 법정에 섰던 PD수첩 작가와 기자 이야기에 한숨 세 번. 거기에다 이제까지 모든 한숨을 다 합쳐도 모자랄, 진보의 무능과 2012년 대선의 희박한 성공가능성까지 한숨 네 번.

 

현 정권의 이른바 난폭우회전도, 사분오열하고 있는 진보의 무능도 처음 들은 것이 아니건만 사람들은 다시 한번 느끼는 절망감과 안타까움에 터져 나오는 한숨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조국 교수는 "2012년 진보의 집권을 꿈꿔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되겠어?' ' 박근혜를 이길 수 있겠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이나 꿈꾸자'고 말하는 사람들은 2012년은 물론 2017년도, 2022년도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진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지는 것이고, 2017년은 2012년 이후에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조국 교수의 생각이었다. "지더라도 멋지게 져야 미래가 있다"는 조국 교수의 말이 참 와 닿았다. 그래서 안 된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결국 사람들 모두가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진보에게 비전과 연대를!

 

새로운 2012년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마음가짐을 고쳐먹는 일이라면 다음은 무엇일까? 조국 교수는 "진보의 새로운 비전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욕한다고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통령을 욕했지만 그렇다고 진보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것은 진보가 반MB, 정권심판 이외에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MB를 외침과 동시에 반MB를 넘어서는 비전과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조국 교수는 "4대 개미지옥의 굴레(사교육, 청년실업, 내 집 마련, 불안한 노년)에 갇혀 있는 국민들을 구해줄 수 있는 민생대책이 진보가 집중해야 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진보가 '밥 먹여 준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가야만 진보의 집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연대다. "집보집권을 위해서 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과거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연합을 예로 들었다. 노무현-정몽준 연합은 비록 깨지긴 했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집권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 조국 교수의 설명이다.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연정이 필요하다고, 정파를 뛰어넘는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슈퍼스타K 방식으로 대통령, 총리, 장관 후보 등을 뽑아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는 조국 교수의 말에 정당 바깥에서, 비정당 시민정치운동의 필요성까지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엄마들이 진보의 편이 될까요? 대학생은요?

 

특강의 끝 무렵, 질의응답 시간이 됐다. 할아버지에서부터 청년까지 다양한 수강생이 다양한 물음을 내놓았다.

 

첫 질문은 '어떻게 해야 엄마들이 진보의 편이 될까요?'였다. 조국 교수는 먼저 "진보가 이들 40·50대 주부의 고통이 무엇인지 짚어내고 이 고통을 개인이 아닌 제도가 풀어나갈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엄마들의 고민은 생활의 문제다. 집을 사야 하는데, 내 자식은 좀 더 좋은 사회에서 살아야 할텐데 하는 엄마의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하면 엄마들이 진보의 편에 설 것이라는 것이다.

 

역시나 고민 많은 대학생들도 '한 질문' 내놓았다. 스펙쌓기와 경쟁에 시달리는 우리네 20대들, '돈많이 버는 게 최고라는 친구들이 많아서 안타까워요,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본다.

 

조국 교수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으로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마도 지금 20대의 스펙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 아닐까 한다"고, "그러나 이미 고용시장 자체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수는 열패감에 빠지고 스스로를 자학할 수밖에 없어서 참 안타깝다"고. 그러고는 "2O대들에게 새로운 스펙을 쌓아보라"고 했다.

 

"흔히 많은 이들이 쫓고 있는 토익이나 학점이 아닌 남들과 다른 스펙을 가지면 그것이 새로운 너의 힘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 스펙 쌓기에 투자하는 힘의 1/5만 공적문제에 쏟아보란다. "88만원세대가 88% 투표하면 88% 생활이 바뀔 것"이란 조국 교수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산다? 아니, 이름 대로 산다!

 

친구 중 누군가가 말했다. 얼굴 잘난 남자는 만나지 말란다. '잘생긴 남자는 얼굴값한다'며 그냥 듬직하고 우직해 보이는 남자를 만나란다. 그러면 누가 받아친다. '잘생긴 남자는 얼굴값 하지만 못생긴 남자도 꼴값한다'며. 결국 얼굴값이든 꼴값이든 외형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특강을 들으러 가면서 조국이 말하는 조국만큼이나 설레게 하는 건 조국 교수가 정말로 사진처럼 훈훈할까였다.

 

강좌 시작 전, 느티나무홀로 들어선 조국 교수를 보고 '오, 인물값 하시는구나'했다. 그런데 강좌가 끝난 후 드는 생각은 '역시 이름값 하시네'였다.

 

세월이 흐르면 조국 교수의 훈훈한 인물도 변할 것이다. 그러나 이름은 변하지 않는다. 그만큼 조국의 조국 사랑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앞으로도 조국 교수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 7기 인턴 강혜란입니다. 관련 사진은 참여연대에서 오마이 포토에 등록했습니다.


태그:#참여연대, #아카데미 , #느티나무, #오픈특강, #조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