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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단체 활동가들과 보수여당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짜 서민대책이 무엇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일치된 의견도 있었지만 상반된 해법이 많았다.

 

4일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최고위원)의 주최로 열린 '보수와 진보의 접점을 찾는다' 토론회에서는 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참여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회에선 전세대란 해결책, 서민금융대책,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 폭넓은 서민 대책과제들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참여연대 "법으로 전·월세 상승제한" ...한나라당 "법적 제한 실효성 없어"

 

전세대란을 해소할 서민주거 안정대책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선진국 수준인 10~15% 이상으로 확대돼야 하고, 소형주택 건설 비중을 늘려야 하며,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안 된다는 것에 한나라당 서민특위와 참여연대 활동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전·월세 인상률에 법적인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참여연대 측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연대 민생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 임대기간을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입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성식 의원은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해서 전셋값이 잡히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전·월세 등기제도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한제를 두더라도 집주인이 이면계약을 하자고 하면 세입자로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현행 44%까지인 대부업의 이자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데에는 양측의 이견이 없었지만,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문환 의원은 "현재 모든 금전대차의 이자를 30%로 제한한다는 법을 발의한 상태"라면서도 "지난 2001년 일본이 대부업 이자를 20%로 줄였을 때 업체 수가 10분의 1로 격감한 예가 있다"며 '대부업체 음성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조 의원은 대신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는 게 필요할 것 같고, 대부업에 대한 감독권한을 금융감독위원회로 일원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식 "부양의무제 일부 폐지"... 이태수 "국가부담 뒤 구상권 행사"

 

복지사각지대 해소 방안에 대해선 양측의 의견이 갈렸다. 김성식 의원은 고용보험 미가입 임금근로자가 400만 명, 영세자영업자가 400만 명인 상황에서 소득이 최저임금 130%까지의 대상자에게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해 사회안전망 내로 편입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해도 현재 소득의 30% 정도밖에 못 받고,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도 평균 4.5개월밖에 안 되는데 안정적인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 건강보험 보장률도 60%밖에 안 된다"며 "고용보험이나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보강하지 않고 가입지원만 해주는 것으로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인의 소득은 없지만 부양의무제 탓에 실질적으로는 자녀 등의 부양을 받지 않으면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에 있는 노령인구 100만 명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 의원은 부양의무제 폐지로 인한 국가부담을 연간 5조 원으로 전제하면서 이들 중 소득수준이 낮은 10만 명에 우선적으로 3200억 원을 투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노인들의 소득이 없다면 1차적으로 국가가 지원을 해주고, 만약 자녀가 떵떵거리고 살면서도 부모를 부양을 하지 않는 사례에 대해서는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잘살면서도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이들은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불효자'가 되는 것이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를 부양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되면 예산도 5조까지 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이헌욱 변호사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 경제가 외국의 금융위기 등에도 굉장히 취약한 상황인데 위기가 우리나라 자체에서 터지면 굉장한 위기가 될 수 있고, 가계부채위기가 겪게 되면 그 여파가 30년은 갈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중지시키고 'GDP의 몇 퍼센트' 식으로 가계부채 총량제 같은 걸 1순위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금 한나라당이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서민정책은 지난해 12월 8일 국회 예산안 단독처리 상황에서 서민예산과 복지예산이 삭감된 것을 복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용을 전액 삭감, 영유아 무료 예방접종예산, 140여 개 공부방 지원예산과 230개가 넘는 지역 아동센터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 됐다"며 "지금 시점에서 다른 예산을 얘기하기 전에 이번 국회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해 삭감한 예산을 보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진보와 보수가 소탕 아닌 소통 해야"

 

서민특위 위원장으로 이날 토론회를 추진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오늘을 계기로 각 분야의 서민정책 대안을 모색해서 정부 정책에 꼭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노무현 정부 때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소통하지 않고 서로 소탕하던 시대였다"며 "이명박 정부도 3년이 지나고 있지만 보수와 진보가 소통하기보단 소탕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2년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차기 정부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서로 소탕하고 적대시하고 증오하는 구조로 가선 곤란하다"며 "보수와 진보가 접점을 찾아서 국민을 위해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점에서 이 나라의 대표적인 진보단체인 참여연대를 초청해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와 세미나를 갖게 됐다"고 이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태그:#한나라당, #참여연대, #서민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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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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