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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자료사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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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가 희망제작소 그만둔다는데 좀 알아보지."

화들짝 놀라지 않았다. 오랜 세월 그를 알고 지낸 경험으로는 '또, 사고를 치셨군!' 직감했다. 그는 안주하는 법이 없다. 무언가 일을 벌여놓고 안정감이 생기면 보따리를 새로 꾸렸다. 태생적 노마드? 어쩌면 그의 조상이 유목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2000년 낙천낙선운동을 이끌었고, 그 뒤로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로 일하며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담아야 한다면서 싱크탱크 희망제작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난데없이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안적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는 야만적이고 약탈적이기 때문에 이를 사회적 의미가 있는 대안적 경제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세기는 핸드메이드 시대라고 외치는 박 변호사는 따뜻한 봄날이 되면 길바닥에 나앉아 물건을 파는 '희망수레지기'가 되겠다고 자청했다. 아이디어 좋고, 제품도 좋은데, 판로가 없어 애간장을 녹이는 소기업 사장님들의 발이 되겠다는 것이다. 물건이 좋아 백화점에 납품하고 싶어도 단가가 세고 수수료가 높아 엄두도 못 냈던 '나홀로 사장님'들의 물건을 들고 거리로 나가 '박원순이 인증합니다!' 공인해주겠단다.

사회연대적 마음으로 소기업 물건의 활로가 뚫리면 한국의 경제구조를 공장형 대기업 위주에서 가내 핸드메이드 소기업으로 바꿔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생산자의 얼굴을 알고 팔고 사는 문화가 정착되면 북유럽 부럽지 않은 '협동조합국가'가 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대기업이 훼방 놓지 않을까? 걱정 말라 했다. 채널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전혀 관심 둘 바 아니라는 게다. 그러나 박원순이라는 사회적 브랜드로 일이 잘되면? 가만있지는 않을 것 같다.

2012년 우리가 원하는 정부 세울 준비는 됐나?

무엇보다 박원순 변호사는 늘 선거 때마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대선이면 대통령 후보, 서울시장선거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말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그의 이름은 또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게 돼 있다. 그래서 물었다.

"아직도 그런 얘기가 나오나? 이젠 40대로 확 내려가 보자! 좀 젊어져야지.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거의 70대다. 21세기 어마어마한 변화를 담지해낼 수 있는 세대, 그런 사람들이 정부도 맡아야 한다. 정치가 젊어져야 한다. 70대에 맡겨 놓으니까 이게 도통! 우리나라가 70대의 나라가 돼서야 되겠나."

시민운동가들의 적극적인 정치운동도 독려했다. 기존 시민단체를 졸업한 시니어 활동가그룹이 그간 활동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정치를 좀더 좋게 바꾸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하고, 그 길을 마음으로 후원한다고 말했다. 미조직 개별 유권자들만으로는 사회변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적극 해달라는 주문이다. 

다만, "현 정부가 개판 치면 칠수록 야권에는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지만, "(반MB노선으로) 정권을 잡은들, 국회의원이 많이 뽑힌들, 그걸로 만족하면 되나?"며 "2012년 우리는 어떤 정부, 어떤 사회, 어떤 경제와 어떤 삶의 질을 만들 것인지 충분히 준비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당부했다. 담론중심 논의만으로는 새로운 국가비전을 세울 수 없다는 얘기다. 보다 구체적으로 삶의 밑바닥으로 기어들어가 국민의 고통과 숨소리를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대입하라는 요구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3일 서울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그만두신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만두거나 안 그만두거나 마찬가지다. 실은 한 1년 전부터 주간 부서장회의에는 결합하지 않고 있다. 재정사업이나 큰 신규 사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과정, 또 '1천 개의 직업' 같은 대형 프로젝트 그런 것들만 챙겼다. 이명박 정부에서 소송당한 뒤 오히려 희망제작소는 재정이 탄탄해졌다. 시민 회원 덕분이다. (웃음)  공무원 전문 해외여행사 공공여행사도 제법 잘 나간다."

- 회원이 얼마나 생겼나.
"벌써 6500명이나 된다. 우리는 회비 안 내면 자동으로 정리한다. 매월 회비가 8천~9천만원이 걷힌다. 대단한 것이다. 모금 전문단체를 제외하고는 아마 비영리단체 중에서는 이 정도로 탄탄한 회원구조를 가진 곳이 별로 없을 게다.

이명박 정부가 재정자립에 큰 기여를 해준 셈이다. 안 그랬으면 아마 어려움 없이 지냈을 것이고, 기업이나 정부에서 받는 돈 때문에 방만해졌을 거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차단해주셨다. 오히려 시민조직을 기반으로 아주 탄탄한 조직이 됐다. 어려운 여건을 견디고 만들어진 회원조직이라 충실도도 높다. 그래서 위기는 늘 기회인 모양이다.(웃음)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는 늘 위태위태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런 게 없어졌다. 편안해진 게다."

- 편안해지시니 또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게 아닌가.
"지난해부터는 일상적 업무에서 해방돼서 자유로워졌다. 여유를 부리기 시작했고. 작년 연말엔 1주일 정도 어느 지역의 조용한 마을에서 지내다 오기도 했다. 지금도 어디 다녀오는 길이다(그는 이날 평소 지고 다니는 배낭 이외에 트렁크 짐을 끌고 나타났다). 하하."

- 새로 시작하는 일은 어떤 일인가.
"희망수레다. 2006년부터 3년간 전국을 돌아다녔다. 절망의 한숨소리, 희망의 열정, 시행착오의 어려움을 보았다. 지역의 어려움, 그 속에서 꿈틀대는 희망을 느끼면서 지역경제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역의 소기업을 키우고 유통 지원하는 희망수레를 발족한다. 쉽게 말하면 온라인쇼핑몰이다. 거대 백화점에 들어갈 수 없는 소기업의 좋은 상품들을 희망수레에 싣고 다니며 팔러 다니는 거다. 결국 좋은 상품을 소비자들이 알고 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영업사원이 돼서 좋은 상품을 팔러 다닐 것이다."

'희망수레' 끌며 영업사원 자청한 까닭

-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인가.
"나는 중소라는 말 자체를 거부한다. 우리나라 경제정책 중 잘못된 것 중 하나가 중소기업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중기업과 소기업은 완전히 다른 거다. 중기업은 매출이 몇천억 원 되는 어마어마한 기업이다. 이런 곳과 이제 막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소기업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영역이 많이 다른데 그걸 한 기관에서 하나의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 정말 기업가 정신을 가진 개인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나. 이 사람들은 안중에 없이 정부는 여전히 중소기업은행,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청 이러고 있다. 나는 이런 게 문제 있다고 본다. 소기업과 중기업은 완전히 분리해야 하고, 소기업의 창업단계와 초기 정착단계를 집중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돼야 한다."

- 희망제작소에서는 지난 5년간 소기업발전소를 운영해왔다.
"그래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소기업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은 첫째,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고, 둘째는 물건 팔아주는 것이다. 물건이 잘 팔려야 디자인도 업그레이드 하고 물건의 질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물건판매와 마케팅이 안 되면 딴 게 될 수가 없다. 그러니까 '희망수레'는 물건 팔아주는 마케팅 전문 NGO가 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으로 처음 도전한 분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이 물건이 왜 좋은 건지, 신뢰는 되는 것인지 일종의 인증을 해주는 공익NGO라고 보면 된다."

- '박원순'이라는 사회적 브랜드로 밀면 잘 팔릴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길거리에 물건을 들고 나가 팔면 사람들은 일단 호기심을 가질 게다. 게다가 나보다 더 유명한 연예인과 함께 하면 더 잘 팔릴 게다. 그래서 앞으로는 연예인들에게 부탁할 생각이다.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희망수레를 끌어달라고. 희망수레가 유명해지면 거기에 입점한 소기업 상품들이나 소기업가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될 거고 신뢰도 생기게 된다고 본다. 공익적 인증작업인 게다."

- 물건만 팔아도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보는 건가.
"이 운동은 사회연대적 방식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대형마트, 대규모 유통구조 아래서 어디 명함조차 내밀 수 없지만 좋은 실력으로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기업 기업가들에게 일종의 길을 열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힘드니까 온 국민이 세일즈맨이 돼서 그런 분들의 물건을 사주고, 또 자기 물건도 팔고 그러자는 것이다. 벌써 함께 하자고 나선 분은 100군데 업체의 제품 500개가 와 있다. 상근자는 둘밖에 없는데."

- 희망수레에는 주로 어떤 상품들이 실리게 되나.
"먹거리부터 문화상품까지 아주 다양한 컨텐츠들이 실릴 것이다. 유기농 쌀 재배 농가부터 온갖 것들이 다 있을 것이다. 대형 백화점과는 다르겠지만 오프라인 매장도 설치할 것이고, 온라인쇼핑몰은 이미 준비 중에 있다."

- 과연 믿을 만한 상품인가 인증과정은 있나.
"당연히 있다. 공증을 받는 절차를 만들 텐데 전문가들로부터 재능기부를 받을 생각이다. 샘플을 받아 실무자가 직접 사용해보는 절차도 마련할 게다. 소기업 물건이니 그냥 사주세요, 이럴 수는 없다. 안전성과 상품의 질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또 너무 최고의 상품만 고르려고 하면 팔 게 없다. 그러면 소기업을 돕는 의미가 퇴색된다.

적정한 선을 잘 설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분들이 써서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대중적으로 팔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연대적 운동방식이라고 얘기한 것처럼 100%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한다. 나는 일자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본다."

-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는 입점과 동시에 거액의 수수료를 내서 작은 기업들이 진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많다고 들었다. 희망수레도 수수료는 떼지 않나.
"가능하면 중간마진을 없애는 게 우리 운동의 목표다. 상대적으로 수수료는 덜 받게 될 것이다. 또 이익이 생기면 소기업발전국민기금을 만들어서 아이디어는 있는데 잘 만들지 못해서 아직 팔 수 없는 상품들을 개발하는데 투자할 생각이다. 이 운동은 뭐랄까, 공장에서 생산된 대기업, 중기업 물건 말고 소기업의 것을 사주겠다는 마음의 연대이기도 하다."

- 유통혁명에 나서신 것 같다.
"우리나라 유통에 문제가 많다. 우선 너무 대기업이 독점하는 게 문제다.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은 제한돼 있고, 소기업은 완전히 배제돼 있다. 또 대형마트 같은 데 들어간다고 해도 마진이 너무 커서 섣불리 들어갈 수도 없다. 유통체인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다. 유통의 한계, 고비용의 문제를 뚫는 걸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에게도 손해다. 생산자는 수수료를 많게는 50%까지 떼니 손해고, 소비자는 너무 값이 비싸서 손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경제적 혜택이나 이익, 행복감을 주느냐는 완전히 별개다. 야만적이고 약탈적인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사회적 의미가 있는 대안적 경제체제로 바꿔야 한다.

상호적 이익을 가져오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이런 게 많아져야 한다. 우리 경제구조는 완전히 천민적 원시적 약탈사회다. 최근 1~2년 사이 나는 대안적 경제체제에 관심을 많이 두었다."

- 협동조합형 모델을 강조하시는 건가.
"나는 분야별로 협동조합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률협동조합, 자동차수리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 등등. 우리 모든 삶이 협동조합 형태로 돼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다 이익을 보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특히 북유럽은 이런 게 굉장히 강력하다. 규모가 커도 결코 특정인의 이익으로 가는 법이 없다. 이렇게 돼야 우리 사회도 실질적인 미래의 대안적 경제체제, 행복한 사회체제가 될 것이 아닌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날마다 커져서 우리 삶도 행복해졌나?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생산체제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풀이든 작은 동물이든 다 사라지면 살 수 있나... 서로 윈윈 할 수 있어야"

지난해 9월 11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난해 9월 11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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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경제구조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주장 같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경제구조를 가질 수 있겠나.
"골목가게는 다 죽었다. 골목가게에 납품할만한 소기업들의 씨가 완전히 말랐기 때문이다. 소기업 씨가 말라 꽃을피울 수 없는 조건이다. 희망수레가 작은 일이지만 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판매, 유통, 마케팅을 뚫어주고, 맨땅에 물이 공급되는 효과가 생기도록 하고 싶다. 이렇게 움직여서 길을 내면 정부도 움직이게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날마다 대기업 유치에 혈안이 됐었는데 요즘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한다. 희망제작소가 4년 전 처음 커뮤니티비즈니스연구소를 만들어 자치단체를 교육했는데 그걸 벤치마킹하는 게다. 나는 그런 게 좋다. 우리가 만들면 다 갔다 썼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발전하지 않겠나. 커뮤니티비즈니스를 충실히 따른 전북 완주군 같은 데는 안덕리 마을회사의 매출이 10억 원이나 올랐다. 이게 잘 되니까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게 거버넌스의 힘이다."

- 중앙정부도 따라왔나.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정부가 이미 가져갔다.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가 이 사업을 가졌다. 이런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면 뭔가 되더라. 모든 건 우리 발밑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를 잘 돌아보면 비즈니스의 거리들은 너무나 많다. 발바닥을 보며 살자.(웃음)

이미 커뮤니티비즈니스는 붐이 됐고, 희망수레가 소기업 유통을 책임지고, 협동조합이 잘 마련되면 그야말로 우리 농촌은 블루오션이다. 다양하게 가공하면 우리 경제체제를 바꿀 수 있다. 이건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언론이 도와주면 참 좋은 일이다.(웃음)"

- 대기업들이 가만히 있겠나?
"나는 대기업과 소기업은 적대적 관계라고 생각 안한다. 어차피 소기업은 대기업이 관여하는 곳이 아니다. 소기업 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을 뚫을 수 없어서 희망수레에 동참하게 되는 격이다. 채널 자체가 다른 거니까.

만일 희망수레가 전체적인 유통시장에 어마어마한 변수가 된다면 모를까 그전에는 오히려 협력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지속가능해야 하므로. 소기업이 살아나야 대기업도 잘되는 게다. 공룡의 먹이가 다 사라지면, 예컨대 풀이든 작은 동물이든 다 사라지면 살 수 있나. 서로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

- 희망수레의 오프라인 매장이 궁금하다. 뭘 팔까.
"어느 땅에서 자란 고사리로 누구네 집에서 만든 된장. 뭐 이런 식이 될 것이다. 통칭 국산 이런 게 아니다. 원산지가 그 어느 상품보다 정확하고 재밌는 스토리까지 곁들여진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이다. 그걸 만든 사람들의 소박한 음식도 함께 팔린다. 공정무역커피 이런 건 기본이다.

공급되는 제품의 요리경연대회도 열 것이다. 청년들이 여기에 동참해서 맛있는 음식이 되면 매장도 차리고 6개월~1년간 레스토랑을 경영할 수 있는 창업지원도 한다. KS 인증마크, HACCP 등등 인증마크 같은 문제도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있다.

이게 물꼬가 터지면 어마어마해질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나는 21세기는 핸드메이드의 시대라고 본다. 모든 것은 신뢰로 통한다고 본다. 우리가 왜 중국산에 고개를 가로젓나. 신뢰 때문이다. 이게 다 공장형 생산구조에서 생기는 폐단이다. 쥐머리 새우깡 같은 것도 모두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그러나 생산자의 얼굴이 있는 상품의 시대로 가면 신뢰회복도 된다. 수제품이야말로 가장 비싸고 신뢰받는 상품이 될 것이다. 소기업 제품은 핸드메이드 상품이 많을 것이고 고유한 개성과 안전성은 당연히 담보될 게다. 다만, 수작업이라 가격이 비쌀 수 있는데 그건 생산자와 잘 협상해야 하지 않을까. 하하."

- 한국의 경제구조 개혁을 주문하셨다. 경제살리기와도 연결되는 건가.
"정부가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절대로 안 된다.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재래시장에서도 대형마트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상품을 판다. 이래선 경쟁력이 없다. 확실한 대안은 있다. 대형유통마트에서 파는 거 안 팔고 딴 거 팔면 된다. 그러려면 소기업이 살아야 한다. 어느 집은 수제화 구두, 케익전문점, 아로마 등등 골목이 모두 전문점으로 변한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우리 경제구조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기업과 구멍가게에 전환의 기회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상업구조, 유통체인으로는 안 된다. 대량생산하는 기업은 대기업대로 가고, 전문적 영역에서의 핸드메이드로 가는 소기업이 전국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로 가야 국민소득도 높아질 것이다."

- 이명박정부 3년이 지났다. 야권에서는 2012년 정권교체를 주장한다. 동의하나.
"물론 정권도 바꾸고 정치도 바꾸고 세상도 바뀌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레임덕이 절대 안 온다고 하셨지만 곳곳에서 레임덕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총선이든 대선이든 야권에 상당히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것이다.

현정부가 개판치면 칠수록 야권에는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정권을 잡은들, 국회의원이 많이 뽑힌들, 그걸로 만족하면 되나? 과거에도 우리 국민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야권에 엄청난 지지를 해줬다. 이번도 그 가능성은 살아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어떤 정부, 어떤 사회, 어떤 경제와 어떤 삶의 질을 만들 것인지 충분한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 부분은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잘 살펴보면 여전히 담론중심 논의다. 이래갖곤 안 된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나는 <국가처럼 보기>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대규모로 했던 사회프로젝트, 이른바 사회개조를 위한 것들이 거의 실패했고 그 원인이 뭔가 분석한 책이다. 어느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것, 그것을 준비없이 섣불리 얘기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과연 우리 시대에 적절한 것인지, 그 사회를 진보시켰는지 깊게 성찰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상상력, 정책 하나하나가 참으로 중요한 거다.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그런 게 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말 성공하는 정부와 정당을 만들 수 있다.

야당에서 정권을 빼앗아오는 것 그 자체만으로는 시대착오적이 될 수 있다. 그것만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경제든, 교육의 문제든 모든 분야에서의 성찰과 대안을 마련해가야 하고, 겸허하고 진지하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매번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대선후보로 거론된다. 2012년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도 그런 얘기가 나오나? 이젠 40대로 확 내려가보자! 좀 젊어져야지.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거의 70대다. 그분들로서는 애국적으로 아주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분노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한다. 그 세대가 가졌던 생각대로 하는 거거든. 21세기 어마어마한 변화를 담지해낼 수 있는 세대, 그런 사람들이 정부도 맡아야 한다. 정치가 젊어져야겠다. 70대에 맡겨놓니까 이게 도통! 하하하. 그렇게 권위적이고 일당지배체제인 중국도 세대교체는 한다. 70대의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명령 유쾌한 백만민란,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진보통합시민회의와 같은 시민정치운동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때처럼 이 운동에 합류할 생각은 없나.
"마음으로 후원한다.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 노사모와 같은 시민정치운동은 한 후보를 지원하는 운동이었다. 그때도 성과가 아주 컸다. 또 미조직 개별 유권자들만으로는 사회변혁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본다.

시민단체는 고유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선거국면에서는 할 일이 상당히 줄어든다. 공정선거, 정책 등에서 힘을 발휘하는 정도다. 또 초정파적 시민운동만으로는 정권을 바꾸고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무력감도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운동은 초정파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어느 정부에서나 보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명박정부를 겪으면서 정부가 최소한의 기본조차 갖지 않을 때, 시민운동이 얼마나 위축되고 위기에 처하게 되는지 우리는 잘 경험했다.

시민사회 핵심인사들이 기존 단체에서 많이들 졸업해서 자유로워졌다. 기존의 시민운동 책임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를 자신 분들이 새로운 정치적 시민운동을 하는 것은 지지한다.

잘 해서 다음 선거에서는 조금은 시대를 이해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그들이 집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대적 요구다. 다만 이명박정부가 우리의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절대적 평가기준을 갖고 김대중.노무현정부를 성찰하고 다음에 집권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왜 집권하려고 하는가 잘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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