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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전국 최초로 체벌·강제 야간자율학습 등을 금지하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는 가운데 일부 고교들이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고 있다는 학부모·학생들의 고발이 잇따라 경기도교육청이 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1일부터 학생들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 보장을 통한 학교문화 전반의 혁신을 위해 지난 2010년 10월 5일 제정·공포했던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인권조례)의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 2401곳의 초·중·고교에서는 인권조례에 담긴 ▲학내 체벌 금지(제6조) ▲강제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금지(제9조) ▲두발·복장의 개성 존중과 두발길이 규제 금지(제11조) ▲학생 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제12조)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 과목 없는 종교과목 수강 강요 금지(제15조) 등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인권조례 시행을 앞두고 실명제로 운영되는 경기도교육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수원·안양·용인·군포·의왕·광명·김포 등지의 일부 고교들이 신입생과 재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야자) 등을 강요하고 있다는 학부모·학생들의 고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야간 자율학습은 선택이지만 의무?

 

학부모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수원 M고교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학교에서 신입생들에게 '야자는 선택이지만 의무로 생각하라'며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학부모 입장에서도 야자를 신청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르지 않을까 부담이 된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또한 수원 H고교와 S여고 3학년 진학생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야자를 강요하고 토·일요일에도 오후 늦게까지 무조건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용인 S고교 신입생 학부모라고 밝힌 노아무개씨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왔는데, 3월부터 야자를 하라고 한다"며 "우리 아이는 인권조례를 믿고 야자를 빠지는 대신 개인과외를 받기로 계약을 끝냈는데,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안양 I고교 학부모인 황아무개씨도 야자 때문에 고민이다. 황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무조건 야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야자를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그는 "학부모 동의서 없이는 야자를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에 전화를 해보니 (학교 관계자가) 학교장 교육방침이라 무조건 해야 된다고 말했다"면서 "교육청에 얘기하면 조치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신고하라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김포시 K고교 신입생 학부모 신아무개씨는 "학교에서 쉽게 아이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 같다"며 "새내기 1학년에게 벌써부터 '야자 하니까 빠질 생각 말라'고 말한다"고 주장했고, 김아무개씨는 "김포시 관내 J·K·P·S고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야자를 하도록 한다"면서 경기도교육청에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또 김아무개씨는 "군포 S고교 3학년 가정통신문을 보면 '야자 시간에 진학상담이 이뤄지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는 야자를 권장한다'라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야자를 하지 않으면 진학상담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철저히 단속해 달라"고 주장했다.

 

"명문은 야자로 만든 게 아닌데...슬프다"

 

학생 자유게시판에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의왕시 U고교 신입생 홍아무개 학생은 "학교에서 3월 2일 입학식 날부터 야자를 실시한다고 한다"면서 "인권조례에 의하면 야자와 보충수업은 선택인데, 그냥 하라고 한다. 문제 좀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광명시 K고교 임아무개 학생도 "인권조례에 '학교는 학생에게 야자와 보충수업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돼 있으나 학교는 대놓고 무시한다"면서 "보충수업도 강제이고 내신을 위해 야자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게 무언의 협박이 아니고 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학생은 또 "몇몇 선생님들은 야자를 하지 않을 경우 수시를 써주지 않고, 여러 선생님들은 '고 3학년은 공부하는 기계이지 인권 따위를 논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면서 "하루 빨리 인권조례가 제대로 시행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올해 고3 진학생으로 보이는 김아무개 학생은 "학교에서는 자율인척 하면서 반강제로 야자를 시키고 선생님에 따라 마음대로 등교시간을 정해 너무 힘들다"면서 "명문은 야자로 만드는 게 아닌데, 슬프다"고 뼈있는 의견을 올렸다. 

 

이 같은 학부모·학생들의 문제 제기로 볼 때 해당 고교들이 새 학기부터 강제·편법적인 방법으로 야자와 보충수업을 강행할 경우 이를 반대하는 학부모·학생들과 학교 측의 갈등은 물론 '인권조례의 무력화'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교육청 "실태조사 후 시정조치"...야자, 밤10시 이후 금지

 

인권조례 제9조(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1항은 '학생은 야자,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해 학습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2항은 '학교는 학생에게 야자, 보충수업 등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도교육청 자유게시판 뿐만 아니라 '국민신문고'에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집중적인 현장 실태조사 등을 벌여 문제가 확인된 학교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27일 일선 학교의 강제적인 야자를 근절하고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들의 의사를 존중한 정상적인 야자 운영을 위해 인권조례와 자율학습운영지침을 근거로 '2011학년도 고교 야간자율학습 운영기본계획'을 마련해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자율학습은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자율선택 의사는 학생 희망원과 학부모 동의서를 받아 자체 보관하도록 했다. 또한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과 학생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이른 시간과 밤 10시 이후에는 자율학습을 금지하도록 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3월 1일부터 인권조례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학생인권침해에 대한 구제기구인 '학생인권옹호관' 3명을 공개 모집해 업무연수 등을 거쳐 오는 7월까지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학생인권옹호관 3명 공모, 7월까지 현장 배치 

 

5급 상당의 계약직인 학생인권옹호관은 경기지역 25개 교육지원청을 동·서·북 3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1명씩 배치된다. 학생인권옹호관 사무실은 관할지역에 설치되며,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직무를 보조하는 전문조사원 등을 지원 받는다.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침해에 관한 상담, 구제신청에 대한 조사 및 시정권고, 제도개선 권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학생인권옹호관에게 학생인권침해 시정권고를 받은 해당 학교는 이행의무 및 보고의무, 시정권고 불이행시 사유 소명 등의 의무를 진다.

 

경기도교육청 학생학부모지원과 관계자는 "학생인권 신장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이라며 "학생들이 인권 존중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는 물론 지역주민 전체가 학교 문화의 새로운 장을 펼치는데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야간자율학습 강요, #학생인권조례 시행, #경기도교육청, #실태조사, #시정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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