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튀니지, 이집트에서 시작된 재스민혁명이 중국에 상륙할 수 있을까? 지난 20일 1차 집회는 조용히 지나가는가 싶더니 다시 27일에 2차 집회가 예고된 상태여서 중국 공안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차 집회는 1차 때의 13개 도시에서 23개 도시로 늘려 실시될 예정인데 타이위안(太原), 다롄(大連), 칭다오(靑島), 우루무치(烏魯木齊) 등 성도(省都)급 도시와 반정부 색채가 강한 도시들이 포함되었다.

 

'중국판 모리화(茉莉花·재스민) 혁명'은 가능할까? 중국판 재스민혁명을 기획한 미국 화교 뉴스사이트 보쉰(博訊)은 중국인들에게 그저 산책하듯이 집회 장소에 나와 서로 인사하고 담소를 나눌 것을 당부한다.

 

무슨 볼거리가 있으면 우르르 몰려드는 '웨이칸런(圍看人)성향'이 강한 중국인들이 다수 모여들 개연성은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인 신념이나 반정부 색채를 지니고 모인다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문화대혁명 등의 역사 속에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槍打出頭鳥)'는 학습효과를 경험한 중국인들은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천하의 안정을 헤치려는 자들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唯恐天下不亂者擧世難絶)" 라는 재스민혁명에 관한 중국정부의 관방 사설이 실렸다. 사설 아래 26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주시하고는 있지만 말하지는 않겠다(看而不语)"는 글이 어쩌면 대다수 중국인들의 의식상태를 잘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의 조직적인 검열과 규제도 넘어할 벽이다. 중국공산당은 2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양회(兩會) 개막을 앞두고 있어 더욱 철저한 통신, 정보 통제와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중국인들은 언론과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는 중국공산당의 지속적인 홍보에 의해 거대한 국토와 13억 인구를 분열과 혼란 없이 다스리기 위해서는 공산당 독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공감한다. 분열과 통일을 거듭한 중국역사를 통해 분열로 인한 혼란이 얼마나 참혹한 후과를 가져오는지도 알고 있다.

 

7억 7천만 명의 휴대전화 사용자와 4억 5천만 명의 네티즌들이 정부에 대해 오랫동안 쌓였던 불만과 분개를 공유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시위 등의 행동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어떤 직접적인 동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의 재스민혁명의 경우 그런 발화 동인이 없다. 오히려 베이징올림픽이나 상하이박람회를 통해 중화민족주의, 중화사상이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되어 있는 시점이다. 1976년 1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사망하고 그를 추모하며 1차 4.5톈안먼(天安門)사건이, 1989년 4월 후야오방(胡耀邦)이 사망하고 2차 6.4톈안먼사건이 발생했었다.

 

1976년 2월 25일, 마오쩌둥이 후계자로 지목한 화궈펑(華國鋒)은 전국적인 '덩샤오핑(鄧小平)비판운동'을 결의했다. 4월 5일 톈안먼사건이 발생하자 배후 주동자로 덩샤오핑을 지목하였다. 그때 시위에 참가한 톈안먼광장의 10만 군중을 향해 당시 베이징시장은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며 소요에 가담한 불순분자들에 기만당하지 말라"는 경고 방송을 하였다는데 이는 지금 중국정부가 재스민혁명을 두고 내놓는 성명의 논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공산당은 지금 역대 어느 시기보다 강력한 통치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당내에 1976년 당시의 덩샤오핑 같은 개혁세력이 힘을 보태지 않는 한 중국에서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현시점에서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대다수 중국인들 또한 위로부터의 점진적인 개혁을 원하지 거대한 혼란과 분열이 뒤따를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그:#재스민혁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