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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양의 팝이나 클래식, 오페라 등에는 열광하면서 한국 전통음악은 고리타분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내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에서 전통예술의 필수화, 창작 판소리와 마당놀이 등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광대에서 장관으로, 장관에서 다시 광대로 돌아온 김명곤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 위원장(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24일 광주문화재단이 주최한 문화나무 상상강좌에서 '우리소리 우리음악'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 전통 예술의 가치는 세계적인데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는 눈이 없었다"며 "우리 전통 예술이 돈 되는 고부가가치 콘텐츠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떠돌이 소리꾼 유봉 역을 맡았던 그는 당시 임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이 정부의 압력으로 중단되면서 대안으로 영화사 측에서 5억 원을 대주며 "임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나 만들어보라"고 했던 것이 한국 영화 사상 첫 100만 관객을 동원을 기록했다고 당시의 숨겨진 비화 등을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가왕(歌王) 송흥록 명창으로부터 송만갑, 임방울, 안숙선 등 명창의 계보를 설명해주면서 "18세기 초 숙종, 영조 때 시작한 판소리가 이제 우리 소리의 중심이 되고 있으나 오늘날의 현실은 전통예술을 포함해 학교나 방송 등에서 모두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10여년 전 프랑스 파리음악축제 예술감독이 한국의 판소리 5마당 특별무대을 마련, 판소리 원형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겠다"면서 "우리나라조차도 마련하지 않는 이러한 계획들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파리음악축제에 몰려든 유럽 사람들이 3시간에서 5시간에 이르는 판소리 공연에 몰입해 울고 웃는 등 호응이 열광적이었다. 우리들이 우리 보물을 싸구려 취급하는 동안 외국인들이 오히려 우리 전통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파리음악축제 이후 미국의 링컨썸머페스티벌, 영국의 에딘버러페스티벌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초대공연이 진행됐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열풍 덕분에 2003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시 파리 예술감독은 김 위원장에게 한국의 판소리꾼을 소개해달라며 3백석 규모의 극장, 외국어론 번역된 판소리 5마당 해설본 등 사전에 준비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여기에 적합한 '사람'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에 판소리 해설에도 저작권을 설정해 두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불러주기만 하면 고맙다고 가는데, 이게 돈 되는 콘텐츠라고 판단하는 외국인들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판소리 다섯 바탕을 기본으로 한 전통예술의 원형 보존과 함께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재창작하고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했다. 지난해 전주소리축제 때의 개막작 '천년의 사랑여행'은 이 같은 생각들을 반영한 작품이다.

 

나아가 판소리뿐만 아니라 창극, 민요, 퓨전국악, 국악오페라 등 전통적인 우리 예술이 현대인들과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모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서양오페라는 역학에 따른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등이 있지만 판소리는 혼자서 최소 3시간 이상 여러 역할을 다 소화해내는 내공을 갖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보다 우리의 국악을 더 멀게 느낀다. 외국인들은 가야금 연주와 흥겨운 사물놀이에 열광하는데, 우리는 뮤지컬이나 발레를 더 높은 수준의 것으로 평가한다.

 

김 위원장은 "이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영향 때문"이라면서 "어렸을 때 전통음악에 노출되지 않은 까닭에 갈수록 전통음악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학교교육에서 판소리 전통음악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고 대학에서 음악전공자들에게 국악을 필수과목으로 하는 등 우리 자신이 깊이 느끼고 사랑할 때 자연스럽게 전통음악 인구가 확산되고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60년대부터 3K(카부키.키모노.카라데) 4S(스시.스모.사무라.사무라이) 전략을 써 일본 문화를 동양을 대표하는 고급 문화로 세계화시킨 것처럼 우리도 6H(한복.한글.한지.한옥.한국음악) 세계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서 김 위원장은 '서편제'와 '동편제'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판소리 한 대목을 즉석에서 불러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음악은 듣고 따라 하는 만큼 전통음악도 자주 들은만큼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명곤 위원장은 1983년 영화 <바보 선언>으로 데뷔해 <서편제>, <태백산맥>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특히 서편제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극단 아리랑 창단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객원 교수,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등을 거쳐 2006년 3월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우리소리 우리음악', '문화의 블루오션을 꿈꾸다' 등이 있다.


태그:#김명곤, #판소리, #광주문화재단, #전주소리축제, #우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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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등일보에서 경제부장,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시민의소리에서 편집국장도 했다. 늘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안쓰면 손가락이 떨 정도다.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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