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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국립대인 한국전통문화학교 졸업생이 문화재청 등에 제출한 논문형식의 탄원서 목차
 특수국립대인 한국전통문화학교 졸업생이 문화재청 등에 제출한 논문형식의 탄원서 목차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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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국립대학교인 '한국전통문화학교'(충청남도 부여군 위치) 졸업생이 "이 대학 김아무개 교수가 제자들을 수시로 성희롱하고 대가성 선물을 수수해 왔다"는 요지의 탄원서를 제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대학 전통미술공예학과에서 전통 회화를 전공하고 2010년 2월 졸업한 A씨는 A4용지 17매에 달하는 논문형식의 탄원서를 지난해 12월 3일 문화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에게 보냈다. 이 대학을 설립한 문화재청은 조사를 마친 후 그 결과를 23일 학교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를 낸 A씨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돌아올 피해 등을 생각해 침묵하려 했으나 다른 후배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섰다"며 "현재 문화재청 감사가 끝나고 대학측의 징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A씨의 말과 탄원서 내용을 종합하면 김 교수는 수업시간은 물론 그 외의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A씨가 처음 성희롱을 경험한 것은 2008년 9월 김 교수가 이 대학에 부임한 직후라고 한다. 김 교수는 A씨를 교수 연구실로 혼자 불러 "너희 전 전임교수는 조강지처가 있는데도 자기 집에 다른 여자를 데려와 자기 부인이 보고 있는데 그 첩과 침대에서 뒹군 사람이다"고 했고, A씨는 이때부터 김 교수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A씨는 "이 말은 전 전임교수를 험담해 해당 교수에게 배웠던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교수의 인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언어적·시각적 성희롱도 다반사

이씨에 따르면, 김아무개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씨에 따르면, 김아무개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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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김 교수가 다른 학생들에게도 언어적, 시각적 성희롱을 다반사로 했다고 주장했다.

눈썹이 짙은 여학생에게는 특정 부위를 바라보며 "너는 눈썹이 그렇게 까만데 ×털도 그렇게 까맣냐"고 했고, 평소 짧은 치마를 즐겨 입는 여학생에게는 "너는 항상 짧은 치마만 입고 다니는데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좋으냐"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 A씨는 "이 발언을 들은 그 여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도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어렵게 살아서 악바리 같다"거나 "돈이 없어서 재료를 못 사면 애들하고 친하기라도 해서 얻어 쓰기라도 해라"고 하는가 하면, 전 학년이 함께하는 발표 시간 때 개개인의 발표를 듣던 중 "○○는 저렇게 어렵게 판잣집에 살지만 자기가 사는 풍경을 아름답게 예술로서 표현했다"고 말해 당사자가 굳은 표정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것. A씨는 김 교수가 "개개인의 신상을 교묘하게 공개적으로 비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심각한 성희롱에 대해서 학생들이 대응하거나 나서지 못한 것은 성적과 학위 등에서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A씨는 강조했다. 

피해 학생은 A씨뿐만이 아니다. 김 교수로부터 수업시간에 "너는 가슴이 풍만해서 좋겠다"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같은 학과 B씨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치욕스러웠다"며 "하지만 상대가 교수라는 점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교수가 수업시간에 모두를 향해 '가슴 밑에 볼펜을 끼워봐서 떨어지면 아직 젊은 것이고, 안 떨어지면 늙어서 가슴이 처진 것이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과 2년 동안 함께 공부해 온 여학생 C씨는 "수업시간이나 학생들을 향해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을 종종 봤다"며 "눈썹 관련 성희롱을 들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감사한 논문 형식의 이 탄원서의 주 내용은 '성희롱 행위, 대가성 선물, 대상을 가리지 않는 반복되는 거짓,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 등이며 '감당하지 못할 비상식적인 과제 요구, 독단적 교육과정 운영' 등 교육과 관련된 부분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해당 김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음해이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화재청 감사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며 "졸업한 지 1년이나 된 학생이 지금 탄원서로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눈썹 등 발언은 내가 인물화를 그리는 특성 때문에 언급한 내용"이라며 성희롱 사실을 부인했다.

문화재청 정책부서 관계자는 "감사부서에서 조사를 한 것으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부처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공식적으로 취재 요청을 해서 대변인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측은 "23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조사 내용을 통보받아 아직 내용을 보지도 않은 상태"라며 "개인의 명예에 관련된 일이라 결과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반론보도] 한국전통문화학교 김아무개 교수의 성희롱 논란 
<오마이뉴스>의 지난 2월 24일자 <"넌 눈썹이 까만데 × 털도..." 국립대 교수의 성희롱 논란> 제하의 기사에 대해 논란의 당사자인 김아무개 교수는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단지 미학 강의 도중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충실한 수업을 위한 모티브 제공 및 학문적 관점에서 한 말"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김 교수는 또 "학생들을 성희롱 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탄원서를 작성한 학생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나에게 강의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교내 게시판을 통해 학생이 낸 탄원서의 내용이 상당히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태그:#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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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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