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의 대표적인 특성화 고교로 자리 잡은 하남시 소재 한국애니메이션고교(교장 최낙성)가 최근 비정규직 교사들을 해고 조치해 해당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 노동단체 등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과 노동단체에 따르면 한국애니메이션고교는 최근 6~9년 동안 전일제 계약제로 근무해온 A교사 등 3명의 산학겸임교사들에게 "재임용이 불가하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 학교를 떠나야할 처지다.

학교 측이 산학겸임 교사들의 재임용 계약을 거부한 것은 경기도교육청 지시에 따른 것으로,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비정규직보호법)'의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제4조 1항)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교사들과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등 노동단체는 "그동안 1~2년 단위로 재계약을 통해 오랜 기간 정규직 교사와 다름없이 근무를 계속해온 교사들을 하루아침에 교단에서 내쫓는 것은 부당하다"며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비정규직보호법 제4조 2항은 '상시적 반복적 업무일 경우 무기계약제로 전환해 고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기간제 2년 제한 규정을 구실로 재임용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다름없다"면서 "법적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학겸임 교사는 자기 일을 하면서 필요한 수업만 지도하는 시간제 강사이지만, 해당 교사들은 그동안 전일제로 근무하며 정규직 교사와 동일하게 수업과 행정 업무, 학생 생활지도 및 작품 제작지도 등을 담당해왔다.

더욱이 해당 교사들은 전공수업과 작품제작 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 지금까지 무기계약이나 다름없이 수차례 계약을 반복하면서 계속 고용이 이뤄졌다. 따라서 이들은 충분히 무기계약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A교사는 "실제로 최근 경기지역 H고교도 산학겸임 교사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울산의 U애니메이션고교 역시 지난해 산학겸임 교사 4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선례도 있다"면서 "끝내 재임용이 거부되면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측의 이번 재임용거부는 경기도교육청이 산학겸임 교사의 최대 사용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제한해 2011년 2월말까지 해고할 것을 공문으로 통보한데 따른 것"이라며 "경기도교육청에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문제가 있으면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관계자도 "학교 측과 경기도교육청은 공공기관으로서 비정규직보호법의 취지에 맞게 산학겸임 교사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당한데도, 오히려 비정규직보호법을 산학겸임교사들을 내쫓는데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과학직업교육과 관계자는 "학교 측에 기간제 근로자 사용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통보했을 뿐, 산학겸임교사들의 재임용을 하지 말도록 지시한 것은 아니다"면서 "재임용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교사 임용 대기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산학겸임교사들의 무기계약 전환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외부 출장을 이유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앞서 재임용이 거부된 산학겸임교사들과 학부모,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 등 40여명은 지난 16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교육청은 산학겸임교사에 대한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경기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김상곤 교육감 면담을 요구했으나 김 교육감의 부재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학교 측은 산학겸임교사 3명에 대한 재임용 불가 통보 이후 신규 산학겸임교사 임용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2000년 개교한 한국애니메이션고교는 만화창작·애니메이션·영상연출·컴퓨터게임제작 등 4과로 구성된 경기도 최초의 특성화고교로, 직업교육개발원 조사결과 '가장 가고 싶은 고등학교' 1위로 선정되는 등 영상콘텐츠분야의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