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좋은 퇴비는 재료선택이 중요하다. 병원균 우려때문에 동물성(지방)재료는 사용하지 않으며 화학물질에 오염된 재료도 안된다. 좋은 퇴비는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아야 한다. 사진은 밭에서 만들고 있는 퇴비더미.
 좋은 퇴비는 재료선택이 중요하다. 병원균 우려때문에 동물성(지방)재료는 사용하지 않으며 화학물질에 오염된 재료도 안된다. 좋은 퇴비는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아야 한다. 사진은 밭에서 만들고 있는 퇴비더미.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제가 농사를 20년간 지어봐서 저 나름대로는 잘 안다고 생각한다. 구제역 침출수는 화학적, 그러한 무기물 폐기물이 아니고 사실 유기물이다. 잘 활용을 하면 지금 여러 가지 그러한 방법이 나오고 있는데, 퇴비를 만드는 유기물도 될 수 있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구제역대책특위 위원장)이 1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제역 침출수가 퇴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20년 농사를 지어봤다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퇴비에 대한 기본상식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매몰된 동물(돼지)의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가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으로 오염물질과 병원균을 증식시켜서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 시킨다는 것은 '상식'이다.

농사에 사용하는 퇴비를 만들 때 병원균의 오염을 우려해 동물성(지방)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구나 구제역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공장형축산 시스템은 과도한 항생물질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엔 가축분뇨를 이용한 축분퇴비도 멀리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 채식을 위주로 했던 동양권에서 인분과 축분을 퇴비에 사용한 것에 반해, 육식을 했던 서양에서는 인분과 축분을 퇴비재료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병원균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침출수 이용 퇴비, 밭 작물 고사시켜 버릴 것

토양이 병원세균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밭 전체로 퍼져서 작물을 고사 시킨다. 고추밭 전체가 병원균에 의해 고사되었다.
 토양이 병원세균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밭 전체로 퍼져서 작물을 고사 시킨다. 고추밭 전체가 병원균에 의해 고사되었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좋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완전부숙(썩힘)을 해야만 농사를 이롭게 하는 퇴비가 된다. 따라서 미숙퇴비나 병원균이 증식한 퇴비를 사용했다가는 작물을 해치게 되거나 병원균에 감염된 채소를 인간이 먹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중국산 김치에서 중금속과 기생충알이 검출된 이유도 부숙이 안 된 분뇨를 퇴비로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퇴비화가 안 된 것을 농사에 사용할 경우, 그 위험성이 인간에게 그대로 옮겨가게 된다.

또 유익한 퇴비는 산소를 충분히 공급 받아서 증식하는 호기성세균(산소를 필요로 하는 세균)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볏짚이나 잡초, 낙엽 등을 이용한 두엄퇴비를 만들 때 뒤집기를 해주는 이유도 산소가 충분히 공급해 미생물의 활발한 증식을 돕기 위해서다. 좋은 퇴비는 땅을 살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미생물들의 먹이그물을 만들어 작물을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고 생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동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침출수는 수분(물)에 의해서 썩게 되므로 산소가 없는 혐기성세균(산소를 필요치 않는 세균)이 주로 증식하게 된다. 혐기성발효는 병원균이 증식할 수 있으며 이것이 토양으로 들어갈 경우는 지하수 오염은 물론이고, 땅속 미생물의 먹이그물을 해치거나 작물뿌리를 통해 순식간에 밭 전체의 작물을 고사시켜 버리기도 한다.

정 최고위원이 구제역 돼지 침출수를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운운한 것은 잘못된 상식에 근거한 것이라고 차치하더라도, 집권 여당의 구제역 대책특위 책임자로서 국민의 정서에 역행했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의 성난 민심을 헤아릴 줄 안다면, 더 늦기전에 구제역 집단 매몰 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오염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창균 기자는 농사를 지으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생태텃밭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구제역, #침출수, #퇴비, #정운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