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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홈페이지. 여기에 가면 현 18대 국회뿐 아니라 17대 등 과거에 발의되었던 법안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이주호 장관(당시 한나라당 국회 교육상임위원)이 제출한 내부형공모제 교장 관련 교육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금도 올라 있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홈페이지. 여기에 가면 현 18대 국회뿐 아니라 17대 등 과거에 발의되었던 법안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이주호 장관(당시 한나라당 국회 교육상임위원)이 제출한 내부형공모제 교장 관련 교육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금도 올라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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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15일 38명의 교장을 공모제를 통해 임용 추천 했다. 그 가운데 30명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출신이고, 단 2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인 평교사인데 교총과 보수언론은 전교조 밀어주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나아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일부 단체의 민원 제기를 이유로 이들의 임용 제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다. 교육감이 임용을 요구한 교장을 교과부 장관이 제청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7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내부형공모제 교장 제도를 전면 도입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제출한 당사자인 것으로 밝혀져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주호 장관 국회의원 시절 내부형 공모제 법안 대표 발의

국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시스템에 의하면 당시 한나라당 국회교육상임위원이었던 이주호 의원은 2005년 10월 한나라당 최고의원 나경원, 대통령 비서실장 임태희,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박재완 노동부장관, 박형준 청와대 수석 등 현 정권 실세들이 다수 포함된 한나라당 국회의원 16인과 함께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여 제출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당시 한나라당 국회 교육상임위원)이 대표발의한 내부공모제 교장 관련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나경원 최고의원, 임태희 비서실장, 진수희-박재완 장관, 박형준 청와대 수석 등 실세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과도한 승진 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하여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공모제 교장 전면 도입"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주장하던 내부형공모제 교장에 대해서 지금은 전교조 출신 교장이 어쩌고 하면서 임용 제청 거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당시 한나라당 국회 교육상임위원)이 대표발의한 내부공모제 교장 관련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나경원 최고의원, 임태희 비서실장, 진수희-박재완 장관, 박형준 청와대 수석 등 실세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과도한 승진 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하여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공모제 교장 전면 도입"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주장하던 내부형공모제 교장에 대해서 지금은 전교조 출신 교장이 어쩌고 하면서 임용 제청 거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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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교장임용제도는 단위학교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교장임용이 아니라 근무평정제도에 기반을 둔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제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 이에 공모교장제를 도입하여 교장직 문호를 개방하고, 승진임용을 위한 교장자격조건을 대폭 완화하여 기존의 승진경쟁과열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고자 함."

지금으로 치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했음직한 이 말은 이주호 장관이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밝힌 '개정 취지'이다. 구체적 개정 내용으로는 "과열된 승진경쟁을 완화하고 교장자격증을 가지지 아니한 교원이라도 학교운영에 능력이 있는 자가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당해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공모교장의 심사 및 선발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함"이라고 되어 있다. 현재 논란이 된 서울의 공모제 교장은 이 절차를 거의 100% 따르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교장 공모제 전면확대를 주장했던 이주호 장관이 MB정부 들어 곽노현, 김상곤 등 진보교육감이 들어서자 내부형공모제 비율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도록 하더니 급기야 서울에 2명 밖에 안 되는 내부형 공모 교장도 전교조 출신으로 민원이 제기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임용 제청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주호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교장 자격증 없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공모제 도입을 주장했다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의 공모제교장에 대해 보수단체와 일부 보수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 장관이 교육자적 양심상 공모제 교장 임용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주호 장관 '양심상 내부공모제 교장 임용 제청 거부 않을 것'

최초의 전교조 출신 교장이라고 보수언론과 교총이 떠들고 있지만 사실 전교조 조합원 출신의 교장들은 십수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 있었다. 최초로 전교조 출신이 교장이 된 것은 13년 전인 1998년의 일이며, 서울에서도 2004년 고춘식 교사가 한성여중 교장으로 취임한 적이 있다. 전북지부장 출신의 남원 서진여고 한병길 교장, 경기지부장 출신 양평 조현초 이중현 교장, 서울지부장 출신 경남 하동 옥종고 유수용, 경남지부장 출신 남해 설천중 이영주, 사천중 김정규 교장 등 전교조 시도지부장을 지낸 교장들도 있다.

이들을 교장 후보로 추천했을 때 교과부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교육감이 교장 임용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이를 교과부 장관이 거부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서울에서 2명의 전교조 출신 교장 임용 제청을 거부한다면 우리 나라 교육사에서 최초의 일이 된다. 서울만 1100여 명, 전국적으로 1만 명에 이르는 교장을 가진 교총이 단 2명의 전교조 교장도 안 된다는 주장도 기득권 수호로밖에 안 보인다.

연공서열을 위주로 한 기존 폐쇄형 교장 임용 제도가 점수따기 경쟁으로 교육을 등한시하고, 공정택 사건에서 보듯 윗선에 뇌물을 주는 사태가 발생하고, 또 그렇게 교장이 된 사람들이 뇌물, 횡령 등 비리를 저질러 감옥으로 가는 등 교장 승진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 교장공모제이다. 각종 설문조사에 의하면 내부형 공모제 교장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이렇게 내부형공모제로 임용된 교장 중 현재까지 뇌물, 횡령 등 교육비리로 감옥에 간 사람도 없다.

사실 대학교 총장도 자격증이 없으며, 교장과 교감을 지도감독하는 교육감 또는 교육부 장관도 별도의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교사자격증과 어느 정도의 교육경력에 이미 교장 자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주호 장관 역시 의원 시절 기존 교장 자격증 없는 교원도 교장을 할 수 있는 내부형공모제교장을 주장하며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장관이 내부형공모제 교장 소신을 뒤집고 교총의 주장에 따라 사상 초유로 교장 임용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지 주목된다.


태그:#이주호, #곽노현, #공모제교장,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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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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